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로 조련사 자격을 취득한 김봉겸 마주는 대학원에서 말 유전학을 전공해 석사 학위까지 취득했다. 말은 인생의 전부라고 밝혔듯 그는 말 관련 사업은 물론 마주 문화의 선진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은 2015년 퀸즈투어 시리즈 최우수 경주마, ‘헤바’와 찍은 사진(사진 제공= 김봉겸 마주)
[171호 커버스토리] 말산업 전문 인력 역량 강화와 능력 검증을 위해 도입된 말산업 관련 자격시험(3급)이 올해로 5회를 맞이한 가운데 세 분야 실기시험 합격자가 4일 발표됐다. 합격자는 지난해보다 약 30% 늘어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종 합격자는 25일 한국마사회 자격검정원(원장 장동호)이 발표한다. 최종 합격 발표 전이지만, 은 좋은 소식을 먼저 전하고 합격자들의 특별한 이력과 경력, 말과 관련한 그들의 스토리를 널리 알리고자 이번 171호 커버스토리로 소개한다.

말은 인생의 전부…말 유전학 석사 학위 취득·휴양시설 건설 중
“마주들이 기본 순치·조련, 말 특성 알고 목장·트레이닝 운영
다음 세대가 잘 되기 위해 희생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파이팅”
마사과 교수 활동 겸한 권승주 조교사도 조교사 최초 합격 낭보

2004년부터 마주로 활동하며 퀸즈투어 시리즈의 최우수 경주마, ‘헤바’ 등 당대 뛰어난 명마를 배출한 김봉겸 마주(53). 다승 및 상금 부문에 있어 항상 10위권 안에 들었던 그는 창원에서 (주)제마기공을 경영하면서 내년 봄 완공을 목표로 경남 진주 이반성면 인근에서 가칭 마랜드 경주마휴양시설과 승마장·관광농원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대학원에서 말 유전학을 전공해 석사 학위까지 취득한 그는 이번 말산업 자격 시험 중 말 조련사 부분에 당당히 합격했다. 4전 5기, 도전한 사람만이 이룰 수 있는 쾌거다. 이제는 말 관련 사업으로 그 지평을 넓혀 “마눌님에게 봐, (말산업) 되잖아!” 하고 큰소리 한 번치고 싶다는 소박한 소감도 밝혔다. 은 10일, 김봉겸 마주와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 먼저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국내에서는 마주가 최초로 조련사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그 의의가 남다릅니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개장 초기부터 마주로 활동하며 말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습니다. 말산업육성법에 의해 말 관련 자격 제도가 시행된다는 것을 알고 1회 때부터 도전했습니다만, 번번이 마지막에 떨어졌습니다.
사실 이번에는 시험을 포기하려고 했었습니다. 마지막에 매번 떨어지니 부끄럽기도 하고, 경마 관계자들은 마주가 왜 조련사 시험을 보느냐고도 했습니다. 필기시험은 돼도 실기에서는 절대 안 된다고도 했지요. 그러나 함께 공부한 권승주 조교사님이 이번에 2차 실기시험을 볼 자격이 있는데 왜 포기하느냐고 해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보자는 마음으로 원서접수 마지막날에 접수하고 보게 되었습니다.”

- 부경 33조 조교사이자 서라벌대 마사과 교수이신 권승주 조교사도 이번 조련 시험에 조련사로는 최초로 합격했는데요, 함께 열심히 공부하시고 도전해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시험 준비 과정에서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경주 마술 시험을 치룰 때 말과 순서를 먼저 추첨해 배정을 받아 시험을 치룹니다. 권승주 조교사님과 내가 같은 말을 배정을 받았는데 권 조교사님 바로 다음에 제가 배정됐습니다. 그래서 권 조교사님이 실기 시험을 치루는 것을 보고 하면 도움이 되겠다 싶어 유심히 보니 권 조교사님의 등자 길이가 너무 길게 보였습니다.
등자 길이를 두 칸 정도를 늘이려는데 권 조교사님이 길었으니 늘이지 않아도 되겠다 싶어 그대로 기승을 했는데 아뿔싸, 짧아도 그렇게 짧을 수가 없었습니다. 잘못했으면 낙마해 실격을 당할 뻔했습니다. 권 조교사님은 기수 출신이라 나와의 길이 차이가 그렇게 날줄을 몰랐던 것입니다.”

- 2004년부터 마주 활동을 해오셨습니다. 부경마주협 5대 이사 출신이시고 그동안 2015년 퀸즈투어 시리즈의 최우수 경주마, ‘헤바’ 등 당대의 뛰어난 명마를 배출하셨는데요, 마주로서 어떤 이력을 가지고 계신지요.
“지난 10년 동안 성적은 다승과 상금 부문에 있어 항상 10위권 안에 있었습니다. 대상·특별경주를 무수히 도전했으나 3위가 최고의 성적이었습니다. 마주들은 대부분 일반 경주에서 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시상대에 한번 올라가 보는 게 소원일 겁니다.
저도 실패와 좌절을 몇 십 번 더 하면서 (대상·특별 경주가) 저와는 인연이 없는구나, 이제는 마주의 길도 포기하고 사업이나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쯤 ‘헤바’가 열심히 해서 작년에 KNN배와 경남도지사배를 우승, 최우수 암말에 등극했습니다. 참고로 ‘헤바’는 ‘청춘여신’이란 뜻인데 33조가 개업할 당시 열심히 한 번 ‘해봐’라는 뜻으로 지었습니다.”

- 혹자는 마주가 조련사와 무슨 상관이 있겠냐고들 하지만, 근본은 말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기에 자격 취득까지 하신 거라 생각합니다. 마주와 조련사라는 두 신분, 어떤 차이가 있고 어떤 매력이 있을까요.
“지금 한국경마 시스템상으로는 마주와 조련사는 별 상관관계가 없습니다. 마주와 조련사를 동시에 할 수도 없습니다. 지금은 마주들이 말을 조교사나 조련사들에게 위탁해 조련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외국처럼 마주들이 기본적인 순치와 조련을 자기 목장이나 트레이닝센터에서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마주가 자기 말의 특성을 알아야 그 말에 맞는 조교사와 조련사를 선택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한 예로 선행과 조숙형 말을 선호하는 조교사에게 만숙형, 바닥추입형 말을 위탁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명마도 똥말로 취급을 받을 것입니다.
마주가 조련사에게 말 위탁 교육을 맡겨야 하니 마주와 조련사의 신분 차이는 쉽게 말하면 갑과 을의 차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나는 마주도 좋고 조련사도 좋습니다. 특히 내 말을 내가 조련해 경주에 출전시켜 좋은 성적을 내면 더 좋습니다.”


- 말과의 인연은 어떻게 맺어지게 되셨습니까.
“마주가 된 후부터 말과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고교 동창생 중에 처갓집이 제주도에서 경주마생산 목장을 하는 친구가 있는데 어느 날 렛츠런파크 부경에서 마주를 모집한다고 했습니다. 그 친구가 “너는 자격이 되니 접수하라” 해서 뭔지도 모르고 마주가 돼 말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으로 올해 2월 달에는 대학원에서 말 유전학을 전공해 석사학위도 취득했습니다. 창원에서 (주)제마기공을 경영하고 있는데 내년 봄 완공을 목표로 경남 진주 이반성면에서 가칭 마랜드 경주마휴양시설과 승마장, 관광농원을 건설 중에 있습니다.”

- 말에 대한 애정이 특히 남다르십니다. 마주님께 말은 어떤 존재인가요.
“말은 제 인생의 전부라고 봐야합니다. 기존 사업은 집사람에게 맡겨 놓고 오로지 말에만 신경 쓴다고 바가지도 많이 긁혔습니다. 그래서 지금 말과 관련된 사업을 하려고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말과 관련한 사업으로 성공해 마눌님에게 “봐, 되잖아!”하고 큰소리 한번 쳐야죠.”

- 가칭 한국말조련사협회가 곧 출범합니다. 마주이시자 조련사로서 협회 발전에도 기여를 하실 것이라 보는데요, 향후 활동을 어떻게 전망하시는지. 조련사들에게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요.
“조련사협회가 출범되면 많이 도와야겠죠. 그러나 지금으로써는 내가 무슨 일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조련사들에게는 앞으로 선진 조련 기술을 습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배들로부터 배운 옛날의 기술만 고집하지 말고 새로운 신기술을 마사회나 조련사협회에서 강사를 초빙해서라도 배워야 세계에서 뒤떨어지지 않는 말 선진국으로 하루빨리 도약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우리 말산업계가 현 시국처럼 기대와 달리 발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근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말산업육성법이 공표된 지가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법이 완성되지 않아 다른 법들과 충돌이 생겨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미완성의 법을 이대로 놔두지 말고 하루빨리 완성을 시켜야 말산업 발전이 가속화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 우리 말산업계가 발전하기 위한 비전이 있으시다면.
“한국마사회가 공기업인데 저는 민영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기업이나 민간 주도의 사업으로 가야 질적·양적 발전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 마주로서 그리고 조련사로서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십니까.
“좋은 말을 구매해서 삼관경주에 우승하는 마주가 되고 싶습니다. 자가 생산을 해 우승하게 되면 더 좋겠죠. 내년부터는 휴양센터를 운영해 경마장에서 성적이 부진한 말들을 조련,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말산업 종사자들, 관계자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직은 열악한 환경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계신 말산업 종사자분들, 우리나라 말산업의 초석이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우리 대가 아니라도 다음 세대가 잘 되기 위해 누군가는 희생을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파이팅 합시다.”


“이제는 2급이다”

말 조련사, 장제사, 재활승마지도사 세 분야를 다루는 말산업 국가자격시험은 올해 5번째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차례 시험을 치렀다. 1회 시험에서 19명의 합격자를 배출했고, 2회 40명, 3회 56명, 4회 77명으로 총 192명의 말산업 국가자격 합격자를 배출했다.

3회 때는 이명자 씨(제주도승마협회 사무국장)와 채영훈 씨(당시 서라벌대 마사과)가 말 조련사와 재활승마지도사 2개 부문에 동시 합격하며 화제를 불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말산업 육성 정책이 가시적으로 성과를 거둬 말산업 전 분야에서 전문 인력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게 되면, 말산업 관련 국가자격증에 대한 인지도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합격자는 11월 25일까지 호스피아 홈페이지를 통해 합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기본증명서와 후견 등기사항부존재증명서, 의사진단서를 제출해야 하는 서류 심사는 11월 14일까지 우편 또는 직접 방문해 제출하면 된다. 최종합격자는 11월 25일 금요일 오후 5시 발표할 예정이다. 문의: 한국마사회 자격검정원(02-509-2883∼4)

▲최초로 조련사 자격을 취득한 김봉겸 마주는 대학원에서 말 유전학을 전공해 석사 학위까지 취득했다. 말은 인생의 전부라고 밝혔듯 그는 말 관련 사업은 물론 마주 문화의 선진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은 2015년 퀸즈투어 시리즈 최우수 경주마, ‘헤바’와 찍은 사진(사진 제공= 김봉겸 마주)


▲권승주 조교사도 함께 공부하며 이번 자격시험을 준비, 공동 합격 그리고 조교사 최초 합격이라는 쾌거를 기록했다. 권승주 조교사는 김한솔 씨에게도 공부를 권유, 서라벌대 마사과로 이끌었고, 김한솔 씨가 5개 자격을 취득하는 데 도움을 줬다.

작 성 자 : 이용준 cromlee21@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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