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의사 표명 후 본지에 첫 심경 고백…김상필 제4대 한라마협회장 인터뷰

김상필 제4대 한라마협회장은 “과거의 구태의연함과 단절시킬 것”이라며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을 인용했다. 우리 말산업계 과거는 늘 반목과 투
협회장직은 봉사직…공개 석상에서 밝힌 것처럼 ‘연임’ 없어
한때 ‘극단적’ 생각도…그들도 희생자이기에 더는 탓하지 않아
보조금 집행 투명하게 처리 자신…이제는 효율적으로 집행해야
전임 예우 등 서운했던 점 이해하지만 관행에 발 묶일 수 없어

한라마협회 창립 정통성 부정하는 사람들과는 같이 갈 수 없어
과거 답습하는 악순환 끊어야…각종 사업 정책 난항 안타까워
분란 그만하고 제주 말산업 발전 위해 단합·정상화해야 할 때
비대위에 임시총회 요청…재신임 여부 떠나 책임 묻고파

“아버지, 전 지금 당신에게 몹시 실망하고 있습니다. 그 실망은 분노에 가깝습니다. 제 기억에 남아 있는 그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 당신은 차라리 남이었습니다. 제발 친구들에게서 가족으로 시선을 돌려 당신의 자리를 찾아 주십시오.”

1996년 발표,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김정현 작가의 장편소설 『아버지』에서 주인공 한정수의 딸 지원이 쓴 편지 일부다.

『아버지』에서 주인공 한정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살았지만, 암에 걸리고 직업도 잃고 가족으로부터 소외된다. 그는 결국 가출을 결심한다. 뒤늦게 그의 일기장을 발견한 가족은 그가 얼마나 가족을 사랑했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물질만능주의 사회에서 소외된 아버지의 가출 사건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족의 의미를 되짚었고, 화해의 기폭제가 됐다.

한정수의 친구로 그를 진료했던 남 박사는 정수의 현재 삶이 비참한 생존의 몸짓이라고 했다. 꿈과 희망, 내일이 있어야 가치 있는 인생이기에, 자존심 하나 지키려 살아왔기에, “부끄럽고, 비겁하고, 유치하고, 더럽지 않으려고, 치사하지 않으려고, 그것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으로” 아버지들은 이나마도 꼿꼿이 살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한다.

‘아버지’ 한정수는 유서와도 같은, 아내에게 쓴 편지에서 아이들을 사람 냄새가 나는 사람으로 잘 길러달라고 당부한다.

“사람 냄새가 그리운 적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르오. 당신과 아이들이 사람 냄새를 그리워할까 염려되오. 그러나 둘러보면 많이 있을 거요. 그래서 나는 이제 마음 놓고 눈을 감을까하오. 메마른 이 세상, 우린 사람으로 남읍시다. 사람 냄새가 그리우면 또 만납시다. 정말 사랑했소.”

모든 인간은 스스로 나지 않았다. 창조주가 있는지 없는지는 몰라도, 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의 아버지…‘혈통’과 ‘족보’, ‘역사’가 있었기에 우리는 어찌 됐든 존재한다.

최근 말산업계에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했다. 발 달리지 않은 말은 빛보다 빨라서, 사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쉬쉬’하는 사안이다.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현상은 그 실체의 전부일 수 없다. 오래전부터 그 실체에 주목하며 취재했던 기자는 ‘팩트’가 무엇인지, ‘가공된 팩트’를 만들어 낸 ‘배경 팩트’가 무엇인지 알려야 할 의무를 저버릴 수 없었다.

핵심 당사자인 그의 전화기는 꺼져 있었다. 매일 출타해 돈 벌어오는 아버지처럼, 한정수처럼 그는 ‘가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 못 해먹겠다”고 한 것처럼, 최근 들어 그는 “마음이 허탈하다”, “염증이 나고 지친다”, “인간적인 모멸감을 느낀다”라고 자주 말했었다. 혹 무슨 사달이 날까 걱정됐다. 그런 그 역시, ‘가족’을 향해 한정수의 일기 같은 글을 남겼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저는 지난 6년 동안 회장직을 맡아오면서 부족한 역량으로 최선을 다했습니다만, 이번 불미스러운 사태로 인해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항간에 협회장 자리를 권력이라고 생각하고 마치 제가 더 회장직을 할 것처럼 공공연한 헛소문으로 인해 내부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제게 있어서 한라마협회장 자리는 권력이 아니고 봉사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분명히 공식적인 이사회에서, 총회에서 연임 불가 한다는 걸 밝혔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오해가 일어나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습니다. 6년 전 빈약하디 빈약한 협회를 열심히 일구어 한라마의 위상을 높이고자, 부족한 역량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지금 협회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분란은 제주 말산업 발전과 한라마를 위해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제가 협회장을 수행하면서 법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법적 처벌도 기꺼이 감수하겠습니다. 하지만 제주마생산자협회 회원을 감사로 선임해서 같이 가겠다는 기가 막힌 발상은 협회 정체성을 걸고 반드시 지켜내고 싶었습니다. 수십 년간 제주마 부당성을 걸고 싸웠던 협회 역사를 무시한다 치더라도 아직도 기초등록마 제주마 종마 허용 문제 등 민감한 사안도 남아있는 지금, 헙회 정체성과 자존심의 걸려있기 때문입니다. 늘 협회장하면서 봉사직이라고 생각하는 제가 또다시 연임을 생각하는 게 제 자신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확고한 결심이 선 지는 오래전부터입니다. 이제 모든 분란을 멈추고 한라마와 제주 말산업 발전을 위해 단합해주시길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그는 분명히 말했다. 회장 임기와 관련한 정관을 개정하는 건, 차기 회장의 업무 효율성을 위한 것이지 자신의 ‘연임’과는 상관없다고. 차기 회장직에 나선다면, 그건 사무국에서 일억 원 이상의 판공비를 줄 때나 가능하다고. 즉, 차기 회장직 ‘욕심’이란 절대로 없다고. 지난 4월 8일 열린 한라마협회 정기총회 및 12주년 기념행사, 공식적인 자리에서 말이다.

그는 분명히 말했다. 그저 한라마가 좋아서 국제 교류도 하고 브랜드화하고 싶었기에 진정성을 갖고 일했다고. 소통이 부족하고 독선적이었다면, 죄송하다고. 이 사업에 의욕을 갖고 함께할 분들이 있다면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지금까지 쌓아왔던 노하우와 시스템 등을 제공해 도와줄 수 있는 일은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4월 9일 열린 한중말산업교류회 정기총회 때였다.

이후 그는 오랫동안 침묵했다. 평소 협회를 위협하는 외부 정책이나 사건이 있다면 논리적으로 즉각 대응하던 그였기에 의외였다. 그 누구도 ‘침묵’의 무게는 쉽게 견딜 수 없다. 침묵을 깬 건 가족도 아닌… ‘옆집 남자’였다. 저 집안은 콩가루 집안이다, 집안 기강이 제대로 안 잡혔다, 가족이라는 게 어쩌면 저럴 수 있는가 하며 감 놔라 배 놔라 하니 가족도 혹했다. 답답한 아버지가 싫어 먼저 집을 나간 자식들도 가세했고, 아버지의 아버지인 할아버지까지 자식 단속 제대로 못 했다며, 우리를 대신해 자식 놈을 혼내주라며 집 나간 ‘아버지의 방’을 내줬다. 저들도 한 가정의 가장이면서, 자기 일 하나 제대로 못 하면서 아버지를 남으로 치부하고 그에 대해 왈가왈부한다. 뼈 빠지게 고생해 사글세에서 시작한 살림을 키웠고, 이제야 번듯하게 자기 집을 마련하자 아버지를 쫓아내고 안방 차지하기에 여념이 없다.

가족의 몰이해와 성화에 못 이긴, 소외된 아버지는 어떤 심정일까. 그가 오래 침묵한 것은 모든 문제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면 협회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 아닐까. 가정의 해체만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 아버지 내면의 본능적인 외로움을 가족 구성원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다시 만난 그, 모든 문제의 중심에 선 그, 집 나간 그 아버지를 어렵사리 찾았다. 평소와 달리 인터뷰를 몇 번 거절했었다. 평소처럼 겸연쩍은 얼굴이었지만, 끊었다던 담배를 다시 물고 있었다. 항간에서는 친분 있는 기자를 통해 언론플레이를 한다지만, 만약 그에게서 그런 ‘냄새’를 맡았다면 본 기자 역시 ‘남’이 되어 남아 있는 가족에 가세했을 것이다. 6월의 첫날, 제주 모처에서 김상필 제4대 한라마협회장을 만났다. - 기자 말.


현재 한라마협회는 비대위(위원장 고상윤 상임부회장) 체제로 운영 중이다. 사건의 전말을 요약하면 이렇다. 김상필 회장은 5월 18일 정기이사회를 한 후 이사회에 사표를 제출하겠다며 공식적으로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한라마 기초등록증 샘플이 제주마 등록증을 흉내 냈다는, A 씨의 발언 때문이다.

“이사회가 끝난 후 집에 와서 생각했다. 인간적 모멸감을 느꼈다.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역사 있는 한라마협회가 그리 무식한 집단인가, 그 등록증을 만들기 위해 고생했던 단장과 교수진이 무식한가. 그간 무엇을 위해 일했는지 회의가 들었다. 협회원들을 위해, 한라마 브랜드화를 위해 중국 시장도 찾고 교류회도 만들며 일했고 내 돈 들여가며 고생했는데…. 이번 사건을 보면서 나 자신이 멍청하고 바보같이 느껴졌다.”

사건은 더 거슬러 올라간다. 4월 있었던 정기총회에서 A 씨는 협회 명칭 및 정관 개정 문제의 등록 보고라든지 심지어 이사한 협회 주소 등이 명확지 않다며 시시콜콜 문제를 제기했는데 협회 B 부회장의 천거로 갑작스레 감사로 선출됐다. A 씨는 한국승용마생산자협회(회장 이영윤) 제주지부장이기도 하며 제주마생산자협회(회장 박근홍)에서 종마 한 두를 관리하고 있다.

협회 감사가 된 A 씨는 이사회 등을 통해 추가로 한라마 스터드팜의 문제, 보조금 등 예산 사용 내용 문제 들을 지적하고 나섰다. 의결권은 없지만 발언권, 이사회 및 총회 개최권까지 막강한 직무 권리를 가진 감사다. 성실히 봉사할 것을 맹세해 감사직을 수락했다는 A 씨는 개인적인 생각에 억 단위의 사업을 하는 협회가 적자 운영을 한다는 사실에 허탈감이 생겼다고 했었다.

그런 A 씨가 5월 27일 열린 긴급 이사회에서 회원 자격이 제명됐다. A 씨와 그 주변인들은 김상필 회장이 사퇴 의사를 밝히며 A 씨의 발언을 문제 삼은 건 A 씨의 명예를 실추시킨 일이고, 이사회에서 감사를 제명한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심지어 김상필 회장이 뒤에서 이사들을 조종한 일이라고까지 했다. 그런데도 김상필 회장이 ‘사죄’만 한다면 아무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A 씨를 감사로 선임한 것은) 화합과 대승적 차원에서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문제를 확산하면 자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적절한 언행과 협회를 비하하는 발언에 심한 모멸감을 느꼈고, 회장으로서 (감사 선임을 인정한)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판단해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협회 설립 목적과 품위 유지에 위반하는 발언을 넘어 조롱하는 언사는 참을 수 없었다. 향후 협회를 운영하는 데 안 좋은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 선택해야만 했다. 사업비가 없어지고 공중분해 되는 한이 있어도 정체성과 명분 있는 협회를 유지하는 일이 우선이었다.”

얼핏 보기에는 감사 역할에 ‘충실’한 A 씨가 부담되자, 협회 측이 그를 제명한 것처럼 보인다. 타 협회원이 한라마협회의 감사나 부회장직을 겸했던 역사적 사실도 분명 있다. 또한 명확히 적시하자면, 김상필 회장과 박근홍 제주마생산자협회장 역시 A 씨의 소속 문제가 협회 간 분란이나 문제를 일으키는 것처럼 비치는 일을 절대적으로 조심하고 있다는 것.

이제 막 발걸음을 뗀 우리 말산업계에 ‘미숙’하지 않은 협회가 어디 있는가. 어떤 협회도 자유로울 수 없다. A 씨가 지적한 것처럼 정관을 변경하고도 신고를 제때 못하거나 핵심 멤버로 일해야 하는 직책에 있는 사람들이 ‘자리’에만 연연해 뒷짐만 지고, 달랑 한 명 있는 사무국장 혼자 막중한 업무들을 처리하고, 월급도 못 받는 회장이 협회 살리겠다고 직접 나서서 동분서주하는 일은 다반사다. 우리 말산업계 현재 자화상이다.


더 솔직해지자. 왜 지금 와서 ‘한라마협회’인가. 제주도청과 제주마생산자협회와 아웅다웅하며 관행적 싸움만 일삼았고,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던 단체였다. 제주 말산업이 발전하려면 자성해야 한다며 도와 타 협회 등과 화해 무드를 조성하는 데 성공했고, 보조금의 투명한 관리는 물론 연 5억 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받아 명실공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승용마 대표 협회로 만들었던 건 김상필 회장에 이르러서다. 항간의 소문처럼 한라마의 승용마 전환 협약의 파기와 그 배후 팩트는 둘째 치더라도(반드시 취재해 밝히고자 한다-기자 말), 이번 사안의 핵심 문제는 A 씨가 공공연히 지적한 것처럼, 보조금 집행과 사무국 운영에 있어 ‘위법적’ 행위가 있었는지다.

“내 목장에 가지도 못하면서 회원 농가의 이익 증진과 협회 발전을 위해 만들어왔던 일이다. 그걸 잘 아는 사람들이 이제는 나를 보조금 횡령범으로 몰아가고 있다. 사퇴 의사를 밝히자 혈통 정립을 위해 함께 작업하고 고생했던 사람들, 지난 10년간 제주마 기초 등록 문제의 부당성을 외쳤던 전·현직 임원 일부가 (A 씨의 문제 제기 등에) 동조하고 나섰다. 동조를 넘어 SNS에 헛소문까지 퍼뜨리고 있다. 고의적인 흠집 내기다.
보조금 사업은 처음부터 사무국에 특별히 투명하게 운영하라고 지시했다. 투명한 정도를 넘어 효율적으로 집행해야 한다고 특히 당부했었다. 협회 차원에서 승마 저변 확대를 위해 경매와 유소년대회도 열고 대대적으로 지구력대회를 개최하는 등 말산업 발전을 위해 예산을 집행했다. 5억 원 이상의 사업비 가운데 14년에는 20여만 원, 작년에는 60여만 원 정도 환수 조치했다. 지구력대회 때 약간의 사고로 구급차를 부른 일이 있었는데 그분들에게 위로차 상품권을 드렸으나 그조차도 도에서는 안 된다고 해서 환수 조치한 경우다. 대회 상금도 일부에서는 대폭 늘려야 한다고 했지만, 보조금 규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15%밖에 쓸 수 없었다. 내가 쓰고 싶다고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다. 이 문제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데 참 아쉽다.
억대의 보조금을 받는 협회가 마이너스 운영을 한다고 지적하는 건 결국 협회장이 보조금을 유용했다는 의혹 제기 아닌가. 처음 회장으로 부임했을 때부터 마이너스에서 시작했다. 운영비, 인건비, 사무실 임대료, 경조사비 등이 드는데 각종 사업을 진행하고 협의하며 지원받아 협회를 성장시켰다. 보조금 유용 의혹을 제기하는 측의 주장대로라면 억대의 보조금을 받았으니 협회 운영비로 쓰라는 것 아니냐.
평소 보조금 유용이나 횡령은 세금을 내는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국가에 저지르는 중대한 범죄로 생각하고 있다. 마치 내가 지역사회에서, 말산업계 보조금을 유용한 것처럼 사실이 아닌 내용을 싸잡아 허위유포한 사람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묻고자 한다. 집행하면서 서류상 오차가 있다면 법적 처벌을 감수할 수 있지만, 팩트도 아닌 걸 팩트로 몰아가고 사람을 중대 범죄자로 몰아가는 건 향후 협회 활동을 위해 책임 물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공허함, 허탈함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극단적 생각까지도 했을 정도였다. 그래도 (그들의 주장이) 진실이 아닌 걸 아는 사람들 덕분에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

그는 협회를 대표하는 회장이지만, 그 자신이 곧 협회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 2남 1녀를 둔 가장이기에 아버지 역시 가족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밖에 나가 늘 소통하고 진정성 하나로 일했지만, 돌아온 건 그를 이해 못 하는 아내의, 자녀들의, 심지어 자기 아버지의 ‘투정’이다. 주변에는 늘 가족 같은 사람들이 많았지만, 하나둘씩 떠났고 등을 돌렸다. 독선적이라며, 가족과는 소통하지 않는다며, 왜 가족은 내버려뒀냐는 것이다.

사실은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 문제도 더 확대될 수밖에 없었다. 몇 번씩 다짐하고 공개석상에서 밝혔건만, 김상필 회장이 차기를 노린, 꼼수라는 반발까지 있었다. 심지어 이사회를 조종해 A 씨를 제명했다고도 했다. 사정을 잘 아는 가족이 말이다.

“27일 열린 긴급이사회에서 14명의 이사 중 10명이 찬성하고 4명이 반대해 A 씨를 회원 제명했다고 들었다. 반대한 이사 중에는 내가 선임한 분들도 있었다. 이사진은 사회에서 성공한 분들, 한라마가 좋아서 함께하는 분들이다. 내가 이사회를 조종한다는 모욕적인 발언부터 사과해야 한다. 이는 또한 협회 이사들에 대한 모독이다.
정관에 따르면 감사 제명은 총회 승인을, 회원은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최종 심의 의결기구는 총회니 임시총회를 개최하라고 비대위원장에 건의할 것이다. 보조금 집행 내용을 밝히되 회원 제명 건, 회장의 사표 수리 건 여부를 떠나 먼저 잘못된 정관을 적용했는지 회원의 의견을 묻고 싶다.
(전·현직 임원들이) 섭섭한 부분, 있을 수 있다. 보조금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다. 잘못되면 협회 차원에서 환수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도청 공무원을 불러 교육까지 실시했었다. 사무국이 보조금 관리를 철저하게 하면서 전임 예우를 안 해 불편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나조차도 보조금 카드를 안 갖고 다니는데 이런 거로 불편함을 느껴 사임하고 전·현임 국장과 문제가 생기는 건 이해할 수 없다.”

그에게 한라마는 가장으로서 가족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단지 사업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생명이 달린 밥줄이었으며, 객들을 위한 ‘사랑방’이기도 하다. 선대의 유산 탓에 물러날 곳이 없었지만, 최대한 협의를 끌어냈다. 출혈이 컸지만, 혼자 감수하고 짐을 짊어지고 화합을 위해 물러날 것을 생각했다. 도와 마사회, 타 협회 등 외부는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제 밥그릇 챙기기 바쁜 가족 구성원은 “아버지 탓이다”, “아버지 때문에 우리 집안이 풍비박산이 났다”며, 투정이다.

제삼자가 단순히 본다면, 본심을 드러내지 않은 의혹 제기에 제 발 저린 감정싸움이고 결국은 내홍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늘 ‘진흙탕’이다. 고여서 썩은 물을 장마지게 해 물갈이해도 근본 토양이 바뀌지 않으면 물은 또 썩기 마련이다. 태생적 한계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식의 의혹 제기가 이제 말산업계 그리고 이제는 과오를 정리하고 새 시작을 하려는 연약한 협회를 건드렸다. 온갖 흠집은 다 내놓고도 되려 ‘사죄’만 한다면 무마한다는 건 또 무슨 말인가. 그래서 리더십 없고 포용성 없는 사람으로 오해받으면서도 김상필 회장은 ‘똥고집’으로 비칠 수 있는 ‘자존심’, ‘정통성’을 포기할 수 없다.

“지금은 아무것도 못 하고 그간 돌보지 못했던 말들을 돌보며 목장에서 소일하고 있다. 아버지 때부터 키워왔던 말들을 보며 이제야 왜 사람들이 말에게서 위안을 얻는지를 새삼 느낀다.
다른 특구들은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데 제주도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를 못하고 있다. 제주마는 경주마로, 한라마는 승용마로 육성한다는 방향이 세워졌으니 농림축산식품부와 상의해 생산장려금 지급, 트레이닝 센터 건립은 물론 축진원과 얘기됐던 한라마 농가에서 제주마를 키울 수 있게 하는 등 각종 정책을 준비하던 중 내분으로 모두 좌절된 상태다. 안타깝다. 협회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생긴 성장통이고 모든 문제는 회장의 부덕이라 생각하고 있지만…. 분란을 멈추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비대위에 건의해서 임시총회를 열고 신임을 묻고자 한다. 이렇게 호소하는데도 계속되면 모든 걸 포기하고 규정대로, 법대로 갈 수밖에 없지 않은가. 풀어나갈 방법은 결국 정관대로 움직이고, 법적으로 갈 부분은 법적으로 가고 충돌된 부분은 규정대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라마협회가 탄생한 배경은 2020년 제주마의 경마 단독 시행에 반발해 2006년 제주경주마생산자협회를 탈퇴하며 시작했다. 제1대 정완모 회장부터 4대인 지금의 나까지 한라마를 브랜드화하고, 생산 농가에 희망을 주고자 활동했다. 거들떠보지도 않던 협회였으나 조직이 커지고 사업비가 많아지니 사람들이 욕심을 낸다. 회장이 하고 싶다면 회원들에게 평가받아야지 전임 회장을 비판하면 자기 토대가 확보된다는 건 구태의연한 정치 논리다.
지금의 논란은 본질을 벗어났다. 회장의 정무적 판단으로 협회를 비하하고 무시하는 제주마협회 핵심 회원을 감사로 계속 갈 건지 말 건지의 본질을 제쳐두고 회장 연임 유무를 논하는 논란은 지극히 주관적 감정이 개입된, 비정상적인 논란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과거의 구태의연함과 단절시킬 것이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신채호는 『조선상고사』에서 ‘역사를 잊은 민족은 재생할 수 없다’고 했으며 언급된 말은 윈스턴 처칠의 말이다. 맥락은 같다-기자 말)”고 했다. 회장 임기와 관련해 정관을 개정하며 이사회와 총회에서 수도 없이 연임하려는 게 아니라고 했는데도 불순한 이야기가 오가는 건 불편하다. 지금까지 버티는 건 한두 사람이라도 진실을 믿고, 결국 진실은 밝혀진다고 위안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 나간 둘째 아들, 유산을 탕진하고 돌아올 그 탕자를 기다리는 심정인 걸까. 대가를 바라고 순종하는 척했던 첫째 아들의 불평도 받아들이는 걸까. 기자의 계속된 질문에 그는 “협회를 흔드는 일”이라며 품 떠난 제 ‘식구’를 감쌌다. 그저 자신이 부족해서 사태가 발발한 것이고, 그들도 결국 피해자라고 했다. 모든 상황을 다 알고 있고 왜 그러는지도 이해한다며 “모든 걸 다 알면 편해진다”고 말할 정도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모든 걸 다 알면서 눈감아준 아버지의 모습이다.

그를 처음 봤을 때가 선명하다. ‘2013 제주오픈지구력승마대회’가 열린 11월 16일, 제주승마공원에서였다. 시커먼 얼굴에 후줄근한 양복 차림으로 연신 담배를 피웠고 사람들을 따라다니는, ‘회장’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촌티가 났다. 내실도 없으면서 사무국을 부리거나 마치 VIP라도 되는 양 거들먹거리는 타 단체장들과 달리 혼자서 동분서주하니 누구나 우습게 볼만했다. 게다가 선대의 유산으로 정부와 마사회에 ‘찍힌’ 협회장이라는 태생적 한계도 안고 있으면서도 되려 기자에게는 “편협해서는 안 된다”, “중립성, 객관성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 일침하기도 했고, 함께 일한 사람들에게는 일일이 “고맙다”, “수고했다”, “미안하다”고 말했다. 진정한 리더, 포용력 있는 리더의 모습이다.

“모든 책임은 결국 ‘대표’에게 있다. 창피하고 부끄럽다. 부족하니 (이번 일을 통해) 많이 배우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저들이 사과를 요청했는데, 사과도 할 수 있고 어우르며 달랠 수도 있다. 유종의 미를 거두라고 주변에서 충고도 한다. 회장이기에 덮고 넘어가고 양보하는 일은 천번만번 할 수 있지만, 사람이기에 인격적인 모멸감을 느끼고, 부도덕한 집단의 수장으로 몰아가는 건 아무리 고민해도 양보할 수 없다. 비겁하게 현 상황을 조종하는 세력이 눈에 보이는데 내 손에서 끊지 못하면 계속 답습되리라 판단했다. 그들도 결국 어쩌면 피해자, 희생자일 수 있지 않은가. 한라마가 브랜드화되면 뭐하는가. 늘 이권 다툼이나 하는 협회로 외부에 비친다면 결국 한라마의 미래는 없다.
순수하게, 말산업 발전을 위한 소명 의식이 있어야 한다. 매 맞고 상처받는 건 내 손에서 끝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후임도 똑같은 일을 반복하게 된다. 시대는 바뀌었는데도 사람은 안 바뀐다, 바뀌어야 한다. 보조금, 한라마협회에 대한 개념도 바뀌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


초기 주변에서는 ‘한라마’ 문제를 다루면 결국 머리 아프고 득도 될 것 없다고 종종 조언했다. 그 단체는 만날 싸움만 한다는 것이고 한라마는 결국 잡종이기에 사라질 것이라고도 했다. 4년이 지난 지금, 그 위상은 얼마나 달라졌는가. 하지만 역사의 과오는 반복된다. 대한민국 대표 승용마 브랜드로 육성하겠다는 협의가 무색하게 제주도와 마사회는 줄다리기하고 있다. 머리 아프고 책임 공방에서 자유롭지 못할 주제고 성과도 당장 낼 수 없을 것이니, 게다가 협회는 내홍에 휩싸였으니 부담을 느낄 만도 하다. A 씨 측은 협회에 14·15년도 보조금 집행 내용을 정보 공개 요청한 상태고 형사고발까지 고려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곧 열릴 한라마협회 임시총회에서는 또 얼마나 시끄러울까. 한라마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협회가 공중분해 돼 말산업이 역주행한다 해도 제주마 단독 경마 시행은 변함없고 이권은 또 누군가에게 넘어가고, 순환 보직 담당자들은 연명하고 말산업계 전체 공동체, 그 가족 구성원들은 늘 그랬듯 또 잊을 것이다. 하지만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 말산업의 현재를 기록하는 ‘펜’이 한라마처럼 성장하고 있다는 것. 글쎄, 장마가 진다면, 쓸려나갈 고인 물은 어떤 ‘물’일지 자못 궁금하다. 후대의 평가는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내심 기대된다.

김상필 회장은 마지막으로 협회원들을 향해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중요한 건 협회를, 몸부림치며 피어나려는 한라마라는 꽃을 꺾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꽃을 밟으면 다시 일어날 수 있으나 꺾으면 다시 필 수 없다. 이번 사태는 협회가 성장하기 위한 성장통이어야 한다. 자기가 키운 꽃을 제 손으로 꺾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하루빨리 협회가 정상화돼야 한다.”

▲김상필 제4대 한라마협회장은 “과거의 구태의연함과 단절시킬 것”이라며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을 인용했다. 우리 말산업계 과거는 늘 반목과 투쟁으로 점철됐기에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일이 미래 발전을 위해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번 사태가 발발하면서 그는 ‘극단적’ 생각까지 했다. 회장이기에 덮고 넘어가고 양보하는 일은 천번만번 할 수 있지만, 부도적한 집단의 수장으로 몰아가는 건 사람으로서 인격적으로 모멸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김상필 회장은 A 씨의 감사 선출과 관련, 화합과 대승적 차원에서 인정하고 받아들였다고 했다. 감사가 된 A 씨는 이사회에서 부적절한 언행과 협회를 비하하는 발언을 했고, 김상필 회장은 감사 선임을 인정한,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판단해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목장에서 소일을 하고 있다는 김상필 회장은 “밟힌 꽃은 다시 필 수 있지만, 꽃을 꺾으면 다시 필 수 없다. 이번 사태는 한라마협회의 성장통에서 끝나야 한다. 하루 빨리 정상화를 위한 수순을 밟아야 한다”고 했다.

이용준 기자

“한라마, 견고하고 강해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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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성 자 : 이용준 cromlee21@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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