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조특위 2차 청문회에 출석한 장시호 씨가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는 장면. 장시호 씨는 최순실 일가 중 유일하게 출석했다(자료= 국조특위 방송 갈무리).
최순실 국정 농단 국조특위 청문회 핵심 키워드, ‘승마’ 등장
협회 전 회장사 한화 측, 정유라 선수에 말 두 필 제공 의혹
4차 청문회서 박기범 승마협회 처장, 박재홍 감독 증인 채택

11월 30일 막을 올린 최순실 게이트 관련 국정조사특위(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조특위, 이하 국조특위)가 6일과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1·2차 청문회를 개최했다.

최순실이 빠진 최순실 국조특위였지만, 대기업 총수들과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 김종 전 문체부2차관,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 등 인사들이 증인으로 나왔고 정유라 승마 특혜 관련 공방이 벌어졌다. 첨예한 관심 인물인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도 6일 청문회 증인으로 소환됐지만, 암 수술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청문회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12월 6일 허창수 전경련 회장(GS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김승현 한화그룹 회장 등 9명의 대기업 총수들을 상대로 열린 제1차 청문회에서는 대한승마협회 전 회장사였던 한화 측이 정유라 선수에게 기십억 대 말 두 필을 제공했다는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

첫 질의자로 나선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은 김승연 회장에게 “2014년 4월 26일 한화갤러리아 명의로 원산지 독일, 적출국 네덜란드 등의 8억3천만 원짜리 상당의 말을 구입했느냐”고 질의했다. 김 회장은 “네”라며, “저희 승마단에서 쓰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장 의원은 “이 말 두 필은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를 통해 마사회 승마훈련 마방으로 들어간 뒤 정유라가 전용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이에 대해 “모르겠다. 모르기 때문에 대답을 못하겠다”고 했다. 실질적으로 증여한 사실도 없다고 부인했다.

한편, 이와 관련 한화그룹은 당시 한화갤러리아가 구입한 말은 ‘파이널리’ 1두로 정유라에 줬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이튿날 답변했다. 한화 측에 따르면, 이 말은 2014년 한화갤러리아 승마단 소속 김동선 선수가 아시안게임에 사용한 후 여러 용도로 활용하다가 지난해 산통으로 폐사했다. 또한 “2016년 현재 보유중인 말에 대한 자료는 의원실에 제출했기에 2015년에 폐사한 말은 빠진 것”이라며 자료를 추가 제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승연 회장은 또한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지난해 삼성그룹에 넘긴 것에 대해 “제가 느끼기에 승마협회를 감당하기 벅차서 넘기게 됐다”고 밝혔다. 3남인 김동선 씨가 같은 마장마술 국가대표 출신인 정유라 선수를 잘 아느냐는 박영선 의원의 질문에는 “잘 아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승마선수 출신으로 정유라 선수에게 승마 입문을 하게 한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 씨는 국회 출석을 명하는 동행명령장을 받고 7일 오후 뒤늦게 출석했다. 연세대 승마 특기생 입학 의혹까지 받고 있는 장 씨는 연세대에 입학한 게 본인 실력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당당하게 “네”라고 답변하며 자신 외에 다른 승마특기생도 있었다고 했다. 또한 몸이 안 좋아 개명하게 됐다, 최순실이 지시하면 따를 수밖에 없었다며 책임을 떠넘겼다.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운영을 맡은데 대해서도 관련 업무경험은 없지만 제주도에서 살 때 최순실이 일하라고 권유해 시작했다고도 밝혔다.

문화계 대통령으로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던 김종 전 문체부2차관은 여전히 ‘모르쇠’였다. 이미 구속수감된 김종 전 차관은 장제원 의원이 “누구 지시로 정유라·장시호를 감싸고 돌았냐”며 질타하자 “이 자리에서 말씀드릴 수 없는 점 양해 바란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김종 전 차관은 “아직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데, 기소되지 않은 상태라 지금 여기에서 말씀 드리기엔 적절치 않다”고 했다.

이와 관련, 함께 증인으로 출석한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는 “최순실이 김종 전 차관을 수행비서로 여겼다”고도 밝혔다. 잘 알려졌다시피 김종 전 차관은 최순실 씨와 정유라 선수가 ‘펜더’라고 별명을 지어 부르는 사이.

청와대에 “승마협회 내부의 최순실 파벌을 정리해야 한다”고 보고했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나쁜 사람’으로 지목, 공직에서 물러나야 했던 노태강 전 문화체육부 체육국장도 7일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노 전 국장은 승마협회 비리를 조사하고 좌천됐을 당시 심정에 대해 “공무원으로서 대통령에게 지적받는 것은 상당히 견디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했다.

또 “보고서를 모철민 교육문화수석에 올리고 나서 박원오가 진재수 체육과장에게 ‘왜 그런 보고서를 썼느냐, 두고 보자’라고 전화가 왔다”고 밝혔다. 청와대 문건이 민간인에 유출된 것 아니냐는 물음에 “우리는 그렇게 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15일 열리는 4차 청문회 증인으로 박기범 대한승마협회 사무차장, 박재홍 전 한국마사회 승마단 감독을 요청했다. 승마협회 내부 비리와 한국마사회와의 관계, 승마 로드맵 작성 경위에 대한 질의가 예정돼 있어 국조특위 불똥이 본격적으로 한국마사회까지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또한 특검이 시작되면서 정유라 선수가 소환된다면, 관행의 중심에 선 승마계가 감당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국조특위 2차 청문회에 출석한 장시호 씨가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는 장면. 장시호 씨는 최순실 일가 중 유일하게 출석했다(자료= 국조특위 방송 갈무리).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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