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현명관 한국마사회 회장에 대한 평가는 공과가 엇갈린다. 한국경마의 파트2 진입과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전광판을 설치한 것은 잘한 일로 칭찬받고 있다. 그러나 렛츠런파크 서울(서울경마공원)의 주차장 유료화(3시간 이상 12000원)와 테마파크 건설은 대표적으로 경마산업의 본질을 외면한 정책으로 비판받고 있다. 스포츠토토와 복권은 동네 편의점 7000여 곳에서 판매하고 온라인을 통해서도 국민 누구나 자유롭게 구매하는데 경마는 그럴 수가 없다. 3곳의 렛츠런파크(경마공원)와 전국 30 곳의 문화공감센터(장외발매소)에 가지 않으면 마권을 구입할 수 없다. 근본적으로 토토와 복권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는 구조다.

사행성을 따져보더라도 복권은 그야말로 운에 맡겨야 한다.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고작해야 숫자를 조합하는 일이다. 토토는 각종 스포츠의 승패를 알아맞히는 게임이다. 모든 스포츠는 오로지 선수의 능력이 승패를 결정한다. 도구나 기구가 승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극히 미미하다. 그러나 경마는 다르다. 모든 스포츠에서 유일하게 선수(기수)의 능력보다 경주마(도구)의 능력이 중요시되는 스포츠다. 일반적으로 ‘마칠인삼’이라 하여 말의 능력이 우선한다. 그래서 경마는 승부조작이 성공하기가 매우 어려운 구조다. 그런데도 경마는 편파적 규제를 당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 1위의 IT강국이다. 이웃나라 일본과 홍콩은 온라인 마권발매가 경마장과 장외발매소에서 발매되는 마권매출액보다 훨씬 많다. 그리고 경마는 세계 120여 국가에서 시행하는 온 인류의 레저스포츠다. 우리 국민들이 복권이며 스포츠토토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덜한데 반해 경마에 대해선 왜 거부감이 강한지 원인을 찾아 치유하는 일이 시급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온라인마권발매시스템(Knetz) 부활과 각종 복권, 스포츠토토가 판매되는 동네편의점에서 함께 마권을 발매하는 시스템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
장외발매소가 없는 지역에서 인터넷을 통한 불법 사설경마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 조직은 세금 한푼 내지 않고 지하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국가적인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이들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검거만 한다고 해서 사설경마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합법의 틀 속으로 끌어들여야만 불법을 차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권구매 상한선 제도를 폐지하고 적중시 되돌려 지는 배당금의 비율을 높여야 하며 각종 세금도 인하해야 한다. 합법을 짓누르면 짓누를수록 풍선효과에 의해 불법이 그만큼 늘어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물품보관창고에서 10억원대의 현금이 발견되고 마늘밭에서 백수십억원이 현금이 쏟아져나오면서, 불법인터넷도박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된지 이미 오래다. 불법사설도박에 대한 염려는 이미 사감위 출범 당시부터 지적된 부분이다. 합법적 사행사업들의 지적에도 사감위는 불법사설도박에 대한 단속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관리감독이 수월한 합법적 사행산업에 대한 규제만을 강화하면서 오히려 불법사설도박을 양성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당시 합법사행산업 시행체들은 사감위의 합법사행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풍선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지만, 사감위는 ‘기관차 효과’를 앞세워 합법사행산업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면서 역효과를 키웠다.

한국마사회는 현명관회장 시절 온라인 베팅을 재개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지만 실현시키지 못했다. 테마파크 건설 등에 경마의 본질에서 벗어난 분야에 막대한 예산을 낭비했다. 한국마사회가 온라인 베팅을 재개해야하는 필요성은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온라인 베팅을 부활하고 편의점에서 마권을 발매하면 장외발매소 수십개를 개설하는 것보다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온라인 베팅을 시행하면 구매상한선 준수와 구매자 실명제 등도 이뤄질 수도 있다. 이렇게 좋은 제도를 왜 시행하지 않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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