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마
- 1년 사이 단속 건수 두 배로 훌쩍 증가
- 전자카드 도입하면 사설경마 ‘폭발’우려

불법 사설경마의 심각한 수준이 실제로 드러났다. 불법 사설경마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마사회 경마보안센터가 지난 7월까지 불법 사설경마의 단속건수가 지난해 건수를 넘어섰다고 밝혀 최근 사감위의 규제와 온라인베팅 폐지 등으로 인해 불법 사설경마의 규모가 더욱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마사회 경마보안센터는 최근 불법사설경마 실태 보고를 통해 올해 7월말 기준 총 53건, 367명이 사설경마 단속현장에서 체포되었다고 발표했다. 과거 사설경마 단속건수는 2006년 24건, 2007년 31건, 2008년 48건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제보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은 수백 건에 달한다.
국내 사설경마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 경마보안센터 관계자는 “사설경마의 전체 규모는 추정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수백 개에 달하는 사설경마 조직이 점조직 형태로 매우 은밀하게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불법도박 규모는 88조원으로, 합법 사행산업 규모의 여섯 배에 달한다. 합법 경마 매출이 한 해 약 7조원 정도이므로, 불법 사설경마도 이것의 여섯 배 정도인 40조원 정도로 추정해볼 수 있다.
사설경마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점차 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90년대 본장 및 지점 객장에서 맞대기 형태로 운영되던 ‘객장형’ 사설경마는 이미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2000년대 들어서는 통신수단의 발달로 주택가나 사무실에서 은밀하게 행해지는 ‘하우스형’이 나타났고, 2004년 이후에는 불법 사이트를 통해서 마권을 판매하는 ‘인터넷형’이 등장했다. 2005년에는 구매자가 객장에서 전화로 마권을 구매하는 ‘전화형’이 나타났다. 최근에는 ‘하우스형’과 ‘전화형’과 ‘인터넷형’이 합쳐진 혼합형이 대세다.
전문가들은 사설경마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합법 경마에 대한 과도한 세금 부과와 규제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현재 마사회로부터 마권구매시에 경마팬들이 납부하는 원천세율은 16%에 달한다. 홍콩·영국에서는 마권 원천세가 폐지되었고, 미국은 주마다 다르지만 2% 정도에 불과하다. 비교적 세금을 많이 걷는 일본도 10%밖에 안 된다. 게다가 국내 경마팬들은 100배 이상 고배당을 적중시켰을 때 배당이익의 22%를 소득세로 납부해야 한다. 명백한 이중과세다. 한 경주당 십만 원 이상 구매할 수 없게 하는 구매상한선도 외국에는 없는 제도다. 개인마다 재산과 소득의 격차가 천차만별인 우리나라에서 일률적으로 소비의 상한선을 정해놓는 다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경마보안센터 관계자는 “세금을 낮추고 규제를 풀지 않는 한 사설경마는 사라지지 않는다”며 “만일 사행산업 전자카드가 도입되면 사설경마는 폭발적으로 증가해 통제가 아예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권순옥 취재부장 margo@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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