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조 신우철 조교사
- 조경호 기수, 34조의 모든 것을 물려줘도 아깝지 않을 만큼 기대대로 성장

‘하비동주’, 2003년 코리안더비(GⅠ) 우승마다. 그러나 기자는 마명 뜻에 대한 기억이 더 선명하게 남는다. 34조 신우철 조교사가 관리했던 마필로 그 뜻을 물어보자 대답은 간단했다. “여름엔 날고, 겨울엔 뛴다” 뜻을 알고 난 이후에는 좀 시시하다란 느낌도 있었지만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그것이 바로 진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1977년, 더 이상 경마장과는 인연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던 신우철 조교사는 운명의 부름이라도 받은 듯 선친에 이어 다시 경주마와 관계를 맺게 됐고, 30년이란 시간이 지난 지금 「최고」라는 수식어만이 그를 표현할 정도로 우리나라 경마사에 큰 획을 그었다.
여기에 바로 하비동주와 같은 정신이 있었기에 모두가 의심을 하지 않는 우리나라 경마 최초의 1000승 조교사 탄생을 그에게 기대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앞으로 꿈 요? 국산마로 그랑프리를 제패하는 것입니다. 국산마 수준 향상이 조교사로서 할 수 있는 우리나라 경마 발전의 한 부분이 아니겠습니까?”란 그의 야심찬 목표에 국산마의 밝은 미래까지 보인다.
김대유 기자 dykim@krj.co.kr


- 한국 조교사로서는 최초로 900승 고지를 밟았다. 감회가 남다를 텐데
▲ 사실 마사회에서 정확한 집계가 되지 않아서지 은퇴한 박원선, 박덕준 등 선배 조교사들이 이미 달성한 승수인 걸로 알고 있다.
현재 발표되고 있는 승수는 경마자료가 전산화되기 시작된 1985년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데 이것이 앞으로 우리나라 경마 역사에 남는 자료라면 아마도 나는 행운아가 될 것이다.
모든 분야가 그렇듯이 최초로 무엇인가가 된다는 것은 영광이 아닐 수 없고, 모든 경마 팬과 관계자들이 기대하고 있는 1000승 달성을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 지난주도 마필 구매 차 호주에 다녀온 것으로 안다. 수십 년 동안 외국 출장을 다니면서 특별히 느끼는 점이 있다면
▲ 경주마 출산에서부터 관리 그리고 경주 데뷔까지 확실히 우리나라보다는 좋은 인프라 구축되어 있음을 나갈 때마다 느낀다. 인프라란 시설뿐만 아니라 인적 자원도 포함된다.
시설의 경우 마사회나 민간 목장에서 많은 투자가 이뤄져 나름대로 경쟁력을 보이지만 아직 인적 자원은 미비한 수준인 것 같다. 이 부분은 은퇴 후라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 외국 경매 시장에서 우리나라 경마를 보는 시각은 어떠한가
▲ 상당히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예전 같으면 한국에서 말 사러 왔다면 조금은 경시하는 경향도 있었고, 썩 좋은 말도 내놓지 않았지만 지금은 좋은 말로 서로 간의 경쟁 속에 우리나라를 유치하려고 한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경마의 저력은 세계가 인정해주고 있고, 발전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

- 1990년 대 초반, 마방의 국산화를 시도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외국산마가 주류였던 만큼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 두 가지 때문이었다. 첫 번째는 마사회의 장기적인 경주마 정책이 국산마였기 때문에 당장은 손해를 볼 지라도 앞으로는 국산마 시대가 열릴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또한 당연한 정책이었기에 적극 동참하고자 하는 의지도 있었다. 두 번째는 당시 도입되었던 외국산마는 외국 현지에서 뛰다 온 마필이었기 때문에 아무리 우리나라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 할지라도 조교사로서 큰 자긍심을 갖지 못했다. 성격 탓이었던 것 같다.
이런 이유로 인해 다른 조교사들보다는 빨리 국산마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고, 잦은 제주도 출장으로 인한 현지 생산자들과 좋은 유대 속에 마방이 빨리 정상화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 국산마 초기 단계부터 현재까지 무수히 많은 정상급 마필들을 배출해 냈다. 이들 간의 능력 차이를 비교해 본다면
▲ 국산마 초기 단계를 1980년대 말이라고 봤을 때 20년 정도의 세월이 흐른 것 같다. 그 동안 많은 투자가 이뤄진만큼 수준 향상은 분명히 됐다.
문제는 어느 정도냐가 되겠는데 개인적으로 투자에 비해 그 성과는 만족할 수준이 아니라고 본다. 이 정도의 투자와 시간이면 현재 도입되고 있는 외국산마와 엇비슷하거나 버금가는 수준이 되어야 할텐데 아직 기량 차이는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 부산과의 통합 경주 이후 계속 서울 말들이 고전하고 있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 여러 가지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경주마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먹는 사료와 경주로 구조가 아닌가 생각한다. 부산의 경우 서울보다 더 많은 관리비를 마주들이 지급하는만큼 아무래도 더 많은 영양 섭취가 이뤄질 것이며 경주로 구조는 서울보다 더 긴 결승주로 150m가 마필들을 더 강하게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문제는 어렸을 때 무리한 마필은 경주로마로서 장수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이는 이미 서울에서도 여러 차례 검증되었고, 앞으로 우리나라 경마가 풀어나가야 될 과제가 아닌가 싶다.

- 아직 34조 마필들은 통합 경주에 출전하지 않았다. 계획은 있는가?
▲ 사실 올해 코리안더비에 ‘붕정만리’를 출전시키려고 했지만 서울의 각 마방에서 적극적인 참여 의지를 보여 승군 점수에서 밀리며 결국 8두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그러나 올 가을에 펼쳐지는 농식품부장관배는 다를 것이다. 충분한 승군 점수 확보와 함께 장거리 적응력도 배양해 나간다면 좋은 승부를 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대대로 명 조교사 가문이다. 후대에도 가업은 계속 이어나가는가
▲ 아들이 있긴 하지만 경마 쪽 분야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사실 나 스스로도 마사회의 제의가 없었다면 평범한 회사원이었을 것이다. 본인만 원한다면 언제나 환영이지만 현재 상황을 봐서는 그럴 가능성이 없을 것 같다.

- 조경호 기수를 신인 시절부터 지켜봐 왔다. 평가를 한다면
▲ 조교사 이전에 기수 양성소 교관이었다. 조교사가 경주마를 만든다면 교관은 기수를 만든다고 할 수 있는데 교관으로서의 첫 번째 작품은 영예 기수 1호인 김명국 조교사가 아닌가 자부하고 있다. 그리고 두 번째 작품이 바로 조경호 기수인데 주위에서는 조경호 기수를 최정상급 기수라고 하지만 아직 내 눈에는 90% 정도밖에 기량이 나오지 않았다고 본다.
그러나 데뷔 이후 8년 동안 기대대로 성장해 주었고, 지금의 추세라면 34조의 모든 것을 물려줘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기수는 물론 향후 조교사로서도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아직 그랑프리와 대통령배 우승이 없다. 마지막 목표일 것 같기도 한 데
▲ 조교사라면 누구나 우승을 희망하고 있는 대회들이다. 이중 개인적으로 꼭 달성하고 싶은 대회는 그랑프리로 외국산마의 우승이 아닌 국산마로 꼭 우승컵을 한번 안아보고 싶다.
여기까지 가려면 아마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이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이 조교사로서 한국 경마 발전에 이바지하는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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