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연구」, ‘사행산업 도박중독유병률 활용 정책에 대한 고찰

저자= 김종국 한국마사회 전 공정기획본부장
저자= 김종국 한국마사회 전 공정기획본부장

본 기고문은 「사회연구」(2016년 통권 제1호, pp. 9~56)에 실린 김종국 한국마사회 전 공정본부장의 ‘사행산업 도박중독유병률 활용 정책에 대한 고찰(공동 저자 이홍표 교수)’입니다.

한국연구재단 학술지인 ‘한국사회조사연구소’의 「사회연구」에 실린 본 기고에서는 국내 합법 사행산업에 대한 과도한 확산을 방지하는 규제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는 ‘도박중독 유병률’의 산정 방식과 적용상의 문제점을 검토해 개선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유병률 조사에 대해서는 사감위 출범 당시부터 지금까지도 논란이 많았기에 유병률 조사의 문제점이 무엇이고 이를 활용한 매출총량 배분정책이 타당한가에 대한 테제를 본지와 함께 제안하고자 연재를 시작합니다. - 편집자 주.

▣ 유병률 산정 방식 문제
사감위는 CPGI 방식으로 도박중독 유병률을 조사 발표할 때, ‘병적 도박 유병률’만 보고해야 하는데도 ‘중위험 중독률’(문제성 도박자 중독률)과 ‘문제성 중독률’(병적도박자 중독률) 두 단계의 유병률을 합해서 보고하므로 중독유병률을 부풀리는 관행이 여전하다고 할 수 있다.

CPGI(PGSI)는 피해 모형에 근거하고 문제 도박을 측정하는 것이며 CPGI를 제작한 원 저자들은 병리 모형이 아니라 심리사회적 피해 모형을 주장하고 있으며 도박문제의 분류 역시 이에 기반해 문제성 중위험·저위험으로 구분하고 있다.

즉, 심리사회적 피해가 동반되는 도박은 ‘문제성 도박’(problem gambler), 위험성이 높은 상태는 ‘중위험 도박’(moderate risk gambler)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페리스와 웨인(Ferris & Wynne)의 2001년 원 보고서에서도 ‘문제성 도박’, ‘중위험 도박’이라는 원래 용어를 사용하지 ‘도박 중독’이라는 용어는 전혀 사용하고 있지 않다.

이에 비해 ‘도박 중독’이라는 용어는 임상적 모형, 즉 병리 모형에서 사용되는 최종 진단 기준이나 용어이며 CPGI의 심리사회적 피해 모형으로는 측정할 수 없다. 따라서 CPGI 원래 척도의 이론적 기반(심리사회적 피해 모형) 및 목표에 기반해도 ‘도박 중독’이라는 용어는 타당하지 않으며 ‘문제 도박, 중위험 도박’, 아니면 최소한 ‘도박 문제’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

‘중위험 도박’의 원래 범위와 정의를 보면 특히 ‘중위험 도박’의 정의는 원 저자인 페리스와 웨인에 의하면 “도박과 관련된 위험성이 있을 수 있고, 혐오적 결과를 경험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집단(may or may not have experienced adverse consequence from gambling)”이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이러한 정의는 ‘도박 중독’의 진단 기준은 물론 보고서에서 정의하고 있는 ‘만성적 자기조절의 실패’와는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

‘중위험 도박’에서는 위험성이 있을 수 있는 것인지, 있다고 단정 지을 수 없으며 현실에서 혐오적 결과, 즉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즉 현실화됐을 수도 있지만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가능성, 잠재 상태에 있을 수도 있는데 어떻게 만성적 조절 실패가 발생할 수 있는지 이는 모순된 불합리한 정의이다.

이런 점에서 ‘만성적 자기조절의 실패’라는 것은 중위험 도박의 원래 정의와는 맞지 않는, 모순된 용어 사용일 뿐 아니라 원 저자의 의도를 왜곡한 것이고, 중위험 도박을 도박 중독에 포함하기 위해 원래 연구에 없던 개념을 근거 없이 삽입한 것일 수 있다.

중위험 도박에서 ‘중위험(moderate-risk)’, 즉 중간 정도의 위험 수준을 이야기한다. 페리스와 웨인은 도박에 몰입하는 위험도를 구분해 위험도가 낮은 저-위험, 중간 정도의 위험, 그다음 고위험 수준인 문제 도박으로 구분하고 있다.

중위험이란 위험도가 높은 중(重)위험이 아니라 중간(中間) 정도의 위험도를 뜻할 뿐이다. 도박 중독에 중위험 도박을 포함시키거나 도박 중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며 일반인들에게 “위험도가 높은 중(重)한 도박이구나”라는 잘못된 인식을 갖게 할 위험성이 높다. 따라서 중위험 도박이라는 용어는 그 의미를 분명하게 정의하고 밝힌 후 맥락에 맞게 사용해야 하며 도박 중독의 범위에서 배제되어야 한다.

사감위 사행산업이용실태조사 보고서는 캐나다를 비롯한 국외에서도 두 수준을 합해 유병률을 보고한다면서 페리스와 웨인의 ‘Ipsos-Reid Public Affairs & Gemine Research(2008)’ 조사 연구 등을 근거로 들고 있다. 나아가 DSM-IV(1994) 기준을 활용할 때도 “문제 및 병적 도박”을 통합해 유병률을 보고한다고 하면서 볼버그와 니세 캐리스 그리고 게르슈테인(Volberg, Nysse-Carris, & Gerstein, 2006)의 논문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보고서에서 근거로 제시한 페리스와 웨인의 조사 연구에서는 ‘도박 문제(gambling problem)’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도박중독(gambling addiction)’이라는 용어는 사용하고 있지 않다.

Ipsos-Reid & Gemini Research(2003)에서도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주의 유병률 조사에서 중위험과 문제 도박을 합산해 4.6%(문제성 0.9%·중위험 3.6%)라고 제시하면서 “도박 문제”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콕스와 낸시, 아피피 그리고 라두꾀르의 2005년 캐나다 유병률 조사에서 ‘중위험 도박과 문제 도박’을 합해 유병률을 제시하고 있으나 이 조사에서도 ‘도박 문제’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보고서에서 ‘문제도박과 병적도박’을 통합해 유병률을 보고한다고 예로 든 볼버그와 니세 캐리스, 게르슈테인의 조사에서는 제목을 캘리포니아 ‘문제 도박’ 유병률 조사(California Problem Gambling Prevalence Survey)라고 명시하지 ‘도박 중독’이라고 표기하고 있지 않다.

또한 조사에서는 ‘중위험 도박과 문제 도박’을 측정하는 CPGI가 아니라 ‘문제 도박과 병적 도박’을 측정하는 NODS(N=7,121)를 사용했으며, 이에 근거해 캘리포니아주의 ‘병적 도박’ 평생 유병률을 1.5%, 문제 도박 2.2%라고 한 후 ‘문제 도박자와 병적 도박자’의 평생 유병률이 3.7%라고 명시하고 있다.

즉 볼버그와 니세 캐리스, 게르슈테인의 등 조사 결과에서는 CPGI가 아니라 NODS를 사용했음에도 ‘도박 중독’이라는 범주 아래 포괄하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문제 도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보고서에서 근거로 든 조사 연구들은 ‘중위험 도박자’를 ‘도박 중독’에 포괄해 계산하는 근거가 전혀 될 수 없다. 만일 이러한 해외 조사 보고서의 선례를 근거로 삼아 따르고자 한다면 보고서의 제목에서는 ‘도박 중독’이라는 용어를 배제한 ‘도박 문제 유병률 조사’이어야 하며 본문에서 ‘문제 도박자’의 유병률과 ‘중위험 도박자’의 평생 유병률이 7.2%였다고 명시해야 한다.

영국의 2007년 도박 유병률 조사연구(Wardle, Sproston, Orford, Erens, Griffiths, Constantine, & Pigott, 2007)에서는 CPGI를 사용하고 있지만 동 보고서에서도 ‘도박 중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않고 ‘문제성 도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특히 보고서에는 ‘중위험 도박’을 배제하고 ‘문제 도박자’의 유병률만을 발표하고 있다. 참고로 보고서에서 3-7점 사이에 ‘중위험 도박자’ 비율은 1.4%였으며 만일 ‘중위험 도박’의 비율을 포함한다면 영국 역시 ‘도박 중독’의 비율이 0.5%에서 1.9%로 증가할 것이다.

앞서 보고서에서 근거로 든 해외 유병률 조사 자료를 포함해 외국 어느 보고서에서도 ‘중위험 도박과 문제 도박’을 합할 경우 ‘도박 문제(gambling problem)’라고 명시하지 ‘중독(addiction)’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나아가 대부분의 연구조사는 ‘중위험 도박’을 제외하고 ‘문제성 도박’만을 공식적인 유병률 수치로 보고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상기 보고서의 ‘도박 중독’이라는 용어는 그 기준에 부합되지 않는 도박 위험이 “있을 수도 있는” 집단을 이미 “있는” 집단으로 중독으로 탈바꿈시키고 과장한 매우 부적절한 용어 사용이라고 판단된다. 기존의 공식 개념이나 측정도구에 없는 개념들을 일부 임의적으로 삽입하거나 모순된 측면을 간과하기도 했다.

지금까지의 학문적 규범이나 상식에 근거할 때 ‘도박 중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며 CPGI로 유병률을 측정하고 여기에 ‘문제성 도박에 중위험 도박’을 합해 “도박 중독”이라고 명명하는 것은 한국밖에 없다. 따라서 보고서의 공식 용어는 ‘도박 중독’이 아니라 최소한 ‘도박 문제’라고 표기하거나 ‘문제성 도박’ 1.3%, ‘위험성 도박’ 5.9%라고 기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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