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 승마힐링센터 권진현 수석코치.
[권진현 한국마사회 승마힐링센터 수석코치 인터뷰]

권진현 수석코치, 한국마사회 승마힐링센터 출범에 선두 맡아
한국마사회, “재활승마 표준모델 만들어 민간승마장 보급 목표”

재활승마는 2009년을 시작으로 최근까지도 승마장 대표, 장애인 부모는 물론, 일반 국민에게까지도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그 관심과는 달리, 한국에서의 재활승마는 아직 시작단계에 머물러있다.

한국마사회에서는 올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승마힐링센터TF를 구성해 시범적으로 운영하며 재활승마 활성화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마사회가 승마힐링센터 개소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표준모델을 만들어 민간승마장에 보급하겠다는 사회공헌적 취지에서 시작됐다.

이번에 승마힐링센터의 수석코치를 맡은 권진현 씨는 전국에 단 2명만 가진, 국제재활승마협회(PATH)가 인증한 어드밴스드 자격증 보유자로 6개월 전까지도 미국에서 직접 재활승마장을 운영했다. 마사회에서는 권진현 수석코치의 기용으로 한국 재활승마에 가이드라인이 잡히길 기대하고 있다.

- 재활승마지도사를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우연한 기회로 시작하게 됐다. 말은 12살 때부터 타기 시작했다. 93, 4년까지 국가대표팀에 있었고, 2002년부터 미국으로 건너가 승마장을 운영했다. 2005년쯤, LAEC(LA올림픽 승마장)에서 유소년 시합을 가르치고 있는 중에 자폐증을 가진 아이와 부모가 함께 찾아왔다. 재활승마에 대해 잘 모른다고 만류했고 단순한 승마체험만 가능하다고 했으나 태워달라고 졸랐다. 집에서 승마장까지 2시간 정도 걸리는데 그저 태워주기만은 안타까웠다. 이에 재활승마 공부를 시작했다.

- 국내 단 2명만이 소지하고 있는 어드밴스드 자격증을 보유하고 들었다. 어드밴스드 자격증은 어떠한 자격증인가.

어드밴스드보다 한 단계 하위수준인 레지스트 자격증이 일반 재활승마지도사 자격증 수준이라면, 어드밴스드 자격증은 재활승마장을 했을 때 본인이 직접 운영할 수 있는 레벨이다. 어드밴스드 자격증 보유자는 전 세계 40명 정도이며 1년에 최대 6명만 딸 수 있다. 또한, 한 번 시험을 볼 때 응시할 수 있는 최대 인원도 10명 정도로 한정돼있다.

실기로는 △독립심, 리더십, 사회성이 들어가는 레슨 만들기 △신체장애인·정신장애인·비장애인 가르치기 △순치되지 않은 말타기 △말의 행동을 보고 어디가 아픈지 가려내기 등 8가지 시험을 본다. 필기로는 말의 사양관리, 장제, 아이와의 적합성 등을 보는데 280문제를 내면서 시험시간으로 120분을 준다. ‘너무 시간을 적게 주는 것 아닌가’라고 불평했더니 시험주최 측은 “재활승마 중 아이가 나쁜 상황에 처했을 때 생각을 시작하면 이미 늦다”라고 답변했다. 어드밴스드 자격증은 말과 아이의 모든 것을 고려하는 사람만이 딸 수 있다.

- 재활승마가 장애아동에게 좋다고는 하는데, 왜 좋은지에 대해서는 많이들 모르는 것 같다. 좋은 이유에 대해 원리적으로 설명해달라.

재활승마가 장애아동에게 좋은 이유는 우선, 승마를 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말의 고삐를 잡아야 한다. 고삐를 잡으면 말이 걸으면서 말 입도 위아래로 흔들려, 장애아동의 안 펴지는 팔이 자연스레 펴지게 된다.

또한, 말은 걸음걸이(평보·속보·구보·습보)에 따라 4개의 각기 다른 다리를 사용해 걷는다. 걸음걸이에 따라 땅에 닿는 다리 수가 달라진다. 평보(말의 보통걸음) 4절도, 속보(말의 빠른걸음) 2절도, 구보(말의 달리기) 3절도, 습보(말의 전력질주)는 4절도로, 재활승마 시에는 주로 2가지, 4절도와 2절도의 걸음으로 걷는다. 말이 걸으며 기승자는 흔들리게 되는데, 그 말 위에서 아이들 스스로가 균형 감각을 잡고 머리에서 끝까지 모든 근육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재활승마를 하는 장애아동은 이러한 원리로, 자신도 모르게 치료효과를 얻는다.

- 현재 마사회에서 재활승마 시범사업의 수석코치를 담당하고 있다. 미국에서 한국마사회로 오기까지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어야 했을 텐데, 어떤 생각을 품고 왔는지.

마사회서 재활승마에 대한 제대로 된 매뉴얼을 만들면 전국으로 퍼져나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왔다. 한국에서의 재활승마는 시작하는 단계다. 전국 각지에 재활승마를 하고자 하는 사람은 많지만 가이드라인이 잡혀있지 않은 상태다. 마사회서 표준 모델을 개발해 보급하는 것이 목표다. 마사회에서 곳곳에 재활승마 지점을 만들어 민간 승마장들이 따라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마사회에서의 재활승마 운영방식은 어떻게 되는지.

현재 6세에서 13세의 아동 17명을 대상으로 모집을 받아 시범운영 중이다. 연대 세브란스, 서울 성모병원, 서울 아산병원 3개 의료기관의 소견서를 우선 받고 재활승마를 진행하고 있다. 각 아이들마다 8주에 거쳐 2개 반을 시범운영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내년 2월에 정식으로 재활승마힐링센터 개소식이 예정돼있다.

- 현재 우리나라의 재활승마협회는 의사 중심으로 구축돼있다. 재활승마에서는 승마 전문가가 필요한 부분이 있고 의사들도 필요한 부분이 있는데 그 경계선이 모호하지는 않은지. 구분점이 어떻게 되는가.

재활승마에 대해 여러 논문과 발표가 있었지만 아직도 명확한 구분점을 찾아내지 못했다. 미국에서는 재활승마에 대해 의사, 한의사, 승마장 등 여러 그룹이 모여 일 년에 한두 번씩 사례 발표를 한다. 의사와 연계하는 부분은 처음 아이가 재활승마프로그램에 참가해도 되는지 상의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특히, 재활승마에서 전혀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아이들은 태우면 안되고 오히려 기승 시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의사와 상의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재활승마가 장애인에게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알아내는 것도 의사의 몫이다. 재활승마 후, 열 감지기로 몸을 찍으면 열기가 척추를 타고 뇌까지 혈류가 많이 흘러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열기가 올라가는 것은 분명히 좋은 일이지만 이 혈류의 흐름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의사가 판명해야 할 문제다.

- 우리나라에서는 재활승마가 아직 시작단계다 보니 순치가 된 재활승마용 말 거래가 없을 텐데. 어떻게 순치시키고 있는지.

재활승마에 바로 쓰이는 말은 없다. 재활승마에 쓰이는 말들은 보통 나잇대가 18~19세로, 어리다 싶으면 최소 13세다. 재활승마용 말이 운동량이 전체적으로 많지는 않다. 재활 교육에서의 에너지 소모량은 전체의 약 10% 정도로, 다른 활동에서 그 에너지를 풀어줘야 하는데 엘리트 승마용 말들을 쓰면 힘들다. 재활에 쓰이는 말은 가만히 있어야 하는 것이 미덕이다. 멈추라고 말할 때, 잘 멈춰야 한다. 음성부조에 말이 따라올 때까지 조교를 많이 시켜야 한다. 또한, 한 번 음성부조에 응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 매일, 레슨이 있기 전에도 반응을 보이는지 조교해야 한다. 재활에 맞는 말을 만들어내는 것이 재활승마지도사의 의무다.

- 현재 재활승마에 쓰고 있는 말은 어떤 종인지.

아이들의 상태, 체격에 따라 말을 쓰는데 차이가 있다. 지금 오는 아이들은 연령대가 6세에서 13세까지로 현재는 한라마로 운영하고 있지만, 한라마보다는 몸집이 조금 더 커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에 따라 우리 한라마가 아니라 미니 드래프트 홀스(집시 홀스), 등이 넓은 말을 써야 할 때가 있다. 유소년 승마에 쓰는 하프링거라든지, 포니 드래프트, 덩치 큰 말을 태우는 경우도 있다. 반면 뇌성마비를 가진 아이는 포니 드래프트처럼 등이 너무 넓은 말에는 앉지 못한다. 재활승마용 말로 많이 알려진 포니 웜블러드도 확실히 서러브레드와 달리 알맞은 등을 가지고 있다.

- 지금까지 재활승마 분야를 해오면서 어려웠던 점은?

아이들의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고 안전한 레슨 계획을 쓰려다 보니 상당히 조심스럽다. 장애아동은 자기 자신이 어디가 불편한지 잘 모른다. 어디까지나 재활승마는 안전해야하므로 비장애인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 재활승마지도사가 가져야 할 덕목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아이들을 생각하는 좋은 마음과 함께 실력도 갖춰야 한다.국제재활승마협회(PATH)에서도 가장 골머리를 썩이는 것이 사람들이 좋은 마음‘만’ 가지고 시작하려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택배 기사는 단순히 운전하고 싶다는 마음만 가지면 안 되고, 스키구조요원은 스키만 타고 싶다는 생각으로 하면 안 된다. 재활승마지도사는 말을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하고 말이 어떤 버릇이 있고, 왜 놀랐는가 등 모든 것을 캐치할 수 있어야 한다.

- 11월 15일, PATH에 방문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한다고 들었다. 가서 어떠한 일을 할 예정인가.

한국에도 재활승마를 위한 표준화된 시설이 있다는 것을 인증받기 위해 간다. 마사회에서 국제승마대회도 많이 열리는데 국제 심판들이 인증을 받은 시설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 안전하고 좋은 마장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시설인증을 통해 한국의 말산업도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싶다.

- 요즘 재활승마에 관심은 있는데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승마장 대표들이 많다. 조언을 하자면?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재활승마는 첫 번째도 안전, 두 번째도 안전을 생각해야한다. 더욱이 재활승마가 시작하고 있는 단계에서 한 번 사고가 일어나면 그대로 모든 승마장에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이 재활치료를 하는 이유는 몸이 좋아지기 위해 하는 것이다.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할 사람은 없다.

- 현실적 측면에서 재활승마가 민간에서도 뿌리를 내리려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미국은 기부금문화가 발달했다. 일 년에 두세 번씩 승마장 기념일, 추수감사절 등으로 파티를 열어 기부금을 받는 행사를 한다. 미국인들은 “나는 시간이 없어 봉사를 못 하니 돈이라도 보탤게”라는 인식이 박혀있다. 기부금을 내면 얻는 세금 감면 혜택도 있다. 우리나라도 세법 개정 등을 통해 기부를 많이 할 수 있는 문화가 자리잡혀야 한다.


작 성 자 : 황수인 nius103@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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