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를 넘어 도로를 점령한 말…말똥으로 범벅된 둘레길 등 제1호 제주특별자치도에는 말과 관련한 민원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사진= 제주특별자치도 민원 처리 홈페이지 갈무리).
관광객·현지인 중심 관련 민원 잇달아…제 살 깎는 신고도
“성과 위주 정책보다 현실적 행정 구현이 현장 살려” 지적

올 초 전라도 지역 승마클럽을 중심으로 해괴한 일이 있었다. 50대 전후의 남녀가 승마클럽 들을 돌아다니며 시설 현황 등에 묻고는 민원 제기를 하고 다닌다는 것. 바람처럼 왔다가 사라져 그들이 왜 민원을 넣는지에 대해서는 ‘오리무중.’

대한민국은 사실 민원공화국이다. 꿈쩍 않는 공무원들을 움직일 수 있는 건 ‘민원’이지만, 동종 업계 종사자의 민원 제기나 신문고 이용 등은 사실 큰 효과가 없다. 반면 특정 주제에 대해 일반 대중 다수가 한 의견을 표출한다면 정부부터 발 빠르게 대응하기 시작한다.

그간 말산업계에도 각종 민원이 있었다. 말을 축산으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농지법 개정을 외치는 말산업계 종사자들의 주장은 정부의 규제 발굴 및 개혁에 발 맞춰 힘을 얻었고, 관련 법 개정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해 이맘, 본지 이 서명 운동까지 주도한 ‘깜돌이’ 집 지켜주기와 관련, 일반 대중은 남양주시에 민원을 제기하며 시의 입장을 철회하도록 이끌어낸 사례도 있다.

2014년 1월, 국내 최초로 제1호 말산업특구로 지정된 제주특별자치도(도지사 원희룡)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이 말과는 특별한 곳이다. 그리고 그 특별함은 천만 관광객이 드나드는 만큼 특히 승마와 말 관리에 대한 문제 제기, 즉 민원으로 이어진다.

올 초에 제주시 농수축산경제국 축산과로 들어온 민원을 요약하면 이렇다. 제주도민 K 씨는 “노꼬메 둘레길을 말 여러 마리가 지나다니며 진흙탕 밭으로 만들고 사방에 말똥을 내질러 말똥 밭으로 만들었다. 여러 번 목격했고 참고 지나갔지만, 공동묘지 있는 곳까지 와서 잘 즐긴 것 같은 오늘은 해도 너무한다 싶었다. 승마하시는 분들 출입하지 말라는 표지도 있는데…정 다니고 싶으면 땅이 굳은 다음 다니든가 말똥받이라도 가지고 다녀달라”고 했다.

지난해 여름 J 씨는 성읍 O 승마장을 지나다 울타리가 허술하게 된 점을 지적했다. 그는 “요번에 말들이 밤에 무리지어 다녀서 교통사고가 났는데 역시 대한민국은 불감증입니까? 제주의 모든 말 사육장 및 승마장의 울타리 점검을 부탁드리며 다음에는 이런 민원이 없었으면 합니다. 이번일로 이런 불행한 일이 제주에는 안 생겼으면 합니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민원 제기가 된 농가를 추정한 스포츠산업과 측은 “조속한 시일 내 동 소재지 승마시설 및 말 사육 농가를 중점적으로 관련법에 의한 시설기준 및 영업자 준수 사항 등 점검을 통하여 개선할 수 있도록 사업장 사후관리를 강화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같은 일은 이전에도 반복됐다. 제주시 도두동 근처에 주거하는 주민 K 씨는 “민원을 넣고 주거지 바로 옆에 말이나 가축을 길러도 아무런 제제나 법 규정이 없다니 어이가 없다. 민법 제217조에도 이웃 거주자의 생활에 고통을 주지 아니하도록 적당한 조처를 할 의무가 있다고 되어 있다. 오늘 새벽에 손님이 집 앞에 차로 나가 깜짝 놀라 전화 왔더군요. 사고 날 뻔 했다고. 경찰 부르고 축산과 전화했지만 방법이 없다니요. 말이 길로 나와 길을 막고 서 있는 모습에 앞으로 애들이나 노인분들 사고 날 일이 없지 않겠구나 라는 불안한 맘 뿐”이라고 하소연했지만, 행정은 “사양 관리를 잘하도록 주인에 고지하고 도두동 담당자에 적의 조치하도록 전했다”고 회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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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특구 지정 전 성읍민속마을 내 불법적인 말 이용업에 대한 강력한 행정 조치 요청 △부당한 체험 승마 체험 비용 신고 등에 대한 민원이 제기된 바 있다.

한편, 제주특별차지도는 7월 1일부터 지방보조금 부정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신고포상금제도도 도입했다. 원희룡 도지사는 ‘핫라인’을 신설해 △공직자비리신고 △공익신고 △갑의 부당행위신고센터 △부정청탁 등록신고 등을 받는데 뇌물 수수 등의 비리사항이 아니더라도 공무원이 도민 등에게 우월적 위치에서 권력을 행사, 평등한 동반자 관계를 저해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 엄벌한다는 취지에서 도입했다.

▲울타리를 넘어 도로를 점령한 말…말똥으로 범벅된 둘레길 등 제1호 제주특별자치도에는 말과 관련한 민원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민원에도 적극 대처해야 말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사진= 제주특별자치도 민원 처리 홈페이지 갈무리).

이용준 기자


작 성 자 : 이용준 cromlee21@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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