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승마단 창단에 기여하고 스포츠 마케팅을 담당했던 제주승마공원 서명운 대표. 이곳에 터를 잡기까지 전국을 돌며 승마산업 현장을 직접 찾았고 2008년 자비를 들여 제주에서 전국지구력승마대회를 개최한 뒤 2010년 제주승마공원을 만들었다.
말산업육성법 시행 이후에도 가뜩이나 경영난에 시달렸던 승마산업. 구제역 창궐과 세월호 침몰, 어린이 캠프 화재 참사 등으로 3년 연속 악재에 시달리더니 최순실 국정 농단과 정유라 승마 특혜 의혹이라는 ‘화룡점정’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고, 준비된 사람은 위기를 기회로 바꾼다는 건 자명한 진리.

총 17개 부문에 걸쳐 수상자를 선정한 제19회 말산업대상 수상자 릴레이 인터뷰가 한창이다. 본지 취재진은 제주, 부산, 영천, 경기 등 전국 각지에 있는 수상자들을 찾아 소식을 담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올해의 유소년 승마단 부문에 선정된 제주승마공원을 찾아 국제화에 앞장 서고 있는 생생한 현장 소식을 전한다. -

“승마산업 활성화, 우리 모두가 떠안은 숙제”

올해의 유소년 승마단 부문 수상, 제주승마공원 서명운 대표 인터뷰

제19회 말산업대상 유소년 승마단 부문 수상에 빛나는 제주승마공원(대표 서명운)은 지난해 창단 한 달 만에 호주 국제 유소년 지구력대회 첫 출전 완주는 물론 전국 대항전 종합우승, 제주도교육감배 3종목 우승이라는 성적을 기록했다. 유소년 승마의 붐을 타고 혜성처럼 등장해 우연히 좋은 성적을 거둔 것 같지만, 선수와 학부모 그리고 제주승마공원 측의 철저한 준비와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왜’ 그리고 ‘어떻게 이 모든 일이 가능했을까. 2월 15일 제주승마공원을 찾아 승마산업 현안에 대해 서명운 대표와 인터뷰했다. - 기자 말

- 창단 한 달 만에 호주 국제 지구력대회에 출전했다.
“국제승마협회 호주 관계자를 통해 유소년 지구력대회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인터넷을 통해 알아보게 됐다. 4살부터 7살은 부모와 교관 리드 아래 출전하고 10살까지는 리드 없이 부모와 동반 출전, 17살까지는 자마로 직접 출전하는 등 우리나라 유소년 대회에는 없는 대회가 어떤지 궁금했다. 학부모들과 선수들에게 ‘같이 가봅시다’ 하고 출전했다. 처음에 학부모들은 안 되는 줄 알았다. 가서 보니 모두가 문화 충격을 받았다. 2시간 이내에 들어오면 탈락되는 규정처럼 무조건 빨리 들어오는 게 아니라 말의 복리 후생을 고민하는 대회, 선수를 보호하는 데 초점을 둔 대회였다. 홀스맨십에 입각한 선진 문화, 세계적 트렌드, 대회 현장에서 희망을 보고 왔다.”

- 첫 출전에 선수들 모두 완주하는 성공 사례를 남겼다.
“우리 선수들도 너무나 잘 뛰었다. 하루 훈련하고 10·20km를 거뜬히 뛰었고 또 하루 훈련하고 40km도 소화했다. 대회 당일 모두가 완주했고 아이들에게는 평생 기억에 남는 대회가 됐다. 우리는 운동을 한다고 하면 선수만 만드는 데 초점을 두지만, 외국은 공부도 함께하면서 승마를 하지 않나. 현장은 과정이 중요한데, 우리는 결과만 중시한다. 과정과 결과,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함께 믹싱된 작업을 계속 하고 싶다.”

- 좋은 소식이 또 있다.
“영국에서 10년 공부한 아들이 지금은 직업을 바꿔 말똥을 치우고 있다. 작년에는 40·80km 지구력대회도 완주했다. 오는 3월 4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CSI 1스타급 대회에 개인 자격으로는 첫 출전을 앞두고 있다. 협회나 마사회가 선수 육성과 지원을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지금 장애물과 지구력 등 각 종목을 다 할 수 있는 대회장조차 없고 국제대회도 유치하지 못하는 실정 아닌가.”

- 승마산업이 여전히 어렵다.
“승마산업은 전국구다. 그에 걸맞은 선진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수익을 창출하는 컴플렉스한 비즈니스 모델이 없다. 나눠주기 식으로 지원을 받았는데 그 이후에 어쩌란 말인가(so what)? 근시안적 행정은 현장을 더 어렵게 하고, 현장은 위만 바라보다가 지원이 없으면 원망이 부메랑이 돼 서로 부담만 되는 악순환 구조다. 중장기적인, 근본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 구체적인 방안이 있다면.
“하드웨어 중심의 승마산업 정책 프레임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돼야 활성화의 첫 걸음이 가능하다. 승마산업 본부장이 나와 T/F팀 만들고 콘텐츠를 담아내는 프로젝트를 해야 할 때다. 승마산업 발전을 위해 우산을 씌워줘야 한다. 사실 ‘한국식’이라는 건 아직 그 정체성이 없지 않나. 선진 사례도 벤치마킹해야 한다. 현장이 먼저 세계적인 트렌드를 알고 직접 찾아가며 따라가는데 승마계를 움직이는 단체들과 정책은 현장이나 민간보다 국제화, 정보력에서 늦는다. 온도차를 줄이는 혁신의 소통이 필요할 때다.”

- 현장 중심의 정책이 필요하다.
“지금은 공존하는 과정이 없다. 민관이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현장 중심의 세미나, 공청회를 연 5회 이상 열고 그간 문제가 뭐였는지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 민의가 정부, 협회, 한국마사회에 올라가 정책이 결정되고 지원되는 과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좋다, 나쁘다의 이분법이 아니다. 유관단체나 협회, 지자체들은 선진 사례를 연구하고 발표한 적이 전무하다시피 하지 않나. 주요 사업들에 대해 공식적으로 공모라도 한 적이 있나. 수익을 내고 모델을 창출하도록 유도하면 민간에서도 적극 뛰어들 준비가 됐다.”

-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말산업저널에 바라는 점이다. 비판할 부분은 철저하게 비판하는 언론이 되어야 한다. 그와 함께 계몽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카더라’ 식의 보도 말고 정론의 역할을 기대한다. 내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마사회가 지원해 말산업대상 시상식도 했으면 한다.”

- 혈통 등록된 아랍마 3두를 직접 수입했다.
“호주 국제 지구력대회를 통해 한라마가 좋은 자산임을 재확인했다. 순하고 좋은데 활용을 못하고 있지 않나. 순수 혈통 100%로 등록된 아랍마 3두를 도입했고 그 중 1두는 씨수말로 활용할 방침이다. 지구력과 장애물에 장점을 보이는 아랍마와 한라마를 교배해 반(half)아랍마, ‘제주 아랍마’로 혈통 등록하면 된다. 국제 대회에 출전하는 아랍마들 역시 혈통 등록된 씨수말과 교배한 반아랍마들이다. 혈통 등록 절차만 밟으면 된다. 2년 후면 제주 아랍마들이 수십 마리가 될 것이다. 좋은 말을 만들고 세계 대회를 유치하고 민관이 함께 정책을 만들어가며 승마산업을 활성화하는 일은 우리 모두가 떠안은 숙제다.”


▲삼성전자 승마단 창단에 기여하고 스포츠 마케팅을 담당했던 제주승마공원 서명운 대표. 이곳에 터를 잡기까지 전국을 돌며 승마산업 현장을 직접 찾았고 2008년 자비를 들여 제주에서 전국지구력승마대회를 개최한 뒤 2010년 제주승마공원을 만들었다.


▲서명운 대표가 수입한 순수 혈통 100%의 아랍마. 씨수말까지 총 3두를 도입했는데 한라마와 교배해 제주 아랍마로 혈통 등록할 예정이다. 서명운 대표는 “좋은 말을 만드는 등 승마산업 활성화는 우리 모두가 떠안은 숙제”라고 했다.

제주=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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