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가 11일 오후 전체위원회를 열어 전자카드 제도를 예정대로 2011년 시행하기로 의결했다.그러나 이번에 결정한 내용을 살펴보면 그저 명분 쌓기에만 급급한 것으로 보인다. 백해무익한 전자카드 도입과 관련하여 규제의 명분만 살리고 실제 내용에서는 불편만 초래하는 제도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날 서울 세종로 사감위 사무실에서 열린 전체위원회에는 민간위원 10명과 정부위원 4명이 참가해 `전자카드 시행은 사행산업 건전발전 종합계획상의 전자카드 도입원칙을 최대한 준수하되, 각 사행사업자별로 현실여건을 감안하여 탄력적으로 적용한다`는 내용의 시행방안을 통과시켰다.

사감위가 의결한 시행방안은 ▲전자카드는 사행사업자별로 시행하되 이용자에게는 중복발급방지용 카드를 발급하여 운영하며, 이용자의 개인정보 보호는 사행사업자별로 계획을 수립한다 ▲일정금액 이하의 소액 이용자 등 도박중독 가능성이 낮은 이용자는 전자카드 발급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 ▲전자카드는 사행사업자별로 시범운영을 실시한 후 2011년부터 실시한다 ▲관련부처는 사업자별 전자카드 도입 세부계획을 수립하여 2009년 10월30일까지 사감위에 제출한다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같은 내용은 그동안 사감위가 모든 사업체에 일괄적으로 적용해 원칙대로 밀어붙이겠다는 태도에서 많이 완화된 것이다. 사감위는 시행 세부계획을 사전 협의하기 위한 부처 국장, 사행사업자 임원급, 사감위 위원 등이 포함된 전자카드 조정위원회를 운영하기로 했다.제주마필산업규제비상대책위원회(상임대표 정완모)를 비롯해 축산관련단체협의회(이승호 낙농육우협회장), 체육계, 강원도 정선지역 주민 등 많은 국민들이 전자카드 도입을 반대하자 이같이 변칙적인 시행안을 내놓은 것으로 소위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이중으로 국가예산만 축내는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일부 몰지각한 시민단체와 일부 국회의원들이 협잡하여 탄생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는 `사행산업 매출 총량제`라는 규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갔다. 수십조원으로 추산되는 사설도박과 불법인터넷도박 사이트 등은 외면한 채, 정부의 허가를 받은 KRA한국마사회(경마), 체육진흥공단(경륜,경정), 체육진흥투표권(토토), 카지노, 복권 등에 대한 압박이 강해지자 박지성을 비롯한 스포츠선수단까지 서명운동에 돌입하는 등 국민적 저항이 있었다. 그런데도 명분만 쌓으려는 변칙적인 전자카드 도입을 강행하고 있다.

전자카드 도입시 막대한 카드발급 비용도 큰 문제다. 장당 3000-4000원 정도 한다는 전자카드 발급은 스포츠토토가 150억, 한국마사회가 200억원 이상 자금이 투입되어야 하는 등 실로 어마어마한 금액 지출이 예상되고 있다. 이 금액 역시 카드를 도입하자고 외친 사감위가 아닌 시행단체에서 고스란히 지불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난해 스포츠토토가 한국프로야구연맹(KBO)에 전달한 금액 중 유소년 야구팀에 지원됐던 돈은 42억이었다. 그런데 전자카드 도입을 위해 예상되는 금액은 그의 3배다. 한국마사회 역시 2007년 기준으로 농어촌복지사업 에 기부한 금액이 247억원이다.

또한 전자카드발급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속담처럼 기존에 쓰이던 자동 발매기를 대신해 전혀 새로운 발매기가 들여져와야 하는 불상사가 벌어진다. 여기에 그 시스템에 맞는 다른 발매전산시스템이 요구되는데 이 때 한국마사회는 1000억, 스포츠토토의 경우는 6500여개 크고작은 판매점에 517억의 투자가 추가로 들어가야 한다. 도대체 세계에서 이런 정책을 구사하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가. 정말로 미친 짓이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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