박경남 트리플밸리 대표(맨 우측)는 승마힐링학교를 통해 세월호 참사로 상처받은 안산 지역주민과 아이들에게 승마를 통해 힐링을 주는 일을 하고 있었다.
특별인터뷰 - ‘안산승마힐링학교’ 운영 중인 박경남 트리플밸리 대표

“말 무서워 하는 아이들이 말을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놀이 문화 정착이 우선 과제…자아실현할 수 있어야
제주마·한라마 우리 말 자원 체험용으로 충분히 활용 가능”

그는 ‘기본’을 중요시한다. 또 ‘예절’도 중요하다고 한다. 남을 탓하거나 무작정 지원을 요구하기 이전에 먼저 스스로 자정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박경남 트리플밸리 대표 이야기다. 기본과 예절, 자정…. 어찌 보면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가 절대 가치로 인정받는 시대, 치열한 ‘산업계’ 그것도 ‘한 가닥’ 한다는 사람들이 모여서 온갖 관행과 ‘물밑작업’을 하는 일이 상식으로 통하는 말산업계에서 삼척동자도 비웃을 단어다.

진심을 이길 힘은 없다. 그리고 그는 그 진심을 유소년 승마 발전에 투영하고 있었다. 세월호 참사로 상처받은 안산 지역주민과 아이들에게 승마를 통해 힐링을 주는, 말을 통해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었다. 10월 22일 목요일, 안산초등학교에서 박경남 트리플밸리 대표를 만났다.

“말을 무서워하는데 무슨 대중화인가”
넓은 학교 운동장 스탠드 한 면을 말 관련 현수막이 장식했다. 트리플밸리가 주관하는 안산승마힐링학교, 그리고 경기교육청 마을교육공동체기획단, 꿈의학교가 주최한 ‘2015 꿈의학교 자체 발표회, 말과 함께 놀자!’ 현수막 아래로는 제주 조랑말 3두가 나란히 서 있었다. 아이들은 말에게 당근도 주고 함께 사진을 찍었는데 그야말로 말과 함께 노는 모습이 즐거워보였다. 그간 꿈의학교 수업이 진행됐던 과정을 사진으로 담아 소개도 하고, 말 관련 직업군과 관련한 사진과 소개도 있었다. 운동장 맞은편에서는 말 끌기, 편자 던지기 등 관련 체험도 진행하며 오감 체험을 하게 했다.

안산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말은 더 이상 낯설거나 무서운 동물이 아니었다. 박경남 대표는 학교 측을 설득해 학교 뒷마당에 마방을 짓고 조랑말 ‘호두’를 그곳에 기거하도록 했다. 말을 자주 볼 수 있어야 가까워질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 때문이다.

“선수층을 제외하면 일반은 말을 볼 기회가 거의 없다. 그렇기에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무서워한다. 말을 무서워하는데 무슨 유소년 대회고 대중화인가. 지금 우리 승마계는 놀이는 없고 시합 위주의 대회만이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 시합장에 가는 학생들이 얼마나 되는가. 승마대회 이전에 대중이 말을 쉽게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승마는 예절과 인성 교육에 중요한 스포츠다. 아이들이 원하는 놀이를 접목해 말과 함께 놀면서 오감 체험을 하는 등 말이 반려동물로 부각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두 번 보는 것은 한 번 보는 것과 다르다. 세 번 보면 정이 든다. 정이 들면 가까워지기 마련이고 마음이 쓰인다. ‘평범한 진리.’ 그런데 유소년 승마를 주창하는 사람들은 왜 ‘이상한’ 행동을 하는 걸까. 스스로 평범하지 않다고 여기는 건 아닐까.

“유소년 승마 발전이나 승마 대중화 등 말(話)은 많이 한다. 답도 알고 있다. 단지 실행하지 않는 것이다. 말 타는 것을 지원하기보다 특화된 승마클럽을 지원하면 민간에서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나와 더욱더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않겠는가.”

“승마 통한 자아실현 있어야 대중화된다”
그의 철학은 확고했다. 게다가 너무나도 평범하고 솔직담백해 반론의 여지가 없다. 철학은 오랜 경험과 사실들의 집합을 통해 사유된 결과다. 승마를 한 지 벌써 28년째. 평소 박경남 대표가 주창한 이야기들은 우리 승마계의 그늘을 환한 곳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선 말에 대한 이해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산업도 중요하지만, 승마가 스포츠가 되려면 놀이 문화가 먼저 정착한 뒤 승화돼야 한다. 피라미드식 선순환 구조가 되어야 하는데 우리는 반대다. 놀이 문화로서 승마가 대중에 즐거움을 준다면 심리적 만족도 얻고 건강도 찾게 된다. 또 승마를 통해 사회 참여도 하고 개인에게는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동기가 부여되어야 한다. 아이들이 말을 통해, 승마스포츠를 통해 꿈꾸는 가치를 실현하는 일, 그것이 승마 대중화를 이끌 수 있다. 밑바닥 없이 승마는 일어설 수 없다.”

지난해부터인가. 그는 또 다른 목소리를 냈다. 우리 말 자원의 활용이 있어야 우리 말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는 것. 이 또한 지극히 상식적이다. 무역업계에 오래 종사하며 세계 곳곳을 다녔던 그의 눈에는 지금 우리 말산업은 ‘비정상의 정상화’가 필요한 곳일 것이다.

“제주마든 한라마든 우리 말 자원을 왜 활용하지 못하는가. 시합용으로만 생각하니까 여기저기서 못쓴다고 하는 것이다. 승용마로 활용한다는 말이 무언가. 아이들을 위해, 말을 타보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체험용으로 우리 말 자원은 얼마든 가능하다. 교육 안 시켰다고 무조건 배제하지 말고 체험용으로 활용할 방안을 찾으면 된다. 각 기능에 맞게 교육시키면 된다. 우리 아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는 우리 말 자원이 인정받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유소년 승마 발전은 우리 어른들이 아닌 아이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눈높이를 낮출 때에야 가능하다.”

▲박경남 트리플밸리 대표(맨 우측)는 승마힐링학교를 통해 세월호 참사로 상처받은 안산 지역주민과 아이들에게 승마를 통해 힐링을 주는, 말을 통해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었다.
▲안산초등학교에서 ‘2015 꿈의학교 자체 발표회, 말과 함께 놀자!’가 열렸다. 승마힐링학교 소속 학생들은 친구들에게 말을 소개했고, 안산초등학교 아버지회 모임에서는 자원 봉사도 나왔다. 이날만큼 아이들에게 말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놀이’였고 기쁨이었다.

이용준 기자 -Copyrights ⓒ말산업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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