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는 29일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열릴 예정이던 10개 경주를 전격적으로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투신자살로 운명을 달리한 노무현 전(前)대통령 서거(逝去)에 따른 국민장 영결식이 이날 열리기 때문이었다. 한국마사회는 이같은 결정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내려 이와 관련한 보도자료를 지난 수요일에 배포했다.

한국마사회가 금요일경마를 전격 취소하자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혹자는 “영국의 경우 2차 세계대전 와중에도 경마는 중단된 적이 없다”며 “국민들과 사전 약속된 계획을 이행하지 않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반발했다. 또 “이승만 대통령과 최규하 대통령 국민장 때 경마를 중단 했는가”라고 반문하면서 “냄비 근성으로 금방 끓었다가 금방 식어버리는 국민성”을 탓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에 반해 한국마사회의 결정을 찬성하는 의견도 많이 있었다. “한국마사회가 오래간만에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고 전제하며 “2차 세계대전 때 경마는 중단되지 않았지만 처칠은 죽지 않았다”는 의견에서부터 고 노무현 대통령의 행적을 찬양하는 의견이 쏟아졌다.

이러한 찬반 논란은 이명박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비교하여 의견이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논의의 초점이 정치적 입장으로 변질되고 있었다. 우리역사 갈등의 원인인 이념 논쟁까지 격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마치 조선시대 정치적 몰락을 가져온 사색당쟁이 재현되는 느낌이었다.

필자는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고인이 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목숨까지 버리면서 진정으로 바랐던 것은 무엇이었을까를 곰곰이 되새겨 보았다. 고인의 뜻은 고인이 남긴 유서에 종합적으로 담겨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 /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 너무 슬퍼하지 마라 /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 미안해하지 마라 /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 운명이다 / 화장해라 /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 오래된 생각이다』

마치 시(詩)와 같은 유서를 읽으면서 고인의 뜻을 헤아려보려 많은 애를 썼다. 행간에 어떤 의도가 숨어 있는가도 꼼꼼하게 따져 보았다. 고인의 집권기간 해마다 새해아침이면 [대한민국 대통령 노무현, 권양숙] 공동 명의의 연하장을 받았던 기억이 새로웠다. 결론은 유서의 문자 그대로 이해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필자는 한국마사회의 국민장 영결식날인 29일 금요일경마 취소 결정을 생각해보았다. 여러 찬반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마사회가 금요일경마를 취소한 것은 잘한 결정이라는 생각을 했다. 더군다나 금요일경마가 열릴 예정이었던 부산경남경마공원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가 및 사저가 있는 봉하마을과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다. 이념과 정치적인 색깔, 당파와 혈연, 지연, 학연을 모두 떠나 같은 동네에서 초상이 나면 하던 일도 집어치우고 장례를 도와주는 것이 우리 민족의 전통이다. 이런 전통을 생각해볼 때 세태가 아무리 이기적으로 변하고 나만 잘살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팽배해 있는 현실일지라도 만약 경마를 시행했더라면 여론의 뭇매를 맞을 것은 뻔한 사실이다. 가뜩이나 경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해 있는 우리나라의 여건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 문제가 있긴 하지만 한국마사회가 금요일경마를 취소한 것은 잘 한 결정으로 판단된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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