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식 한국마사회 승마단 코치 인터뷰

▲신데렐라마로 유명한 ‘클래식걸’과 말 갈라쇼, 말 패션쇼 등을 통해 일반 대중에게 잘 알려진 전재식 코치는 앞으로도 자신의 자리에서 승마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형편 넉넉지 않았지만 말 타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아 시작
소명은 승마를 대중에 잘 알리고 유소년 선수 육성하는 것
유소년 승마, 경쟁 대신 교육이라는 본질 잃어서는 안 돼”

은 한국 승마의 산증인이자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전재식 한국마사회 승마단 코치를 만나 인터뷰했다. 대중에게는 ‘말 갈라쇼’로 더 유명한 전재식 코치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의 승마 인생 역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기자 말.

승마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경기도승마협회에서 88올림픽은 앞두고 올림픽 유망주 발굴·육성을 위해 학생을 선발했다. 선발된 친구 중 한 명이 내가 운동신경이 좋다며 선생님께 날 추천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승마를 하려면 꽤 많은 비용이 들었다.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던 탓에 부모님이 승마를 그만하면 두면 안 되겠느냐는 말씀을 하셨지만, 나는 말을 타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다. 그때 함께 시작한 친구들은 다 그만뒀는데 나는 끝까지 말과 함께했다.

장애물에서 마장마술로 종목을 변경했다. ‘변화’라는 게 쉬운 게 아닌데 그때 상황과 심정은.
최준상 선수가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마친 후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만뒀다. 최준상 선수가 유일한 마장마술 선수였던 탓에 누군가는 마장마술을 해야 했다. 박재홍 감독님께서 날 추천했다. 감독님 말씀을 듣고 일주일간 고사했는데 고민 끝에 종목 변경을 하게 됐다. 미안한 마음이셨는지 감독님은 장애물과 마장마술 둘 다 하라고 말씀하셨다. 얼마 동안 두 종목을 병행하다가 마장마술에 전념했다. 선택과 집중을 한 것이다.



국내 최초로 말 갈라쇼를 펼쳐 대중의 큰 호응을 얻었다. 구상한 다른 이벤트가 있다면.
말 갈라쇼 이상의 이벤트를 만드는 건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말 갈라쇼는 공연기획자들의 분야고, 내가 힘써야 할 분야는 엘리트 승마를 대중에게 잘 알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승마대회와 함께 각종 이벤트를 함께 진행하는 일을 구상했다. 야간 조명을 켜 놓은 상태로 경기장에서는 6단 장애물 경기를 진행하고, 경기장 양옆을 따라 파라솔을 설치해 치맥파티를 한다거나 피크닉을 즐기도록 하는 거다. K-POP 가수들을 초청해서 공연도 함께하면 좋을 것 같다.

신데렐라馬로 유명한 ‘클래식걸’은 이미 유명인사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앞두고 2010년 초에 선수·강습용 말을 구매하기 위해 독일을 방문했다. ‘클래식걸’을 보자마자 이 말은 꼭 사와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일단 말 빛깔이 정말 예뻤고 신장속보가 범상치 않았다. 나뿐 아니라 함께 간 사람들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클래식걸’은 데려가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클래식걸’이 다른 말과 다른 점은.
보통 암말은 잘 삐지고 예민하다. ‘클래식걸’은 암말인데도 불구하고 둔하면서도 총명하다. 강하게 타도 그 당시에만 힘들어하지 그 다음날이 되면 담아두지 않고 새롭게 출발한다. 사람으로 치면 인내력이 강하다. 말을 가르치면서 걱정하고 두려운 부분이 말들이 포기해 버릴까 봐 하는 거다. 다른 말은 포기해버리면 아무리 사람이 어떻게 하려고 해도 안 된다. 어떤 경우는 ‘클래식걸’이 ‘너 이거밖에 안 돼?’라며 비웃는 거 같이 느껴질 정도로 하려고 하는 의지가 강하다. 사람으로 치자면 ‘잔 다르크’라고 해야 할까?

‘클래식걸’은 올해 16살로 적은 나이가 아니다. 은퇴 시기는 언제쯤으로 보고 있는지.
사실 올해 은퇴를 생각했다. 재작년에 배앓이 수술 후 작년 8월에 봉와직염이 2번 크게 왔다. 이젠 은퇴하고 편안히 지내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4월쯤 은퇴시켜 장수로 보내 ‘리코’와 교배시켜서 새끼를 갖게 하려고 했는데 ‘클래식걸’이 차지한 부분이 너무 크다 보니 성사되지 않았다. 나이가 많아 망아지를 출산할 수 확률도 높지 않다고 한다. 향후 마스터홀스로 학생들을 태울 생각이다.


한국학생승마협회 전무이사직도 맡고 있다. 유소년 승마 발전을 위한 방향은.
유소년 승마는 교육이라는 본질을 놓쳐서는 안 된다. 현재 유소년 승마를 보면 교육보다는 경쟁에 몰두하고 있다. 정확하게 타지 않고 위험하게라도 빨리만 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대회 현장에서도 코치들이 정확히 타는 법을 지시하지 않고 “빨리 가”, “턴” 이런 식으로 가르친다. 이건 교육이 아니다. 어렸을 때는 1·2·3등을 가리기보다 교육이 포함된 경기를 해야 한다.
지난 상주 대회부터 미국의 헌터경기를 변형시킨 스탠다드 점핑 클라스를 시행했다. 스탠다드 점핑 클라스는 많은 교육이 필요한 종목이다. 정확하게 타지 않으면 입상을 하지 못한다. 유소년 승마는 교육을 기반으로 가야 장기적으로 봤을 때 승마 선진국으로 나갈 수 있다. 성적 위주로 가면 반짝할 수 있겠지만 우리 세대 승마와 다를 바 없다.

승마 관련 서적 출판을 위해 원고도 작성해왔다.
‘클래식걸’과의 에피소드를 기록한 책이다. 내용 중에는 에피소드뿐 아니라 기술적인 부분도 포함돼 있다. 원고를 작성하다 보니 나와 ‘클래식걸’의 연애부터 결혼 생활을 담은 것처럼 느껴지더라. 서로 밀고 당기고, 싸우고 삐지고, 서로 신경전 벌이다가 한쪽이 다치니 후회하기도 하고 말이다. 짧으면 짧은 기간이지만, 이미 인생을 한 번 산 것 같이 느껴진다.

전재식 코치에게 말은 어떤 동물인가.
말은 신이 내린 가장 아름다운 동물이다. 외형이 정말 아름답고 사슴이나 다른 동물들과 달리 적당한 공격성도 있어 인간과 어우러져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인간과 교감을 할 수 있는 동물이다. 마음이 언짢거나 우울할 때 말은 안고 있으면 마음이 눈 녹듯 풀리더라. 위안을 받는 느낌이랄까.

승마 꿈나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말을 사랑하는 마음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말을 사랑하면 말에 대한 열정이 생긴다. 그 열정으로 우리가 못한 걸 이뤄줬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승마를 발전시키기 위해 우리는 시간이 부족할지 모르지만 승마 꿈나무들은 많은 시간과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이 있다.


※ DEAR MY CLASSIC GIRL…
30여 년간 승마인생을 걸어온 전재식 코치는 수많은 말을 겪어봤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클래식걸’은 전재식 코치에게 가장 의미가 크고 애정이 깊은 말이다. 그 ‘클래식걸’과의 일화를 담은 책 출간을 앞두고 본지는 다음 주부터 연재를 통해 내용 일부를 소개할 예정이다. 연재될 내용 중엔 훈련 과정에서 겪었던 승마의 기술적인 부분도 포함됐다.

※ 전재식 코치가 걸어온 길
△경력 - 2014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 대한민국 승마 국가대표
2010 제16회 광저우아시안게임 대한민국 승마 국가대표
2006 제15회 도하 아시안게임 대한민국 승마 국가대표
△수상 - 2014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 승마 종합마술 단체전 금메달
2010 제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 승마 종합마술 장애물 개인전 은메달
2006 농림부장관배 전국승마대회 단체전 우승
2006 KRA컵 전국승마대회 국산마경기 3위
2004 한국마사회장배 전국승마대회 단체전 1위

▲신데렐라마로 유명한 ‘클래식걸’과 말 갈라쇼, 말 패션쇼 등을 통해 일반 대중에게 잘 알려진 전재식 코치는 앞으로도 자신의 자리에서 승마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클래식걸’과 전재식 코치의 모습.
▲지난 2014년 10월 우리나라 최초로 열린 ‘말 갈라쇼’에서 전재식 코치와 ’클래식걸‘의 공연 모습(사진제공= 전재식 코치).
▲렛츠런파크 서울 승마장에서 열린 ‘2014 국민생활체육 전국유소년 승마한마당축제’에서 유소년 승마 어린이들과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
▲전재식 코치의 ‘클래식걸’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사진제공= 전재식 코치).

황인성 gomtiger@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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