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1> 박재홍 전 한국마사회 감독

▲박재홍 전 한국마사회 승마단 감독(가운데)는 <말산업저널>과 단독 인터뷰에서 최근 논란이 된 문제들에 대해 심경을 토로했다.
“개인적으로 독일로 갔다는 주장은 진실 아니야
독일 현지서 정유라와 동행한 적, 말 구입한 적 없어
말 안 사주고 선수 안 보내 속은 느낌 들어 귀국 결심”

최순실 국정 논란 의혹이 결국 한국마사회를 조준했다. 최순실 의혹 검찰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8일 한국마사회를 압수수색했다. 11월 2일 검찰이 박재홍 전 한국마사회 감독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한 후속 조치였다.

김현권 의원실이 공개한 인터뷰 녹취록에서 박 감독은 현명관 회장과 최순실 씨가 전화 통화하는 사이며 현 회장의 지시로 독일에 갔지만,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가 돈을 주지 않는 등 문제가 있고 사기를 당한 느낌이 들어 귀국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와 은 녹취록을 근거로 박 감독이 최순실 씨는 결국 재산 해외도피가 목적으로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다면 한국마사회도 삼성처럼 지원했을 것이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한국마사회는 “최순실 씨와 현명관 회장은 일면식도 없고…통화하는 관계도 명백한 오보”라며, “박 전 감독은 협회 파견 협조 요청에 따라 공식 파견됐다”고 입장을 설명했다. 한국마사회는 10일 박재홍 감독을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소를 제기한 상태다.

무엇이 문제일까. 언론계 일각은 박 감독의 증언을 빗대 최순실 씨가 재산을 해외 도피하려고 했는지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지만, 은 2014년부터 계속 제기됐던 의혹과 승마계 전반의 흐름 그리고 한국마사회와 대한승마협회의 ‘특별한 관계’에 늘 주목해왔다. 이번 문제 역시 정유라 선수의 실력 논쟁은 물론 최순실 씨와 그의 측근인 협회 P 前전무가 문제의 근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언론에 알려진 박 감독의 인터뷰 내용도 무언가 석연치 않았다. 박재홍 감독이 ‘희생양’이기도 하지만, 묘하게 꼬인 정황이 읽혔다. 이미 알려진 대로 박 감독이 급거 귀국한 이유는 코레스포츠 쪽에서 말 구입이라든지 현지 생활에 대한 결제가 이뤄지지 않았고, 후발 선수들도 오지 않았던 점이다. 16년간 한국마사회에서 계약직 감독으로 생활하며 서러운 점들도 많았을 것이다. 은 11월 10일 경북 상주국제승마장에서 대회 출전을 앞둔 박재홍 전 한국마사회 감독을 직접 만나 인터뷰했다. 박재홍 감독 인터뷰를 2회로 나눠 소개한다. - 편집자 주.

- 독일에 가게 된 경위는.
작년, 2015년 8월 25일 하겐에서 열린 장애물 올림픽 선발전에 나갔다. 한 명을 뽑는 어려운 시합이었지만 내 돈 들여 열심히 준비했다. 그런데 시합 날 박상진 대한승마협회장과 대한승마협회 관계자 7명 정도가 왔다. 시합 끝났으니깐 위로 차원으로 저녁을 같이 먹자고 했다. 박상진 회장이 “그동안 혼자 고생 많았는데, 다음번 올림픽에는 팀을 꾸려 도쿄 가서 올림픽 1위는 못하더라도 도쿄 한복판에서 일본 정도는 꺾어주자”고 말했다. 기분이 업 돼서 고생한 보람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명감으로 충만했었다.

- 단장 선발은 어떤 과정을 거쳤나.
대한승마협회에서 단장 후보로 4명 정도를 뽑았다. 단장으로 나가면 가족들과 4~5년은 떨어져있어서 두 명은 거절을 했고, C 감독과 내가 최종후보로 남았다. 그런데 C 감독은 자격 정지 기간이었다. 회장님과 얘기 나눈 것도 있고 해서 내가 한 번 해보겠다고 해서 간 거다.

- 독일 파견은 마사회의 지시를 받아서 나갔나.
마사회 측에서 자꾸 내가 개인적으로 나갔다고 하고, 불러들어서 경위서를 받았다고 한다. 경위서를 쓰긴 썼지만, 공기업의 감독이 개인적으로 나가겠나? 내가 알기로는 회장이 결재했고 회장이 나가라고 해서 나갔다. 그리고 내가 나가는 상황에서 회사 내에서 말이 많았다고 하더라. 그런 부분까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됐건 회장이 나가라고 해서 나간 건데. 마치 내가 개인적으로 나갔다고 하는 건 진실이 아니다.

- 진실은 무엇인가.
최순실 측근으로부터 연락이 와서 회장 결재가 났으니 그냥 나오라고 했다. 회장 결재가 났든 안났든 내가 듣지를 못했는데 어떻게 나가냐고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회장이 사인까지 다 끝났었다. 회장이 나가라고 해야 나가지, 옆집 사는 사람이 나가라고 한다고 나갈 수 있느냐. 이야기 거리 자체가 안 된다.

- 최순실 씨 측근은 누구인가.
그 부분은 말씀드리기 어렵다. 나하고 아는 사람이고, 이름을 밝히고 싶지 않다(본지는 최순실 측근이 협회 P 前전무임을 알고 있지만, 그의 요청에 따라 밝히지 않는다 - 편집자 주).

- 독일 파견 건과 관련한 결재 라인은 어떻게 되나.
그 당시 승마레저팀, 승마진흥원장, 총괄 단장인 부회장, 회장이었을 것이다.

- 독일에서 어디서 어떻게 지냈나.
프랑크푸르트에서 40분 내려가면 비브리스라는 도시가 있다. 거기에 있는 예거호프 승마장에서 지냈다. 선수들이 와서 훈련도 하고 하려면 말도 사야하고, 선수들이 와서 지내려면 침대, 냉장고, 승마장에 여러 물품들이 필요하니깐 그런 것들을 사러 다녔다. 낮에는 주로 말을 보러 다니고, 밤에는 사온 가구를 조립하면서 지냈다.

- 정유라 씨도 거기 있었나.
물론 유연이(정유라 개명 전 이름)는 없었다. 내가 오기 전에는 있었다고 하더라. 그런데 나 있을 때는 없었다. 증인도 있다. 친구가 와서 3일 밤을 잤다. 거기 승마장 오너 아들인 세바스찬에게 물어봐도 안다. 유연이가 그 전에는 있었지만 내가 갔을 때는 없었다는 사실을.

- 정유라 선수와 동행해 말 보러 다니지는 않았나.
난 한국에서 독일로 선수들이 올 것을 대비해 말 보러 다니고, 혼자 승마장에서 지냈다고 다른 언론을 통해 인터뷰 했는데 그런 내용은 전혀 나오지 않고, 정유라와 동행했다고만 보도됐다.

- 선수를 선발해 독일로 보내는 일은 특정 업체가 아닌 협회가 할 일 아닌가.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삼성에서) 대한승마협회에 직접 돈을 쏴주고 대한승마협회 전문가들이 가서 말을 한 번에 구매하면 좋을 텐데 왜 스포츠 마케팅 회사를 통해 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삼성 측은 우리가 선수 생활을 하는데 말 차도 운전하고. 그래야 하는데 그런 회사가 있어서 시합에만 집중할 수 있으면 좋지 않으냐고 했다. 마치 야구 에이전트같이. 나도 스포츠마케팅을 배운 사람으로 대한승마협회가 매번 왔다갔다가 할 수도 없고, 코레스포츠를 통해 통역부터 행정적인 것까지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 귀국을 결심한 이유는.
독일 함부르크까지 말을 알아보러 다녔다. 마침 좋은 말이 있어 코레스포츠 측에 통보했다. 그런데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아무런 연락이 없어서 또 연락했더니 일주일만 더 기다리라고 했다. 나중에는 내가 부탁하는 입장이 된 것 같아서 말하기도 어려웠다. 도저히 안돼서 삼성 관계자에 전화를 했다. 그러니 될 거라고 좀 기다리라고 했다. 그렇게 또 한 달이 지나버렸다. 그쯤 되니 이거 뭔가 이상하구나 생각이 들었다. 다시 대한승마협회와 삼성에 전화하니 이미 돈을 보냈다면서 삼성도 당황해하더라.
코레스포츠 쪽에서 한 달에 한두 번 카드 영수증을 받으러 승마장에 찾아왔다. 코레스포츠 직원이 승마장을 찾아왔을 때 말 어떻게 하냐고 물었고, 그 이후로 계속 말 보러 다녔다.
그런데 갑자기 코레스포츠 쪽에서 말을 그만 보러 다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미 구두로 계약한 말이 있는데 어떡하냐고 묻자 답을 준다고 하고 또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아주 비싼 말도 아니었다. 제일 좋은 말이 50만 유로 정도였다. 말도 안 사주고 실질적으로 중요한 선수도 안 보내주니 있을 이유가 없었다. 뭔가 이상했다, 당한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삼성에서 속인 건 아니고 삼성이 속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철수하게 됐다.
작년 10월 초에 나가서 올해 1월 7일 독일에서 비행기 타고 한국에 1월 8일 도착했다. 다음날 바로 마사회로 출근했다. 추측성 기사들 중 내가 정유연에게 말을 가르쳤고, 정유연이 탈 말을 사러 다녔다는데 백퍼센트 있지도 않은 이야기를 쓴 것이다. 정유연이 오갈 때 내가 동행했고 허드렛일 시키니까 열받아서 나갔다는 말도 잘못됐다. 감독이라면 선수들을 위해 뒷바라지 하는 것 당연하다. 모 스포츠지 기자는 내가 최순실과 가까워 정유연을 도왔다, ‘쓰리 박’이라고 이상하게 기사를 썼는데 명예훼손죄로 고발할 것이다.

▲박재홍 전 한국마사회 승마단 감독(가운데)는 과 단독 인터뷰에서 최근 논란이 된 문제들에 대해 심경을 토로했다.

황인성 기자

작 성 자 : 황인성 gomtiger@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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