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호주 최대의 경주마 생산기업인 ‘잉검 블러드스톡’(Ingham Bloodstock)이 상당량의 보유지분을 UAE왕자 라시드 빈 모하메드 알 막툼이 소유하고 있는 다알리(Darley) 스터드에 매각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잉검 블러드스톡’의 지분매각 대상은 크탐드라 소재의 대규모 목장 2곳과 플레밍턴, 워릭, 벨몬트파크 등 각 경마장에 인접하고 있는 트레이닝시설 등을 비롯해, 1000여두의 번식마와 경주마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액수로는 미화 약 5억달러(한화 5천억원)를 상회하는 규모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달 26일 ‘잉검’社의 레이싱 매니저 트레버 로브씨가 호주 데일리 텔레그라프지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밝혀졌으며, 항간에 떠돌던 양측의 비밀교섭이 사실무근이 아님을 확인시켰다. 그는 인터뷰에서 “3월부터 ‘잉검’과 ‘다알리 스터드’ 측은 비밀리에 교섭을 진행시켜 왔으며, 24일 최종적인 매각결정이 이루어졌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호주 해외투자위원회의 최종허가가 끝나는 4월말 경에는 매각과정이 완전히 마무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에서는 생소한 ‘잉검 블러드스톡’社는 50년 전통의 경주마 생산 및 육성 전문기업이다. 창업자 밥 잉검씨는 양계업을 시작으로,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씨암말 1두가 인연이 되어 지금의 ‘잉검’社를 탄생시켰으며, 경주마 생산과 관련해 끊임없는 연구와 투자를 통해 ‘잉검’을 호주 최초의 기업형 목장으로 성장시켰다. 또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경주마 생산 노하우를 바탕으로 호주 경주마 생산의 메카로 자리잡아 왔으며, 그동안 ‘잉검’社가 배출한 경주마로는 ‘옥타고날’, ‘골든 슬리퍼’ 등을 비롯해 GⅠ우승마 만도 60여두에 달한다.
밥 잉검씨는 인터뷰를 통해 “현재 호주경마는 성장한계점에 다다랐으며, 중장기적인 돌파구로서 이번 지분매각을 결정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가진 경주마 생산의 노하우와 다알리 스터드가 가진 자본과 사업적 수완이 결합한다면 새롭고 흥미로운 돌파구를 찾게 될 것이다”는 기대감을 나타내며, 이번 매각은 양측에게 윈-윈(Win-Win)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7천명 이상의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는 ‘잉검’사가 이번 지분 매각을 결정하게 된 데에는 몇 년전 부터 겪고 있는 자금난이 그 배경으로, 이와 함께 다알리 스터드 측이 제시한 파격적인 매수조건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현지언론은 전하고 있다.
전세계 경마계를 호령하고 있는 UAE 막툼왕가 형제중 동생인 라시드 모하메드가 소유한 다알리(Darley) 스터드는, 막대한 오일달러를 앞세워 세계최강 경주마들을 아낌없이 사들이고 있으며, 지분매수와 M&A 등을 통해 영국, 아일랜드, 미국, 일본 등 전세계 경마선진국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다국적 기업이다.
결국 이번 지분매수도 호주경마 시장 전체를 겨냥한 장기적인 포석이라는 분석과 함께, 호주현지에서도 외부자본의 시장 잠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서석훈 편집국장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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