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호 제35대 한국마사회장 내정자는 지난 8월까지 농촌진흥청장으로 활동했다. 3년 6개월이라는 재임 기간 동안 그는 공식석상에서도 종종 노타이 차림이었고, 점퍼를 입고 현장을 둘러보는 모습이었다. 그만큼 현장 중심의 소통 행정에 심혈을 기울였기에 한국마사회에 부임 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기대가 크다.
농림부 고위 관료 출신…농촌진흥청장 3년 반 재임 업적 뛰어나
연구 중시·현장 행보로 농업 6차산업화 실질적 발전 이끈 주역 평가
과거 농진청 홍보실·언론 대응 파격적으로 달라져 소통 충실 기대
제2차 종합계획 시행 앞두고 농업농촌에 말산업 접목 적절 인사
온라인 베팅 재개·경마산업 본질 정책 시행 등 산적 과제 해결 기대

제35대 한국마사회장에 이양호(58) 전 농촌진흥청장이 선임되면서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초대 농촌진흥청장이었던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현 정부가 탄핵 가결된 시점에 신임 한국마사회장으로 내정됐다. 특히 기업인 출신으로 ‘성과’와 ‘조직관리’에 집중했던 현명관 전 회장과는 달리 농업농촌 정책에 해박한 관료 출신이기에 이양호 신임 한국마사회장(이하 ‘내정자’로 통일)에 대한 기대가 남다르다.

2012년 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농림수산식품부 기획조정실 실장을 지낸 이양호 신임 한국마사회장 내정자는 2013년 3월 제25대 농촌진흥청장으로 부임, 올해 8월까지 3년 6개월간 장기 재임했다. 농업 정책의 중심에 있는 기관장으로 첫 부임했지만, 이양호 당시 농촌진흥청장의 농익은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2013년 3월 18일 오전, 농진청 대강당에서 취임식을 하며 “희망찬 농업, 행복한 농촌을 만들기 위해 농업인 단체와 각급 학교, 농산업체 등과 칸막이를 허물고 격의 없는 소통으로 우리의 역량을 결집시켜 나가자”고 당부한 바 있다. FTA 등 개방화 시대를 맞아 농촌에 활력을 불어 넣고 농업인의 소득 창출 등 농업 과제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며 취임사를 통해 △현장 농업인과 소비자가 원하는 연구 개발 집중 △개발된 농업 과학기술의 보급 및 실용화 △기관·부서·조직간 칸막이 제거로 융합과 협력 강조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조직으로 거듭 △직원 화합과 소통 등을 강조했다.

특히 “우리는 고객이 원하는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때가 종종 있다”며, “이것이 (국민의) 불신과 실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의 취임과 더불어 농촌진흥청은 획기적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2014년 사업 계획을 통해 ‘현장·고객·정책 중심’의 운영을 천명하며 농업농촌이 도약할 열정과 의지, 사명감과 진정성의 필요를 주창했다. 14년 상반기 사상 최대의 고병원성 AI가 발생하자 검역본부의 역학조사와 별도로 자체 특별감사를 실시해 방역 체계 등을 조사했고, 그 결과에 따라 재발 방지를 위한 종합적인 개선 대책도 마련했다. 개청 52주년을 맞아 4월 1일부터 11일까지는 1960년대 이후 농업·농촌의 변화와 농촌진흥청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사진·영상전도 개최하며 농업농촌의 특화된 콘텐츠를 알리는 데도 적극적이었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에는 한국의 축산 현황을 소개한 동물유전자원 현황보고서를 제출하며 국내 축산 정책의 세계화에도 앞장섰고 6월에는 ‘축산 악취 저감 국제 학술 토론회’를 열고 당면 과제에 대한 연구는 물론 축산 농가에 기술을 보급하는 데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이외에도 △전국 각지의 농촌마을을 찾아 ‘아름다운 농촌마을 가꾸기 행사’ 추진 △축산 현장 찾는 이동동물 병원 운영 △조사료용 청보리 ‘무한’ 개발 △농업기술정보 담은 누리집 개편 서비스 제공에 나섰다.

50년의 수원 시대를 접고 2014년 9월, 전북 혁신도시 ‘농업생명연구단지’로 농촌진흥청이 이전하면서 새로운 농업 100년 대계를 위한 새 청사의 개막을 알린 후에는 시대 흐름에 맞는 정책 개발과 대외 협력으로 농업농촌의 선진화를 이끌기도 했다.


2015년 새해 첫날을 농업 현장에서 이색 시무식을 열었다. 그해에는 다음카카오와 업무 협약을 맺었고 국민과 함께하는 농촌진흥사업 성과 보고회도 개최했다. 전국 30만 명에 달하는 농업인 대상 실용 교육도 진행했고 수출 현장의 애로를 해결할 ‘농식품수출 기술지원본부’도 출범시켰다. 또한 모내기 경연대회 개최, 찾아가는 축산 종합 상담, 토크 콘서트 ‘농心공감’ 개최 등 현장 중심의 특별한 행사도 연일 이어졌음은 물론 농식품 부산물을 사료로 재활용하는 기술 개발도 시작했다.

성급한 조직 개편과 편중 인사가 아닌 각 소속기관의 위상을 높이고 기관장 명칭의 혼선을 개선해 국민 이해도를 높이고자 산하 소속 기관 명칭을 한 차례 변경했다. 2015년 1월 재래가축을 활용한 품종 개량과 승용마 육성을 맡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의 난지축산시험장이 난지축산연구소로 이름을 바꾼 것. 국립축산과학원 소속의 ‘유전자원 관리기관’은 ‘센터’로, 그 외 ‘시험장’은 ‘연구소’로 통일했다.

어려운 농업 용어를 알기 쉽게 순화하고자 올해 5월에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어렵고 생소한 농업 용어에 대한 대국민 설문 조사도 진행, 국어 전문가와 농업 전문가가 알기 쉬운 용어로 순화해 활용·보급한다는 방침도 내세웠다.

농촌진흥청이 이처럼 다양한 성과를 도출할 수 있었던 배경은 연구와 현장 중심이라는 이양호 내정자의 농업농촌계의 풍부한 경험과 철학이 농진청 업무와 완벽한 궁합을 이뤘기에 가능했다는 평가. 또한 역량개발과를 통해 내부 교육에도 충실해 대내외적으로 농진청의 역량을 발휘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도 빠뜨릴 수 없다. ‘2013년 공무원교육훈련평가’ 결과 교육 프로그램운영 분야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국무총리표창을 수상했고 2015년도에는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이양호 내정자는 농림부의 다양한 부서를 거치면서 농업 정책 전반에 대한 경험을 두루 갖췄고, 직원들에게 신망 받는 것으로 알려진 인사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검역본부, 축평원 등 농림부 산하기관 단체장이 공석이거나 직무 대행일 때도 그는 탄탄대로를 걸었다. 현장 중심의 실제적 리더십을 발휘한 덕에 농촌진흥청은 2015년도에만 △국정 과제 △정책 홍보 △정부3.0 협업 등 전 부문에서 우수 등급을 받고 ‘우수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말산업의 연구 개발과 기술 보급도 잊지 않았다. 국립축산과학원 난지축산연구소를 통해서 △한라마 비육 기간 연구 △가축 관리 핵심 기술 책자 발간 통한 말 사양과 마사 관리 △축산 실용기술 모음 발간 통한 말 도체와 말고기 숙성법 등 28건 자료 제시 △말기름 냄새를 없애는 정제 기술 및 말뼈 분해물 기술 확보는 물론 분만 철 등 계절 변화에 따른 말 관리 요령도 꾸준히 알려 내년 제2차 종합계획 실행을 앞두고 말산업을 농업농촌에 입히는 역할에 기대가 큰 것도 사실. 2015년 10월, 제2회 코리아승마페스티벌 개막을 사흘 앞두고 국회의원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유소년 승마 발전 방안 모색 국제 심포지엄’에도 모습을 보였다.


앞서 농진청에서의 경력과 사업 추진 내용을 살펴보면, 이양호 내정자가 한국마사회 회장으로 부임 후 달라질 점들을 조심스레 예견할 수 있다. 우선 말에 그치는 것이 아닌 실천·현장 중심의 행보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말산업계 R&D 연구가 중요한 이때, 농업의 과학기술화를 주창했고 관련 연구를 독려했던 점을 보면 현재 ‘계륵’이 된 말산업연구소와 말산업계 연구 풍토를 재조정할 것으로 기대된다.

솔선수범하며 직원과 협력해 시너지 효과를 냈던 행보, 특히 내부 직원 교육을 통한 대외 활동 강화도 빠뜨릴 수 없다. 여담이지만, 본 기자는 이양호 내정자가 농진청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전담 출입하며 기획조정실 내 대변인실과 홍보실(현재 조직 구조와는 조금 다르다) 분위기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잘 알고 있다.

현재는 대변인실 내 별도로 홍보팀이 따로 있는데 순환 보직이 되더라도 홍보팀 직원들은 국립국어원 파견 교육 등 기본적인 보도자료 작성과 언론사 대응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이수, 출입기자단들의 호평이 있었다. 청장의 주간 업무 계획도 투명하게 밝혔고, 작성된 보도자료의 질이나 양은 정부 내 어떤 부처, 산하기관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 사진이나 콘텐츠, 내용도 풍성하며 홈페이지 관리도 잘 되고 있다. 그 배경은 이양호 내정자가 농림부 재직 당시인 2006년에 홍보관리관도 역임한 경험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이양호 내정자가 농진청의 단순한 ‘홍보’나 이미지 개선이라는 미명이 아닌, 농업농촌계의 정보 제공과 현장과의 소통을 얼마나 중요시했는지, 현안들을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다. 오타가 나고 정보도 틀려도 관리감독하지 않고, 언론 대응은 모르쇠로 일관하는 등 전문 기자단과 마찰을 빚었던 현명관 전 회장의 마케팅·홍보 인식과는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을 언론계도 기대하고 있다.

사실 한국마사회 임직원들은 이양호 내정자가 부임해 다시 닫혔던 직원간 소통의 고리를 터주고 대외 홍보와 실제적 현장 행보를 내심 기대했던 것도 이런 점들과 무관치 않다. 농림부 고위 관료 출신이지만, 기존 ‘낙하산’ 인사와 달리 농업농촌 정책에 정통하기에 말산업의 6차산업화, 농업농촌의 횃불이 될 말산업 발전을 위해 그리고 농림부와 한국마사회의 긴밀한 연결고리가 될 것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컸다.

현명관 전 회장이 하지 못했던 온라인 마권 발매 부활은 물론 경마산업의 본질을 벗어난 잘못된 정책도 재조정되기를 경마산업계가 열망하고 있다. 이외에도 용산 렛츠런문화공감센터 문제, 특혜 의혹에 휩싸여 내실 없이 운영되고 있는 위니월드 문제 등도 산적해 있다.

이양호 내정자는 19일 공식 임명 후 21일 취임식을 갖고 제35대 한국마사회장으로 2019년 12월 18일까지 3년간 활동하게 된다. 전임 낙하산 회장들이 3년이라는 기간 동안 특화된 말산업의 체계를 이해하는 데 장기간 걸려 소모가 컸던 만큼 낙하산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이양호 내정자는 태생적 ‘원죄’가 없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의 3년 반 동안 성과와 실질적 변화를 보면, 한국마사회장으로 일할 3년이라는 시간은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양호 제35대 한국마사회장 내정자는 지난 8월까지 농촌진흥청장으로 활동했다. 3년 6개월이라는 재임 기간 동안 그는 공식석상에서도 종종 노타이 차림이었고, 점퍼를 입고 현장을 둘러보는 모습이었다. 그만큼 현장 중심의 소통 행정에 심혈을 기울였기에 한국마사회에 부임 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기대가 크다.

▲50년 수원 시대를 접고 2014년 9월, 전북 혁신도시 ‘농업생명연구단지’로 농촌진흥청이 이전하면서 이양호 당시 농진청장은 현장을 직접 찾아보며 체계적인 이전을 추진했다. 농림부 재직 당시인 2006년에 홍보관리관으로도 활동, 실질적 마케팅과 홍보로 이미지 개선이 절실한 한국마사회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Copyrights ⓒ말산업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