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식 감독의 DEAR MY CLASSIC GIRL(22)

대한민국 최초의 갈라 쇼

2013년 10월 27일 우리나라 최초로 말을 주인공으로 한 갈라 쇼가 개최됐다. 처음 열리는 갈라 쇼는 당시 KRA 한국마사회 승마 활성화팀의 P팀장의 열정적인 진두지휘 아래 계획됐다. 시작은 엉성하게만 다가왔다. 갈라 쇼를 열 만한 조건이 터무니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P팀장은 이를 치러 내기 위해 당시의 팀원들과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갈라 쇼를 한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것은 갈라 쇼가 열리기 2개월 전쯤으로 기억된다. 처음 갈라 쇼 개최 소식을 들었을 때는 가볍게 여겼다. P팀장은 우리에게 부담을 주기가 미안했는지 아니면 미리 계산된 작전(?)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소단위로 개최를 하겠다는 의사를 처음 미팅에서 밝혔다. 초대 인원은 승마인들과 우리 회사에서 강습을 받은 고객들 그리고 승마와 관련해 도움을 주고 있는 몇몇 분들을 모시고 작은 행사를 치른다는 기분으로 하자고 의견을 제시했다.

갈라 쇼에 대한 부담감
갈라 쇼는 공연일 까지 얼마 남겨놓지 않고 결정됐다. 처음 시도하는 공연이라 연습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 걱정만 태산같이 밀려왔다. 첫 미팅에서의 P팀장의 말은 무거웠던 내 마음을 한결 여유롭게 만들어줬다. 그러나 여러 사람들을 초대해서 우리들이 가진 승마 능력과 재능을 보여 주고, 인상적이고 재미있는 모습을 연출한다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이 부담감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고 출연진 모두에게 적지 않았다.

규모가 커진 갈라 쇼
이렇게 시작된 미팅은 이후 수십 차례 이어졌다. 미팅이 계속 될수록 갈라 쇼의 규모가 점차 커져갔다. 아마도 이러한 변화는 팀원 모두가 맡은바 소임을 충실히 하고 조금 더 감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열정으로 충만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된다. 팀원 하나라도 소홀히 했다면 연습과 미팅 중간 중간 다잡는 시간이 많이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 하나도 행사에서 이탈하는 인원이 없었다. 쉽지 않은 환경이었지만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하는 갈라 쇼를 성공적으로 멋지게 잘 해내보자는 마음이 하나로 뭉친 덕분이었다. 큰 행사는 결코 개인 혼자의 힘으로 이루어낼 수 없다. 서로 문제를 제시하고 이를 하나하나 풀어나가며 일을 진행하는 지혜로운 팀워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P팀장의 리더십은 내 마음이 한시도 다른 곳에 얼쩡거리지 못하게 했을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우선 내가 맡은 일은 마장마술 KÜR로 마지막 멋진 무대를 장식해야 하는 것이었다. 또 단체로 이루어진 공람마술 안무와 이를 총지휘해야 했다. 마지막 마장마술 KÜR는 이미 CG로 정해져 있었지만, 단체공람마술에 출연을 하는 출연진과 마필 선택에는 신중을 기해야만 했다.



렛츠런 승마단 선수들의 희생
갈라 쇼의 시시각각 변하는 화려한 조명과 신나고 우렁찬 음악 소리에 말을 적응시키는 일이 가장 힘든 훈련이었다. 공연에 가용할 수 있는 인력이 제한적이어서 한 공연자가 두 파트에 투입 되어져야 하는 어려움을 감수해야만 했다. 그리고 갈라 쇼의 화려한 환경 변화에 빠르고 적절한 대처를 위해서는 질 높은 승마술을 보여줄 능력을 갖추고 있는 렛츠런 승마선수단에서 이를 출연해줘야만 가능했다. 대한민국 최강의 선수로 구성되어진 우리 선수들의 포진은 성공적으로 갈라 쇼를 마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공연에 도움을 준 모든 사람들이 소중한 존재였으나 특히 렛츠런 승마선수단이 없었다면 이런 질 높은 승마술이 겸비된 갈라 쇼를 보여주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학생선수들의 역할
다음으로 렛츠런 승마선수단의 미래이자 동고동락한 학생선수들이 큰 몫을 했다. 학생선수들의 투입으로 단체공연과 장애물 시범단 장애물 시설 설치 등 주요 공연설치와 공연 준비의 신속성으로 공연에서 다음공연으로 이어지는 긴장감을 유지시켜 공연 내내 높은 수준의 감동을 유지시킬 수 있었으며 또한 공연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많은 이들의 도움
그리고 부서는 다르지만 언제나 열심히 운동하고 있는 K차장님의 노력하는 모습은 공연을 같이한 모든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었다. K차장님에게 이번 공연을 계기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승마경험이 되었으리라 확신한다. 바쁜 업무에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신 K차장님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다음은 승마 활성화 팀의 두 명의 교관이다. 이 친구들 역시 각종 강습과 산적해 있는 행정 업무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매번 웃으며 스마일 전령사가 되어 공연 연습에 지친 우리에게 신선한 힘을 줬다. 이번 공연에서 보여준 열성으로 회사생활을 한다면 그들의 앞날은 밝을 것 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외에도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갈라 쇼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또한 갈라 쇼에 참가한 말들의 수고로움이 무엇보다도 가장 큰 힘이 되었다. 평소와는 판이하게 다른 환경에 적응 하며 계속해서 이어지는 힘든 공연 연습을 이겨내야 했고 몇몇 녀석들은 고되고 힘든 공연 연습으로 끼니를 거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연 연습이 힘들고 피곤했었겠지만 녀석들의 한구석에 잠자고 있던 드넓은 평야를 질주하는 야생의 질긴 생명력을 표출해 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지루하게 이어지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난 새로운 환경으로의 잠시 동안의 외출은 녀석들에게 새로운 활력을 선사해 줬다.

주인공에 발탁된 클래식 걸
이렇게 많은 사람과 말들이 갈라 쇼에 투입되어 맡은바 임무에 120%이상의 능력을 보여주었다. 그중에 CG의 역할 또한 아주 중요했는데 공연의 주인공 역할을 맡은 것이다. 처음 제안이 들어왔을 때 선뜻 응하기가 조심스러웠다. ‘과연 공연에 어울리는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하는 걱정과 ‘많은 관중들 앞에서 밀려오는 중압감을 이겨내고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 때문이었다. 갈라 쇼 공연의 전체 스토리에서 화려한 마장마술 동작을 마지막으로 요구하는 제안이 들어왔을 때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결국 심사숙고 한 끝에 CG로 결정됐다. 화려함이 덜한 Ricco보다는 화려한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는 CG가 더 적임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비록 경험은 적지만 다양한 움직임과 화려함을 표현할 수 있는 CG의 강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틀림없이 갈채를 받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CG에게는 틀림없이 부담스럽고 힘든 공연이 될 것이라는 미안함과 불안한 마음은 내내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수많은 관중 앞에서 화려한 동작을 선보이는 것도 향후 CG의 앞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믿음과 말산업의 또 다른 장르를 개척한다는 마음으로 CG에게 희생을 요구하게 됐다.



쉽지 않았던 적응 훈련
CG와의 공연 연습은 쉽지 않았다. 현란하게 공연장 이곳저곳을 휘젓고 다니는 휘황찬란한 형형색색의 조명과 사람도 들으면 놀랄 만큼의 굉음 그리고 군데군데 놓인 대형스피커들은 평소 CG가 운동하던 곳과는 너무나 많은 차이가 있었다. 처음 연습하던 날 CG가 긴장하면 나오는 강한 재갈 밭이는 내 양어깨와 고삐를 쥔 팔 근육의 모든 에너지를 앗아갔다. CG도 근근이 유연성을 회복해 가며 눈에 띠게 편안해 보이던 근육들이 다시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이 부자연스러워했다. 잔뜩 긴장한 CG의 움직임은 모든 동작에서 힘이 들어가 마치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딱딱하게 굳어 움직임이 내게 그대로 전달됐다. Passage 움직임은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1보 답보변환은 몸이 굳어있어서 자유스러움이 사라졌다. 급하게 움직이려고 하는 CG는 균형을 잡지 못해 엇박자가 일어나 여러 번 연습을 해야만 했다. 음악에 맞춰서 움직이는 것은 오랜 시간 많은 연습이 있어야 좋은 모습을 완성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평소 접하기 쉽지 않은 환경에서의 연습과 많은 사람이 운집한 실제 공연은 CG와 내게 좋은 경험이 되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새로운 말 문화 창출
이렇게 여러 부분에서의 환경변화로 공연연습이 쉽지 않았지만 다행히 공연 종료 후에 많은 갈채와 찬사를 받았다. 대한민국 최초의 갈라 쇼를 마치게 되어 뿌듯하고 이에 대한 자부심도 느껴진다. 무엇보다도 말과 함께하는 공연을 대한민국 최초로 시도하여 새로운 말 문화를 창출하는 데에 한 일원으로 기여했다는 사실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싶다. 갈라 쇼를 찾아주신 여러분께 두 손 가지런히 모아 감사드리며, 공연 중 나오는 작은 실수에도 웃으며 박수갈채를 보내주신 너그러운 마음에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수십 차례 미팅이 계속 될수록 갈라 쇼의 규모가 점차 커져갔다.
▲무엇보다도 말과 함께하는 공연을 대한민국 최초로 시도하여 새로운 말 문화를 창출하는 데에 한 일원으로 기여했다는 사실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싶다.

교정교열= 황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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