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마든 부산경마든 다같은 서러브레드 경주마로 경마를 시행하면서도 마치 다른 나라의 경마처럼 판이하게 다른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것은 아무리 이해를 하려고 해도 이해하기 힘든 제도이다. 경마를 시행하는 다른 나라들이 보면 비웃음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마사회의 경마계획을 보면 3관경주인 코리안더비 KRA마일컵 농림부장관배는 물론 코리안오크스의 경우 서울과 부산의 모든 경주마들에게 출전자격이 주어진다. 코리안더비와 농림부장관배는 서울경마공원에서 KRA마일컵과 코리안오크스는 부산경마공원에서 열리게 된다. 서울과 부산에서 모두 출전을 원할 경우 서울은 최대 8두, 부산은 최대 6두까지 출전할 수 있다. 만약 특정 경마장의 경주마들이 출전을 포기할 경우 한 경마장의 경주마들로 모두 채워질 수도 있다. 당초 한국마사회는 부산광역시장배와 그랑프리를 통합경주로 시행할 계획이었으나 내부 반발에 부딪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추후 협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대통령배와 같은 국가적 의미를 대표할 수 있는 대회는 통합계획에서 빠져 있다. 2년 전만 하더라도 코리안더비 조차 반쪽 대회로 치러졌었다.

원활하게 통합경주를 시행하려면 서울경마와 부산경마가 판이하게 다른 제도와 규정부터 단일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서울경마장과 부산경마장간에 또는 각 경마장에 속한 마주 조교사 기수 관리사의 입장에 따라 갈등과 분열만 증폭될 수 있다.

경마는 여타의 다른 사행성 오락과는 확연이 다른 특징이 있다. 복권이나 카지노처럼 단순한 요행이나 운에 의존하는 오락이라면 전세계 120여 국가에서 시행할 리가 없으며 벌써 지구상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세계의 경마산업은 생산-육성-경주투입-생산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을 통해서 발전해간다. 그런데 인위적으로 이 시스템의 발전을 가로막으면서 경마산업이 발전하기를 바라는 것은 감나무 밑에서 감이 떨어지기만을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똑같은 서러브레드 경주마로 경마를 시행하면서도 서울경마와 부산경마가 따로따로 노는 현상은 경마팬들에게 혼란만 부채질할 뿐이다. 오래전부터 선진경마국들은 특정 경마장에 특정 경주마만 출전하는 시스템을 시행하지 않는다.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특정 경주마는 도쿄경마장에서 뛸 수도 있고 한신경마장이나 후쿠오카경마장에서도 뛸 수 있다. 홍콩도 마찬가지다. 해피밸리경마장이나 샤틴경마장에 자유롭게 출전할 수 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여러 나라와 미국 호주 등도 마찬가지다. 우리도 부산경마장의 경주마들이 서울경마장에서 뛰고 서울경마장의 경주마들이 부산경마장에서도 뛰는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전체적인 경마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전국 모든 경마장이 금요일과 토요일 그리고 일요일 경마를 전면적으로 실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완전 크로스베팅을 실시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도나 규정의 단일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것도 후진적인 제도가 아니라 선진화된 제도를 도입해야 하는 것이다. 경마는 ‘도박’이라는 판만 돌리는 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마주가 자신의 경주마를 부산마주에게 팔려고 해도 팔지 못하는 우스꽝스런 상황이 존재하는 한 한국경마가 세계와 경쟁하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규제는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마시행시스템의 선진화가 필수적이다. 스포츠토토 등에도 전자카드제를 도입한다고 하자 며칠전 프로야구 구단주들의 반발이 거셌다. 중앙일보등 메이져 종합일간지들도 앞다투어 보도했다. 그러나 정작 전자카드제가 도입되면 가장 큰 피해가 전망되는 산업은 바로 경마산업이다. 한국마사회는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지 답답하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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