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 ‘제2의 창업’ 선언, 박근홍 제9대 제주마생산자협회장

박근홍 제9대 제주마생산자협회장. 그는 임기동안 회원들의 대변인으로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또한 각종 교육과 세미나 등을 통해 농가 소득 창출에 앞장설 것이라고 했다.
작금의 제주 말산업 발전 동력 잃으면 오히려 위축될 상황 직면
‘생산자마주’ 배제…생산 농가 기반 흔들어 말산업 존립 위협
말산업은 일자리·농촌 소득 창출 목적…학생 위한 일자리 필요
말 생산·축산농민들도 경영 마인드 갖고 접근해 수익 창출해야
임기 중 협회원들 대변인으로 충실 노력 다짐…“적극 도울 것”


“조선 왕조가 국력을 기울여…또한 좋은 말을 생산하고 동북아시아의 여러 나라에 수출함으로써 제주도의 농경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한 제주마는 세계적으로도 특이한 포니(Pony) 품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정부는 1980년 전후로 사육 두수가 2,000여 두로 줄자, 제주조랑말이 멸종 위기라고 생각해 1986년 2월에 수말 9·암말 55두, 합계 64두를 천연기념물 제347호로 지정해 보호 육성 방안을 모색하게 이르렀다…제주도와 제주마가 어우러진 삶의 공간들을 통해 제주도의 자연 자원을 쉽게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 ‘제주의 말’ 전도사, 장덕지 제주마문화연구소장의 글 일부 중에서.

1986년 2월, 천연기념물 제347호로 지정된 제주마는 1990년 10월 28일, 제주경마공원에서 경주마로 뛰기 시작한다. 2000년 5월 15일, 제주특별자치도 축산진흥원이 제주마 등록 기관으로 지정됐으나 기초등록마의 혈통 불분명성 문제가 불거졌고 등록 관리 업무에 있어 부적절한 과정도 드러났다. 여전히 회자되는, ‘꿈바위’로 대표되는 제주마 경주 출전 상금 독식 문제도 있다.

2006년부터 제주마와 한라마의 논쟁이 본격 시작됐다. 경주 출전에 턱없이 부족했던 제주마를 대체하기 위해 서러브레드와 교배한 ‘제주산마’ 즉, 한라마 생산 농가들은 제주마생산자협회를 탈퇴해 제주경주마협회를 구성, 제주 말산업은 양분되기에 이른다.

그 지리멸렬한 과오의 시대가 올해 2월 17일 종식됐다. 제주특별자치도와 한국마사회, 제주마생산자협회, 한라마협회는 제주 말산업 상생 발전 합의를 이끌어냈다. 임기 종료를 앞둔 김상철 전 제주마생산자협회장 그리고 김상필 한라마협회장은 제주 말산업 발전을 위해 해묵은 이권 논쟁을 종식시켰다.

사실 에 대해 현장 일각에서는 ‘한라마 찌라시’라는 ‘웃픈’ 루머가 있지만, 언론의 중립적 지위와 역할을 포기한 적은 없다. 오래전부터 제주마생산자협회 및 생산 농가 관계자들과도 꾸준히 접촉했지만, 감정에 찬 일방적인 주장만을 되풀이해 기사화할 수 없었던 문제도 있다. 현장의 애로를 알리거나 심지어 협회의 중요한 행사를 홍보하는 사안의 중요성도 잘 인지하지 못해 기사화하는 데 애를 먹기도 했다.

말산업계 발전과 상생을 위해 이슈파이팅을 해오던 차, 제주 말산업 상생 발전을 위한 합의안이 통과됐고 주요 인사들을 중심으로 제주마에 대한 관심 환기 요청이 있었다. 한국마사회 제주지역본부 측이 10년 만에 마주 모집을 하며 ‘생산마주’를 배제하자 한라마협회와 제주마생산자협회는 공동 대응, 한층 화해 분위기도 무르익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월 22일, 제주마생산자협회는 정기총회를 통해 제9대 회장으로 박근홍 농업회사법인 골드홀스 대표이사를 만장일치로 선출했다. 한국승용마생산자협회 감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박근홍 제주마생산자협회장을 4월 8일 금요일 제주시 농어업인회관 2층에 있는 제주마생산자협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순환’이라는 그리고 ‘경영’과 ‘생산농가’라는 단어를 자주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 기자 말.

- 만장일치로 제주마생산자협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제주도에는 제주마와 한라마를 교류 생산하는 농가 250가구가 있다. 이 가운데 제주마를 생산하는 협회원은 150여 가구에 이른다. 협회가 태동한 지 20년 가까이 됐지만, 사업다운 사업을 제대로 못했다. 회원들이 함께 협조하고 단합할 수 있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국민이 진돗개는 알지만 같은 천연기념물인 ‘제주마’를 잘 모른다.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제주마가 새롭게 시작하는 원년이 되도록 준비하고 있다.

- 올해 어떤 사업을 구상 중인가.
우선은 제주마의 홍보다. 그리고 승용마로도 활용하고자 한다. 제주마는 온순하고 질병에 강하며 체고 125~130cm 정도를 보인다. 아이들은 포니, 한라마는 청소년, 제주마는 유소년이 타는, 한라마와 포니의 틈새시장을 기대한다. 또한 제주도와 한국마사회에 제주마 트레이닝 센터 사업안도 제출한 상태다. 기초 순치 과정을 조율할 수 있고 경주마로 데뷔하기 전 경주 능력 평가 등을 해 마주의 부담을 덜고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시설도 직접 운영하고자 한다. 6월에는 기존 경매 방식을 완전히 탈피해 마주가 원하는 경주마로 상장 요건을 별도로 하고 순수 마주를 상대로 경매하고자 한다.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 경매장에서 시설과 인력을 지원받아 새로운 경매를 시도할 예정이다.

- 협회원인 생산 농가를 위해서 특별한 사업도 구상했다는데.
생산 농가가 살 길은 홍보를 잘 하고 좋은 말을 생산해 수익을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익을 관여치 않고 무작정 사업에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 기업처럼 농가, 농민도 경영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협회 차원에서 과학·체계적으로 육성하고 경영 마인드를 도입해야 한다.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농가 교육과 세미나 신설, 경주 능력이 우수한 말 생산, 순치 조련 시설의 마련 등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마사회 육성지원팀과 5월부터 2~3개월에 걸쳐 제주마 육성 조련 1차 교육과 강의를 개설할 예정이다. 보건 교육까지 확대한다. 10월에 있을 제주마축제에는 대상 경주는 물론 제주 경주마 능력 향상을 위한 세미나를 제주도와 마사회와 공동 기획, 의견을 조율했다.

- 제주마 생산 농가의 애로와 현황은.
어렵다. 직접 현장을 보면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다. ‘생산마주(본지는 생산자 겸 마주, 생산자마주라는 표현 대신 생산마주라는 단어를 쓴다)’를 마주 모집 공고에서 배제해 기존 농가들이 말산업을 포기하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 종사자의 20%만 수익을 낼 뿐 30%는 본전이고 50%는 경영난에 허덕이다 사업을 접는 상황이다.
전문 승용마 도입도 올해로 4년 차인데 일손은 딸리고 각종 비용은 높고 판로와 수요는 없다. 사료값도 건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식용 역시 100% 포화 상태로 소비가 적어 어렵다. 승용마로 전환하는 한라마 생산 농가도 그렇게 될까 걱정이다. 평균 수명이 경주마보다 높은 승용마 사업은 ‘순환’이 잘 안 되기에 지루하고 힘든 사업이다. 계속 모니터링 하며 지원하고 판로도 열어줘야 하는데 한두 차례 지원만 하고 끝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농가의 현 상황을 외면하고 있다. 이제는 생산 농가가 직접 나서 어떻게 해야 살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지경이다.

- ‘생산마주’ 모집 배제 건을 두고 한라마협회와 공동 대응했다.
제주도 말산업 단체들이 ‘2020년’에만 매달렸다. 그간 이해관계로 충돌도 있었고 한라마협회와 반목 아닌 반목을 해왔으나 이제는 같이 상생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 특구 지정 3년차를 맞은 제주 말산업은 확장 기로에 서 있다. 10년 전부터 말산업이 전반적으로 하락세였고 지금은 정체 상태다. 지금 발전시키지 못하면 오히려 위축되는 상황이다.

- ‘생산마주’와 관련해 농가 반발이 거세다.
2006년에는 생산마주 24명을 선발했지만 올해는 아예 모집을 배제했고 일반 마주 30명만 선발했다. 10년을 기다렸는데 우리 생산자들, 농가는 희망이 무너졌다. 회원들이 협회에 와서 하소연해도 해결할 길조차 막혀 어쩔 수가 없었다.
생산자가 마주를 하고자 하는 건 좋은 말을 생산했는데도 안 팔리면 최소한 기른 말을 검증이라도 받고 싶기 때문이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생산자가 마주가 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마사회가 대승적으로 이 문제를 풀어 현재 180명에 그친 마주 수를 2~300명으로 확대해 마주들끼리 경쟁하고 판로도 개척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서울과 부산은 매년 신규 마주를 선발하는데 제주에서는 자격 미달인 마주가 현재도 종신직처럼 계속하고 있다.
말산업의 근본인 생산 농가의 기반이 흔들리면 경마 시행체인 마사회도, 전체 말산업도 존립 기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속적으로 생산마주를 선발해 서로 경쟁하며 산업이 순환될 수 있는 기틀이 필요하다.

- 미래 인재를 위한 일자리 창출에도 관심이 높다.
이곳 제주가 고향이다. 농과대에서 학사 그리고 경영학 석사를 하고 8년간 장교로 복무한 뒤 예편했다. 서귀포산과고에서 교사로 1년 생활한 뒤, D항공 호텔사업팀에서 예비군 중대장으로 있었다.
말산업은 일자리 창출과 농촌 경제 소득 창출을 목표로 한다. 젊은 청년들의 일자리를 왜 안 만드나. 도내 말 관련 학과가 4곳인데 졸업생들이 갈 곳이 없다. 관리사라도 하고 싶은데 일자리가 없다. 2~3년 뒤 졸업생이 쏟아지면 더 큰 문제다. 서귀포산과고의 강승욱 선생과 같은 분들도 청년 일자리를 걱정한다. 학생들이 안정된 일자리를 찾는 일을 보람으로 여기는 분들이다.
게다가 말 관련 분야는 전공을 바꾸기도 어렵다. 말산업이 선진화하기 위한 기초 역할을 할 아이들에게 전공에 맞는 일을 찾아주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관련 연구소도 제주도에 하나 없고 석박사 학위를 취득해도 갈 데가 없거나 승마 교관을 해야 할 처지다.

- 3년 전부터 졸업생 취업 문제가 지적됐다. 대안이 있다면.
렛츠런파크 제주 측이 마방을 늘리면 사회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본다. 부경은 1000, 서울은 1500여 개지만, 제주 마방은 500개다. 마방을 늘리면 조교사와 기수도 배로 필요하고, 관리사도 마방 별 4~5명씩 충원되기에 200여 일자리가 생긴다고 추정할 수 있다.
제주마의 자원이 적다. 2023년부터 제주마가 단독으로 경주를 뛰게 되는데 이에 대비해 마방을 늘리고 일자리도 늘려야 한다. 편성도 원활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한 달 주기로 경주가 편성되는데 제주에서는 심지어 1~2주 만에 뛰기도 한다. 말 학대이자 기수와 조교사들의 건강 문제도 얽혀있다. 모르는 게 아니라 알고도 이탓저탓하며 안 하는 게 문제다. 공기업이 투자해 말산업계가 순환할 흐름을 열어줘야 한다. 그래야 생산 농가의 숨통도 트인다. 말산업 바탕, 근간이 우리 생산자들이지 않은가. 유관단체의 애로도 듣고 함께 풀어야 한다고 본다. 대통령, 도지사가 우리 같은 사람들을 만나줄 지는 모르겠지만, 만날 수만 있다면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 승마도 오래 하셨다고 들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2006년 금융 위기로 은퇴하기 전부터 승마를 하면서 2두의 말을 구입했다. 퇴직 후 본격적으로 승마를 했다. 승마는 단지 레저스포츠가 아니라 말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전환하고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본다.
종사자들이 긍지와 자긍심을 가져야 말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 말산업은 사실 메리트 있는 산업이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진입해서는 안 된다. 신중해야 한다. 현재의 어려움을 보면 축산농민, 생산 농가 입장에서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이다. 감귤 파동이 일자 감귤 농민들이 도청을 찾아 항의하지 않았나. 궁극적으로 말 생산 농가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먹고살기 위한 희망을 줘야 하는데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임기동안 회원들의 대변인으로서 충실히 노력하고 대의적 측면에서 귀를 활짝 열고 듣고 도울 것이다.

▲박근홍 제9대 제주마생산자협회장. 그는 임기동안 회원들의 대변인으로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또한 각종 교육과 세미나 등을 통해 농가 소득 창출에 앞장설 것이라고 했다.
▲2014 제주마축제에서 제주마생산자협회가 축제를 찾은 관광객을 위해 말고기 시식회를 연 장면. 올해 제주마생산자협회는 각종 홍보는 물론 사업 확장으로 제2의 창업기를 맞이한다.
▲렛츠런파크 제주 내에 있는 제주마 체험장. 1986년 2월, 천연기념물 제347호로 지정된 제주마는 2023년부터 단독으로 제주 경주에 투입된다. 하지만 1990년 첫 경주 이후 자원 부족을 겪을까 관계자들은 벌써부터 걱정이다.
▲“제주도와 제주마가 어우러진 삶의 공간들을 통해 제주도의 자연 자원을 쉽게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가야 할 것….” 제주마의 미래가 ‘장밋빛’이기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 ‘생산마주’ 전면 도입, 승용마 사업 지원 등의 산적한 과제가 남아 있다.

이용준 기자

작 성 자 : 이용준 cromlee21@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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