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서기 마필보호를 이유로 지난주는 경마가 시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같은 시기 경륜과 경정은 정상적으로 시행돼 평소보다 훨씬 많은 입장인원을 보였고 매출액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야말로 진짜 사행산업인 복권도 정상적으로 발매되었으며 카지노와 스포츠토토도 동호인 확보에 열을 올렸다. 특히 복권이나 스포츠토토는 활기차게 온라인 발매가 이뤄졌다. 복권방이나 동네 편의점에서 손쉽게 복권을 구입하고 스포츠토토를 즐겼다.

이처럼 다른 사행산업들이 동호인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동안 사행성이 거의 없는 경마는 시행되지 않았다. 특히 7월20일부터는 Knetz가 폐지돼 온라인을 통해 경마를 즐기던 경마팬들의 항의가 잇달았으며 불편을 호소하는 의견이 빗발쳤다. 장외발매소 지정좌석제 확대, Knetz 전면폐지 등의 경마산업을 위축시키는 정책이 지속적으로 시행되는 상황에서 경마자체의 휴장까지 이어졌으니 이를 바라보는 마음은 그저 착잡하기만 하다.

IT산업 세계 최강국인 대한민국에서 경마산업에 관한한 온라인 마권매매 방식을 송두리째 폐지한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른 선진 경마시행국은 어떻게 하면 한국의 IT 시스템을 따라 배우고 적용할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엄청난 비용과 노력을 기울여 확보한 선진시스템을 사장화시키는 모습을 보면서 그저 참담한 심정일 뿐이다. 세계 변화의 흐름과 거꾸로 가고 있는 한국경마산업의 모습이 측은하기만 하다.

이런 상황에서 ‘혹서기 마필보호’를 이유로 휴장을 한 것은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올해는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여름이 그다지 덥지 않았다. 특히 경마휴장 기간의 날씨는 열대야 현상이 단 한번도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아침 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기온을 유지했다. 더위 때문에 경주마가 혹사를 당하는 현상은 예년의 비해 거의 없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혹서기 경주마 보호’를 핑계로 경마를 시행하지 않은 현상을 그저 사람이 편하기 위해 도입한 정책은 아니었는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과 캐나다 같은 나라는 주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매주 화요일을 제외하고 1주일 내내 경마가 시행된다. 물론 이들 나라에서도 경마가 기후변화에 따라 휴장을 갖기도 하며, 특히 겨울에 혹한이 몰아쳐 경주로가 얼어붙을 정도가 되면 경마장이 폐쇄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폴리트랙’이라는 인공주로까지 만들어 경마를 시행하려는 눈물겨운 노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공주로 자체도 별효과를 나타내지 못하면 북쪽에서 활동하던 경마장들은 따뜻한 남쪽으로 이동하여 경주에 출전한다. 가령 캐나다 토론토 우드바인경마장에서 활동하던 경주마들은 추운 겨울이 되면 메릴랜드 버지니아 켄터키는 물론이고 최남단의 플로리다까지 진출하여 경주에 출전한다.

미국이나 캐나다의 경주당 평균상금은 우리나라의 경주당 평균상금보다 훨씬 낮다. 그러나 경주의 수를 비교하면 우리나라와 비교도 할 수 없이 많은 차이가 난다. 경주당 평균상금은 적지만 경주 수가 많다보니 출전기회가 그만큼 많아 마필산업 종사자들의 수익은 한국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우리나라 서울경마공원의 1년치 총상금이 미국의 브리더즈컵 시리즈가 열리는 2일 간의 경마상금보다도 적은 것이 현실이다.

경마보다 훨씬 사행성이 높은 다른 사행산업들이 더위를 무릅쓰고 동호인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동안 한국경마는 휴장을 하는 현상을 보면서 내년부터는 휴장없는 정책이 시행되면 어떨까하는 생각에서 필자의 주장을 피력해보았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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