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화상경마도박장’으로 폄훼되는 경마장외발매소가 호주에 가면 커피숍만큼이나 국민들에게 친근하다. 모퉁이를 돌면 하나쯤은 마주친다는 한국의 커피숍만큼 호주에는 장외발매소 숫자도 그만큼 많다. 베팅사업이 가장 활성화된 빅토리아 주의 경우 무려 300개 이상의 장외발매소가 마련돼 있다. 장외발매소를 통한 매출은 전체 규모의 약 40% 가량을 차지한다. 참고로 본장을 통한 매출은 4%이며, 온라인을 통한 매출이 43%, 전화를 통한 베팅이 13%에 달한다.

호주의 장외발매는 TAB(Totalizator Agency Board)에 의한 베팅과 전화 또는 인터넷을 활용하는 북메이커에 의한 베팅으로 나눠진다. TAB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베팅을 하는 사람들끼리 내기를 하는 형태인 패리뮤추얼 방식을 취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커피숍이나 카페같은 분위기를 보여주는 각 지역마다 장소마다 독특한 특징이 있다. 일반적인 형태는 가운데 커다란 기둥을 중심으로 기둥을 바라보고 한 바퀴를 빙 돌며 베팅을 할 수 있는 구조라다. 출발점에는 베팅에 필요한 각종 베팅자료와 실시간 배당률이 적힌 모니터, 마권이 비치돼 있다. 베팅 자료는 우리나라처럼 예상지 형태뿐만 아니라 테블릿 형태의 모니터에서 디지털 형식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어있다. 순차적으로 한 번에 한 경주가 진행되는 한국과는 달리 호주는 각 경마장의 경주뿐만 아니라 경견 경주, 마차 경주가 시시각각 송출돼, 예상지의 형태로는 그 많은 정보량을 다 담아낼 수 없는 구조다. 마권 역시 종류가 다양하다. 단승식, 연승식, 쌍승식, 복승식 등을 포함해 열 가지가 넘는 승식을 제공하고 있다. 승식별로 다양한 형식의 마권이 제공되며, 특히 호주에서는 단승식과 연승식에 대한 베팅의 비중이 가장 높다.

베팅한 마권을 갖고 다음 구역에서는 2명의 직원이 접수를 진행한다. 마권과 베팅 금액을 제시하면 마권을 최종 발매해주는,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발급이 이루어진다. 단, 차이점이 있다면 구매를 하게 되면 우리처럼 별도의 마권이 발매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기록한 마권의 뒷면에 전산처리된 베팅 내용이 인쇄된다. 종이 낭비를 줄이는 기발한 아이디어다.

다음 지역에 가면 수십 개의 모니터가 기둥에 매달린 장관을 목격할 수 있다. 기둥 맞은편에는 야외 테이블이 즐비하다. 경마팬들은 근처 펍에서 구매한 맥주를 마시면서 경주를 관람한다. 호주는 Sky1과 Sky2라는 위성방송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의 경기까지 생중계를 시행하고 있다. 국민들이 쉽게 경마를 스포츠로 인식하도록 하는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한쪽에는 경마가, 한쪽에서는 마차경주가, 한쪽에서는 경견 경주가 시간차를 두고 송출된다.

호주에서의 TAB은 정부의 소유였으나, 1996년에 경마산업군 과의 조인트 벤처 형식으로 전환, 즉 민영화 되었다. 민영화를 통해 민간이 해당사업을 운영하는 것이 보다 많은 매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TAB은 주로 베팅 기능에 중점을 두고 있으나, 내부에 주점이나 포켓볼을 겸할 수 있는 복함 엔터테이먼트 형태로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동네 친구들과 함께 놀러와서 술 한 잔과 함께 가볍게 베팅도 하고, 포켓볼도 즐기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도박장으로만 인식하는 우리나라의 장외발매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왜 호주는 말산업이 국가의 3대 기간산업인가를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를 두어 본장과 장외발매소의 입장인원과 매출액을 50:50으로 강제하고 그나마 있는 장외발매소 마저 폐지하려는 규제정책을 쓰는 우리나라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커피숍과 같은 기능을 하는 TAB에서 경마를 즐기는 호주의 국민은 참으로 행복하게 보인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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