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한국전쟁 당시 서부 전선 고랑포 전투에서 미(美)해병1사단 소속으로 활동한 명 군마 ‘아침해’(미국명 Reckless 레클리스. 이하 레클리스)가 60년 만에 고국에서 동상으로 재탄생한다. 경기도 연천군은 ‘레클리스’ 기념사업회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로빈 허튼(Robin Hutton·61) 여사와 레클리스 동상을 조각한 조셀린 러셀(55) 등 미국 참전용사 대표단 일행을 초청했다. 관계자들은 5월3일 오후 연천군을 방문해 ‘아침해’에 대해 증언했다. 방문단에는 미해병1사단 전사자 추모 사업을 하고 있는 박용주(78) 미 해병의집협회 회장과 참전 용사 5명도 포함됐다. 이들은 나흘간 일정으로 연천군 장남면 역사공원 내 미해병1사단 추모기념비 건립 예정지 등 격전지를 둘러보고 ‘레클리스’의 동상 제작을 위한 기금 모금 활동에 나섰다.

2012년부터 고랑포전투기념비 추진 계획을 수립한 연천군은 미국 현지에서는 현재 ‘레클리스’ 동상 제작을 위한 모금 활동이 본격적으로 진행 중인 것에 발맞춰 동상을 세우기로 했다고 밝혔다. 2017년 하반기에 ‘레클리스’ 추모비를 완공할 예정이며 준공식을 맞아 동상 기증자 및 관계자를 초청해 ‘레클리스’ 기증 동상 제막식을 추진할 계획이다. 내년 말까지 112억 원을 투입해 장남면 고랑포리 2800㎡ 부지에 한국전쟁 당시 장단~임진 지역 전투에서 사망한 미 해병들을 추모하는 추모공원과 고랑포전투 기념관을 조성할 계획이다.

‘레클리스’ 동상은 레클리스기념사업회와 미 해병의집협회가 모금을 통해 동상을 제작한 뒤 연천군에 기증, 군이 동상을 추모공원 중앙에 세울 예정이다. 소설 ‘레클리스’의 저자이자 기념사업회 추진위원장인 로빈 허튼 여사는 비록 오랜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고향 땅을 밟게 된 레클리스의 귀환에 대해 감개무량하며, 이를 통한 한미 우호 교류 강화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며 방한에 앞서 전화를 통해 연천군에 전해 왔다.

레이싱미디어가 발행하고 있는 ‘말산업저널’은 2013년 창간 기념 특집으로 경주마 출신의 군마이자 미 해병 하사관으로 1997년 세계 100대 영웅에 선정되기도 했던 ‘레클리스’를 집중 조명한 바 있다.

‘레클리스’는 1952년 연말 탄약수송병으로 전선에 투입된 이후 1953년 3월 경기도 연천에서 벌어진 미해병1사단과 중공군의 전투에서 닷새간 무려 51차례나 험한 산길을 ‘무모하게’ 오르내리며 포탄과 탄약을 운반했다. 정전 협정 후 소속 부대원들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레클리스’는 무공을 인정받아 미 정부로부터 미 대통령 표창장·국방부 종군기장·퍼플하트 등 5개의 훈장을 받았다. 2013년 7월에는 한국전쟁 정전 협정 6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국립해병대박물관 인근 셈퍼 필렐리스 공원에 실물 크기의 동상이 세워졌다.

국내에서도 이 군마를 주제로 한 다채로운 연극 문화 공연 및 『달려라, 아침해!』 저서 발간이 이어지는 등 우리 말 문화의 핵심 콘텐츠로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전쟁 영웅으로 지나치고 묘사됨으로써 전쟁을 미화시키는 측면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선에서 무모하리 만큼 위험한 일을 해내는 과정에서 ‘레클리스’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레클리스는 6.25 전쟁 발발 당시 신설동경마장(경성경마장)에서 활동하던 경주마였다. 전쟁과 함께 경마는 중단이 되었고 경주마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레클리스’의 본 이름은 ‘아침해’였고 마주는 김흑문이었다. 김흑문 마주는 전쟁초기 지뢰를 밟아 장애인이 된 누이 김정순에게 필요한 의족을 구하기 위해 미 해병대에게 250달러를 받고 판매했다. 당시 미 해병 1사단 5연대 무반동화기소대 에릭 피터슨 중위는 ‘아침해’를 발견하고 군마로 팔 것을 제안해 구매하게 되었다. 미 해병대는 정전 후 이 군마를 미국으로 데려가 전쟁영웅으로 만들었다. 어찌보면 동족상잔의 비극이 낳은 처참한 문화이기도 하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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