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 타이밍의 귀재 조경호 기수가 2009년 기수 부문, 다승 1위로 치고 나갔다. 최근 2주 동안 무려 13승을 몰아 친 조경호 기수는 74승을 기록, 그동안 줄 곧 1위를 달렸던 문세영 기수를 제치고 모처럼 단독 1위를 기록했다.

최근 2주 동안 조경호 기수의 성적을 살펴보면 총 14번의 입상 중 2위는 단 한번 밖에 없을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기승술이었고, 특히 ‘칸의제국’(일간스포츠배)와 ‘나이스초이스’(문화일보배)는 경마대회에서의 우승이었기 때문에 질적으로도 만족할만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특이사항은 유독 3연승의 성적이 많다는 것으로 이 기간 동안 3연승을 3회 기록하며 절정의 기량을 선보였다.

이처럼 조경호 기수가 우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승부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정확한 페이스 판단 능력을 꼽을 수 있다.

페이스 판단 능력이란 레이스 흐름을 읽는 눈으로 어떤 전개를 펼쳐야 할지, 어느 시점에서 치고 나가야 할지 승부 타이밍에 대한 탁월한 감각이 있기 때문에 능력마의 경우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능력상 열세에 있는 마필이라 할지라도 전개상의 우위로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기승술은 경마대회와 같은 큰 승부에서 더욱 빛을 발휘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조경호 기수와 팽팽한 다승 경쟁을 펼치고 있는 박태종과 최범현 기수도 지난주 각각 2승과 3승을 기록하며 추격의 고삐를 놓치지 않았다. 2주 전 만해도 박태종 기수는 조경호 기수 대비 8승, 최범현 기수는 4승 우위에 있었지만 전세는 역전돼 두 기수가 나란히 71승으로 조경호 기수를 쫓는 양상이 됐다.

조경호 기수의 눈부신 활약은 문세영 기수의 불의의 낙마 사고로 인한 결과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단독 1위를 질주하며 2년 연속 100승 돌파가 기대되던 문세영 기수가 낙마사고를 당해 올시즌 출전이 불가능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로 인해 4강 체제의 기수 판도가 3강 체제로 압축된 가운데 연말에 웃는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박빙의 승부에 팬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흔히 경마를 마칠인삼(馬七人三)의 스포츠로 정의한다. 즉 경마의 승부를 결정짓는 요인으로 경주마의 능력을 70%, 기수의 기승술을 30%로 정의 하는 것이다. 이같은 정의는 전세계가 공통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같은 정의가 잘 통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아직도 많은 경마팬들은 경주마의 능력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추리하지 않은 채 기수의 기승술에만 의존하여 베팅을 하는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마치 기계나 도구를 이용하는 다른 스포츠에서처럼 사람의 능력만이 승부를 결정짓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소위 ‘간다 안간다’는 루머가 난무하고 단순한 번호 찍기에 의존하는 마권 구매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잘못된 경마문화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각종 제도와 주변 환경이 선진화되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풀이할 수 있다. 가령 승군을 하지 않기 위해 정면승부를 꺼린다든지 마필의 특성에 맞는 경주거리에 출전하지 않는다든지 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행 군체계 경마를 혁명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스프린터와 마일러, 그리고 마라토너 경주마를 선별해서 경주편성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물론 경마상금과 연계하는 것은 필수요소다. 그래야만 기수 간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져 공정경마가 구현될 수 있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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