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말을 아는 것이다. 단순한 명제이지만, 불행하게도 말을 이해한다는 게 그리 말처럼 쉽지가 않다. 일반적인 산업동물, 예를 들면 양계, 양돈 또는 한우나 젖소들은 그룹으로 관리하는 동물이기에 시설자동화가 가능하다. 그러나 말은 한 마리 한 마리가 관리하는 사람의 손을 타야하는 개체 관리 동물이기에 알아야할 지식도, 해야 할 행동도 그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이 있다.

말 이해의 시작은 기초적인 지식부터부터 이루어지는데 말의 구조와 기능을 다루는 해부학과 생리학이 가장 기초가 되며 중요한 학문이다. 이들을 근간으로 마학, 행동학, 병리학, 약리학, 질병학, 산과학 및 장제학 등 연관된 인접학문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발전시킬 수 있다.

말에 관한 지식에 대해 역사학의 도움을 빌어 보면, 인류는 오래전 석기와 금속을 함께 사용하던 금석병용시대에 미스터리하게 말을 가축으로 만든 이후부터 말을 이해하였고 그에 대한 지식을 문헌으로 남겼다. 서기전 14세기 무렵에는 군마를 조련하는 키쿨리(Kikkuli)가 말의 조련 방법에 대해 점토판에 히타이트어로 서술했는데 이것이 최초의 말에 관한 자료이다.

서기 6세기에 고구려는 倭에 말을 치료하는 기술을 전했고 8세기에 일본에 마의가 활동했다. 서양에서 사람 의학과 함께 수의학도 근대 이후 발전하다가 18세기부터에 일본은 말의 지식에 관해 급진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도쿠가와 막부 시대에 청나라에서 원형요마집(元亨療馬集), 요마서(療馬書)를 들여왔으며, 1728년에 마의 유경선을 초빙하였다.

19세기에는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의 근대적인 선진기술을 받아들이면서 말수의술, 특히 군마 수의술도 빠르게 발전했다. 20세기에 들어서 러일전쟁을 끝내며 한일합방이 이루어졌고 이후 근대식 경마와 함께 말수의학 용어가 우리나라로 들어왔는데 기존의 우리말 용어를 잠식시키고 말았고, 아직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나라마다 민족마다 고유한 언어가 존재한다. 언어는 그 나라의 얼을 표현하기도 하고, 정체성을 나타내는 무형의 자산이다. 오래전 조상들로부터 써왔던 언어에는 그들의 사회 즉, 역사가 묻어있기도 하다.

본 기고문은 국내의 수의과대학에서 표준으로 많이 활용되는 한국수의해부학 용어제정위원회에서 편찬한 『수의해부학용어』(고려의학)를 참고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말 용어와 옛 용어를 병행해 표기했다. 부득이하게 위 책에 수록되지 못한 전문용어들은 말산업계에서 쓰이는 용어로 표기했다. 실무에서는 말산업 종사자와 경마 관계자들이 배워온 대로부터 옛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먼 훗날을 생각하면 우리말 용어로 바꿔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말산업육성법이 이제 걸음마 단계를 지나고 있다. 언젠가 온전하게 우리말용어가 교육과 실무에서 널리 활용되기를 기대하며, 잃어버린 우리역사와 문화재도 제자리로 돌아와 주길 기원해본다.

▲저자 - 양재혁 교수(수의학박사 & hippologist)
1989년 제주대학교에서 수의학 공부를 시작으로 1997년 한국마사회에서 경주마 생산분야 및 경마수의위원을 지내다 2013년부터 국립 한국농수산대학 말산업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마학, 영양학, 질병 분야 및 말과 인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장기 현장 실습중인 2학년 학생들과 이탈리아 경주마 생산목장을 탐방한 말산업 선진국 해외 연수 중 찍은 사진(사진 제공= 양재혁).
 

▲말의 외부 명칭(사진 출처= 이인형, 황인구. 말해부생리. 대한미디어, 서울, 2012).

 

 

“이제는 누구나 쉽게 말 관련 용어 익힐 때”
“일제강점기 도입 용어 더 어렵고 우리 말 잠식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재래마 제주마 연구하고파지식 전달에 초점…잘못 알려진 것 바로 잡아야대중과 말의 연결 다리, 마학자(馬學者)이고 싶어” 마학자(馬學者, hippologist), 말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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