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유관 단체 눈높이 맞추며 상생 공감대 형성
‘알력’·‘이권’ 넘어 대의적 통합 구심점 마련 지적

11월 늦가을, 승마산업계는 이제 2015년을 정리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본격적인 ‘비수기’를 준비하기 위해 동면에 들어선 모양새다. 하지만 예년, 특히 지난해 청마의 해에도 없었던 다른 분위기가 전후로 연출되고 있다. 정부와 한국마사회, 각 지자체, 협회와 유관 단체가 현장과 눈높이를 맞추고 보조하며 함께 가야 상생할 수 있다는 ‘동반 의식’이 형성, 협력 관계가 점차 돈독해지는 것. 그 결과 협회와 연합회 중심의 승마대회는 물론 각 지자체나 지역 협회장배 대회가 늘어났다. 내년 초에 최종 완성될 제2차 말산업육성5개년종합계획 발표를 앞두고 각종 심포지엄이 열리고 있는 것도 그 연장선이다.

상생하기 위한 협력 관계는 자칫 물밑작업에 그쳐 ‘끼리끼리’로 대변되는 이전 관행을 답습하는 악순환으로 치달을 수 있다. 이제 막 발걸음을 뗀 우리 말산업계, 특히 승마산업계는 이 노출된 위험에서 벗어나고, 현장을 중시해야 진정한 상생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게 공통된 의견. 현재 우리 말산업계 지형 구도는 어떤지, 향후 비전과 발전 가능성에 대한 내용을 종합했다. - 기자 말.

승마인들이 자주 찾는 인터넷 동호회에서 최근 일련의 해프닝이 있었다. 모 협회가 승마 관련 자격증을 준다며 정부로부터 위임 받지 않는 자격증을 남발하고, 관계자들을 회원으로 가입하도록 종용하는 등 속칭 ‘돈놀이’를 하고 있어 관계 부처에 문의까지 한 것. 이는 대한체육회 산하 대한승마협회와 국민생활체육회 산하 전국승마연합회, 승마계를 대변하는 두 단체와 정부, 한국마사회의 상호 역할 분담에 있어 빠진 부분이 무엇인지 방증된 사건이기도 하다.

협회·연합회, 통합 급물살…발전협의체 기능 갖춰야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는 정부 주도로 내년 하반기 통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11월 14일 제3회 경기도지사배 승마대회 개회식에서 박상진 대한승마협회장과 박남신 전국승마연합회장은 양 단체가 합심·협력해 승마대회를 늘려 승마산업 발전과 대중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을 맞췄다.
특히 올초, 삼성이 협회에 ‘복귀’하며 승마산업 지원에 대한 기대가 무척 높다. 문제는 통합될 단체의 지역협회 즉, 대의원 구성 문제다. 벌써부터 일부 지역에서는 지역협회장과 연합회장의 눈치작전이 치열하다. 지역협회장, 연합회장배 승마대회가 이달 들어 늘어난 점도 이 문제에서 기인했다. 하지만 정작 승마클럽 경영과 승마산업 발전을 위한 내용은 빠져 있다. 통합 협회는 대회 유치 외에도 승마산업발전협의체 기능을 갖춰 보험 문제 등 현안 개선에 집중해야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사)한국재활승마협회(회장 김연희)와 대한장애인승마협회(회장 최규옥)에 대한 지원을 통해 재활 및 장애인승마 분야에도 관심을 보여야 한다.

민간 중심 한국승마인…농협중앙회·마연구회 ‘한몸’
지난해와 올해, 국내 최초이자 최대로 민간이 주도한 승마대회, ‘코리아승마페스티벌(The KEF)’는 일종의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사단법인 한국승마인(대표 박윤경)은 국내에 프랑스 승마와 유소년 승마를 도입하는 초석을 제시했다. 그 배경에는 2005년 축산 정책 수립 지원을 위해 출범한 한국축산경제연구원(원장 노경상)이 있다. 알려졌다시피 노경상 원장은 농림부 축산국 국장과 농협중앙회 상무, 건국대학교 초빙 교수 등을 역임한 대표적 ‘축산통’으로 말산업 발전을 위해 뛰고 있다. 이외에도 마연구회(회장 정승헌)와 말고기 산업에 뛰어든 농협중앙회가 학계와 산업계 대표 주자로 발맞추며 함께 움직이고 있다.

온라인 ‘강자’, 한국말산업연구회…실체 보일 때
말산업계 역시 온·오프라인으로 나뉜다. 대다수 축산인들은 고령이고 전국에 퍼져 있으니 오프라인 매체로 뒤늦게 소식을 접하거나 만나는 횟수가 드물 수밖에. 그 한계를 극복한 온라인에서는 한국말산업연구회(회장 서동영)의 끈끈한 조직을 따를 곳이 없다. 말산업계 전도사로 알려진 서동영 회장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현장 곳곳을 누비며 직접 맨투맨으로 만나고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비교적 젊은 영농 2세대와 승마산업계 인사들이 연구회 온라인 모임에서 의견 교환을 하며 활동하고 있지만, 오프라인에서의 사단법인 출범 필요도 지적되고 있다.

한국말산업중앙회·한국말산업학회, 발전 방향 제시
말산업계 유관 단체 가운데 육성법 시행과 더불어 등장한 두 단체가 있다. 바로 한국말산업중앙회(회장 윤홍근)와 한국말산업학회(회장 안중호). 맏형 격인 두 단체는 산업계와 학계의 대표 주자로 시작, 전국 단위의 지부를 구성하는 등 우리 말산업 발전을 위한 방향 제시와 통합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조직 인사이동이 잦는 등 인력 동원과 전문가 상시 부재 등의 문제로 한때 잠시 활동이 뜸했지만, 2013년 말, 윤홍근 제너시스BBQ그룹 회장을 중앙회 회장으로 선출하며 반전을 꾀했다. 단일 유관 단체로는 통일 대축전, 개마절 행사 등 대규모 축제를 기획, 성공시키며 대중에 말산업을 전파, 향후 발걸음 기대케 했다.

진정한 생산 농가 대변 단체 등장…기존 한계 극복 기대
2016년 말산업계는 농어촌과 연계한 승마산업 활성화에 주목할 것이다. 기존 축산 농가들이 말 생산 농가로 전환하고, 각종 체험 마을과 펜션, 공원에서는 승마를 도입해 전국적으로 승마 대중화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결국은 ‘말’의 생산과 육성이 문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출범한 (가칭)한국승용마생산자협회(회장 이영윤)는 국내에서 사육하는 모든 품종의 승용마 생산 농가를 대상으로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렛츠런팜 장수가 승용마 전문 생산·육성 기지로 탈바꿈하고, 기존에 출범 준비 중이던 쿼터호스·하프링거협회 등 일부 승용마 협회 회원들이 참여한다면 진정한 생산 농가 대변 협회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크다.
한국농어촌말산업연합회(회장 이성복)는 더 큰 규모에 더 확장된 외연을 자랑한다. 말산업 전문가 과정을 수료한 기존 축산 농가, 농어촌 생산 관계자들이 소속된 한국농어촌말산업연합회는 내년도 승마산업 활성화의 ‘키’를 쥔 단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제1호 특구 제주도, 모든 유관 단체 이미 ‘통섭’
지역별, 단체별, 주제별로 각 단체가 나뉘고 한계에도 직면한 점이 없잖아 있지만, 역시나 롤모델은 있다. 말의 고장이자 제1호 말산업특구, 제주특별자치도다. 사실 제주가 특구로 지정된 이후 여러 가지 말들이 많았고, 각종 난관에도 부딪혔다. 행정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불만도 끊이지 않았고, 한국마사회 제주지역본부와 일부 유관 단체의 협의는 결국 ‘말’뿐이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말산업진흥처장을 역임한 전성원 현 제주지역본부장이 8월 부임하면서부터 소규모 행사에까지 직접 참석하며 현장과의 소통에 나서기 시작하자 도내 승마협회, 유관 단체, 생산자협회도 반색하며 함께 동참하기 시작한 것. 함께 상생하기 위해서는 결국 소통과 진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인식의 재발견인 것이다.
게다가 제주도는 ‘아우’ 챙기기에도 여념이 없다. 제2호 특구 경북도와 제3호 특구 경기도 관계자들을 초청해 선점한 특구 인프라와 관련 내용을 공개하는 등 내륙 지역과의 상생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배울 점은 또 있다. 제주에서 개최하는 각종 대회마다 도내 유관 단체들이 공동으로 함께하는 일 외에 제주국제자유도시방송(JIBS)을 후원으로 선정, 홍보도 중시한다는 점이다. 현장을 대변할 곳은 결국 언론이라는 인식이 상당하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주요 의원들과도 함께하며 도내 말산업 발전을 위한 주요 입법 활동에도 각별히 마음을 쓰고 있는 모양새다.

말산업은 6차산업…산업계 아우를 단체 기대
다른 산업이나 축산과 달리 말산업은 ‘희대의’ 6차산업. 시장도 크지만, 난관도 많다. 예기치 못한 관련 법안의 충돌도 6차산업화된 시장과 수요 규모를 짐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향장이나 용품, 말고기 등 부대산업과 마상무예 등 말 문화와 연계해 활동하고 있는 소규모 경영자들과 업체들을 지원하고 방향을 제시할 통합 단체의 필요도 지적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사)한국말발굽기술자협회(회장 김동수)는 우리 말발굽기술자들의 권익과 후학 양성을 위해 진중한 걸음을 걷고 있지만, 외부의 오해와 지원 부족으로 주춤하고 있다. 한라마협회(회장 김상필)가 최근 마유산업에 뛰어든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협회나 유관 단체는 아직 6차산업 부분까지 신경 쓸 여력도 없다.

돈이 되니까 한다?…먼저 가치를 창출하라!
특정 스포츠나 문화가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부딪히게 되는 저항은 크다. 그러나 그 저항이 외부가 아닌 내부의 이권이나 특정 단체끼리의 알력 등 ‘제살 깍아먹기식’ 경쟁으로 점철된다면 위기감은 현실화된다. 말산업이 대한민국의 유망 미래 산업이자 기마민족인 우리 민족의 본래(本)산업임을, 자유무역협정으로 상심이 깊어만 가는 농촌 경제를 되살릴 ‘산업’임을 주지한다면, 난개발과 각종 후유증으로 점철된 산업화의 과오를 순진하게 반복하는 대신 망망대해, 그 블루오션에서 말과 함께 모두가 함께 달려보는 건 어떨까.

이용준 기자 -Copyrights ⓒ말산업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작 성 자 : 이용준 cromlee21@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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