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년 승마사례 공모전’ 시상식에 참여한 7명의 수상자들 모습.
대중에게 진솔한 승마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국마사회는 올해 ‘유소년승마사례 공모전’을 열었습니다. 공모 결과 최우수상부터 장려상까지 총 19편이 선정됐습니다. 은 19편을 연재합니다. 그 네 번째 순서로 장려상을 받은 이정원 학생(삼각산중학교)의 ‘착한 말 ‘소공배, 그리고 말의 리듬을 방해하지 않는 것’을 소개합니다. 수상자들에게 축하와 함께 한국마사회 말산업진흥처에도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 편집자 주

“소통, 공감, 배려 통해 말에게 다가가고,
말 위에서 말 리듬을 깨지 않고 타는 것이 바로 ‘승마’.
승마로 인해 성격이 차분해지고
‘사춘기 가족’이 ‘화목한 가족’이 되다.”

소통, 공감, 배려, 소공배가 나의 인생에서 내가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들이다. 나의 인생에 ‘소공배’가 함께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나는 서울에 평범한 공립초등학교를 다니다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서울의 사립초등학교인 영훈 초등학교로 전학을 갔다. 그곳에서의 급훈은 소통, 공감, 배려, 소공배였는데, 이 소공배라는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이 세단어가 나의 삶을 이끌어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나의 그런 믿음과 나 자신의 신뢰가 쌓여 그동안 여러 일들에 많은 도전을 할 수 있었는데, ‘모두 소공배 덕분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무언가에 도전을 하려면 많은 사람들이 ‘용기’라고 말하겠지만, 나는 다르다. 물론 나도 어떤 일에 도전할 때 용기가 필요했지만, 나의 성격은 활발하고 나서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었기에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적은 몇 번 되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기에 어떤 일에 도전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소통, 공감, 배려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용기가 샘솟고 넘쳐도 그 도전 속에서 소통, 공감, 배려를 하지 않으면 그 도전을 이어갈 수 없다. 그리고 승마에 대한 나의 도전 또한 ‘소공배’와 함께했다.

작년 3월쯤, 지인 통해 ‘유소년승마단’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전부터 승마를 하고 싶었는데 그 간절한 기도가 이루어졌는지 나와 내 동생, 그리고 친구와 함께 왜 승마를 하고 싶은지에 대한 이유와 각오를 써서 렛츠런 유소년승마단에 지원했다. 그리고 나와 동생, 친구 모두 뽑혔다는 공고를 받고 정말 승마에 가는 날까지 날짜까지 새며 드디어 첫 수업에 갔다.

나는 그때 말을 보고 정말 무서웠다. 말을 처음 보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커다란 말의 높이에 겁났다. 하지만 선생님들과의 첫 만남을 가지고 말에 대한 설명을 듣고 조금은 말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나는 말의 커다란 몸집이 무서웠는데, 말은 크기와 다르게 겁이 매우 많아서 바람소리만 들어도 깜짝 놀라는데, 내가 그 순진한 동물을 겉모습만 보고 판단했다는 것이 미안했다. 이것이 내가 말을 향한 첫 번째 공감이다. 말에게 공감을 하고 말에게 조금 더 가까워진 마음으로 선생님의 설명대로 말의 옆의 천천히 가서 말의 목을 천천히 부드럽게 쓰다듬고 말이 코로 내 냄새를 맡으며 말과 첫 번째 소통을 했다. 말도 입을 씰룩씰룩 거리면서 나와 장난치고 싶어 했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말에게 당근도 주고, 각설탕도 주며 승마단 친구들과 앞으로 우리와 함께할 말들과 서로 첫인사를 나누고 첫 번째 수업이 끝나고 나는 두 번째 수업 날을 기다렸다.

드디어 두 번째 수업부터는 기승했다. 말을 처음 탄 날에는 나는 우리가 타게 될 말 중 가장 컸던 ‘벨라’라는 말을 탔다. 첫날에는 말을 끌고 걸어가며 말과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는데, 말과 함께 할수록 매력 빠져드는 것 같았다. 벨라는 어두운 밤색 말인데, 내가 벨라를 타고 평보를 할 때 벨라를 끌어주시던 선생님이 벨라는 ‘장애물 킹’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나는 그때 괜히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시간이 계속 흐르고 우리 승마단은 좌속보, 경속보를 배우면서 어느 정도 말을 잘 다룰 수 있을 때 쯤, 여느 주말과 같이 말을 타고 있는데, 내가 탄말의 코가 앞말 엉덩이에 닿는 바람에 앞에 있는 말이 놀라서 뒷발을 찼다. 그런데 나는 그 순간 다리에 마비가 온 것처럼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고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내 다리가 앞에 있던 말의 뒷다리에 정확히 맞은 것이었다. 나는 말에서 내리고 걸을 수가 없어서 차를 타고 응급실에 갔다. 엑스레이를 찍고 결과를 보니 다행히 뼈는 부러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의사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근육이 훨씬 많아서 뼈에 이상이 없는 것’이라고 하셨다. 매일 큼지막한 알이 배겨있던 내 다리가 그 순간만큼은 어찌나 자랑스러운지 몰랐다.

하지만 나는 통증이 심해서 한 달간 승마를 쉬게 됐다. 한 달 동안 말도 보지 않고, 주말에 승마장을 가지 않으니 정말 공허한 하루하루들을 보내면서 모든 일들이 어렵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길었던 한 달을 마치고 다시 승마장에 찾아왔을 때, 다른 아이들의 실력이 일취월장하게 늘어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유소년승마클럽 대항전이 예정돼 있었는데, 우리 승마단이 번외경기에 참가하게 돼서 여러 장애물들을 수행하는 연습했다.

오랜만에 말들을 만나니 반가웠지만, 한편으로는 겁나기도 했다. 그래서 선생님들이 내가 적응할 때 까지 말을 끌어주셔야 했다. 여하튼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연습이 끝나고 다음날, 우리는 과천에 있는 렛츠런파크에 갔다. 그리고 각자 말을 배정받고, 우리 승마단 모두 과제를 잘 수행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장애물 비월경기 등, 선수들의 장애물경기가 펼쳐졌는데, 어떤 선수는 장애물을 넘다 낙마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선수들이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며 서로에게 격려와 응원, 그리고 우승 선수에게 박수를 쳐주는 모습을 보고, 진정한 스포츠 정신을 느꼈다. 그리고 더불어 나의 용기와 승마에 대한 관심이 더 늘어나는 듯 했다.

우리 승마단도 장애물을 넘는 선수들을 보며 우리도 저런 날들이 오기를 바라며 다시 본격적으로 연습을 시작했다. 방향 바꾸기, 경속보로 장애물 넘기, 구보 등을 연습하면서 우리들의 실력은 쑥쑥 늘어만 갔다.

그런데 어느 날, 내가 ‘벨라’를 타고 있던 도중에 뒤에 있던 말이 놀라서 벨라도 함께 놀라 내가 떨어졌다. 끝까지 고삐를 잡고 있어서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았다. 사실 처음 낙마하기 전에 ‘말에게서 떨어지면 무슨 느낌일까’, ‘아프겠지?’라는 두려움이 있었는데 오히려 낙마하고 나니 자신감이 더 생겼다. 그 자신감 덕분인지 낙마하고 다시 벨라를 탔을 때 벨라가 더 날뛰었음에도 불구하고 떨어지지 않고 음성신호로 벨라를 진정시키며 잘 탈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다음주에 ‘아쿠아’ 라는 말을 탔는데 구보를 하다 습보수준의 구보를 해서 낙마 했는데, 내가 끝까지 고삐를 잘 잡고, 중심을 잘 잡아서 공중에서 한 바퀴를 돌고 두발로 착지하는 낙마를 했다. 선생님이 ‘정말 잘 떨어졌다’고 칭찬을 해주셨는데, 다른 엄마들은 ‘마상체조를 보는 줄 알았다’, ‘멋지다’고 해주셨다. 기분이 좋았지만, 그럴 겨를도 없이 바로 다시 아쿠아를 타고 구보를 시도해보고 마무리 지었다.

요즘 정치적인 이유로 여러 사람들이 승마에 대한 편견이 부정적인 시선에서 보고 있는데, 승마는 정말 좋은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승마는 올림픽 종목 중 유일하게 동물과 함께하는 운동이다.

승마는 기승자가 아무리 잘 탄다고 해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 기승 자가 말과 함께 서로 함께 호흡하면서 말 상태에 맞춰 말 위에서 리듬을 찾아서 내가 그 리듬에 맞춰주는 것, 그것이 바로 ‘승마’다. 그렇기에 다른 어떤 종목의 운동보다 훨씬 힘들고, 심적으로도 부담이 많은 운동이다. 하지만, 그 힘든 것을 해냈을 때, 그만큼 훨씬 성취감이 있고, 보람이 있다.

물론 나 또한 그렇지만, 내 생각에 승마인들이 계속해서 승마하는 이유는 바로 ‘말과 함께이기 때문에’라는 생각이 든다. 운동을 나 혼자 한다면 내가 하고 싶을 때 하고 하기 싫을 때 그만둘 수 있지만, 승마는 그렇지 않다. 말 상태에 맞게 운동을 해야 할 때도 있는 반면, 운동을 하고 싶어도 말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운동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도 있다.

승마를 하면 정말 그 여운이 오랫동안 가시지 않는다. 말을 타면서 칭찬도 해주고, 말을 타고 있는 환경에 맞춰 말을 잘 이해하면서 말이 놀랄만한 일이 생기거나 갑자기 큰 소리가 나면 어린아이를 달래듯 살살 진정시키면서 타야한다. 말은 겁이 많아서 한 마리가 놀라면 다른 말들도 덩달아 놀라서 낙마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때문에 나는 승마를 하면서 동물과 함께해서 그런지 전보다 자연이나 환경을 볼 때, 말의 시각에서 바라보게 됐다. 작은 소리나 바람소리에도 귀 기울여 듣고, 새소리나 물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를 귀담아 들었다. 게다가 말처럼 작은 소리에도 귀가 쫑긋해졌다. 그렇게 단지 나의 청각에만 변화가 온 것이 아니었다. 청각이 더 예민해지자 시각 또한 그 범위가 늘어났다. 평소에는 보지 않았던 작은 곤충들이나 구름 등, 많은 것들에 쉽게 관심이 쏠렸다. 그래서인지, 주변에서 ‘성격이 많이 차분하고 점잖아졌다’고 하셨다.

내가 승마를 하고 나서 내가 승마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도 또한 ‘나에게 많이 차분해졌다’는 얘기를 한다. 또한 나와 내 동생 모두 어릴 때부터 잘못된 나쁜 습관으로 등이 많이 굽어 있어서 척추측만증에 가까운 증상이 있었는데, 승마를 하면서 자세 교정이 돼서 평소에도 무의식적으로 아무리 고쳐지지 않던 습관이 고쳐졌다. 그래서 어디서나 의자에 앉을 때 허리를 펴고 있게 되어서 허리가 꼿꼿해졌고, 저절로 키가 크고 바른 자세로 키가 많이 컸다. 그래서 우리 엄마는 우리 승마를 하고 자세가 교정된 것을 보고 매우 만족스러워 하신다.

승마하고 우리 가정에서 나와 동생만 변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열심히 승마하고 두려움을 극복하고, ‘할 수 없는 것은 없다’는 마음을 가지고 뭐든 열심히 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고, 우리의 성격이 차분해지는 것을 보고, 일생의 거의 반년이상 담배를 피어오신 아빠가 금연을 하셨다.

또한 우리 가족은 가족끼리의 대화도 많아졌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내가 말에게 고맙고 승마를 잘 했다는 이유는 우리가족이 변화한 것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우리 가족의 모습은 그리 화목하지 않았다. 생일이 1년 차이도 나지 않는 연년생인 내 여동생과 나는 서로에게 거친 욕설과 싸움이 일상이었다. 그리고 사춘기인 나와 동생, 제 2의 사춘기라 하는 갱년기를 보내고 계시는 부모님이기에 서로간의 마찰이 잦았다. 그야말로 우리 가족은 ‘사춘기 가족’ 이었다.

하지만 승마를 시작한지 8개월이 되어가는 지금, 우리 가족, 특히 나와 동생은 어디가면 둘이 사이가 매우 좋다는 소리를 많이 들을 정도로 차분해졌고, 분노를 조절하고 화를 다스리는 법을 스스로 깨우쳤다. 바로 말을 통해서다. 말이 기승자의 말을 잘 듣지 않을 때, 즉 말과 나의 호흡이 맞지 않을 때, 아무리 화를 내고 짜증을 내도 말도 더불어 짜증내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럴 때 마다 말을 다독여주면서 서로의 호흡을 맞춰나갔다.

그리고 말이 내 말을 잘 따라 주면 줄수록, 말에 대한 애정은 점점 더 해져 갔다. 그래서 이제는 사과나 카페에 있는 각설탕을 보면 말에게 주고 싶다는 생각이 무엇보다 제일먼저 든다. 그렇게 사이가 돈독해진 우리 자매덕분인지, 부모님들도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최대한 주지 않으려고 애쓰시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자연스레 우리 가족은 ‘사춘기 가족’이 아닌 ‘화목한 가족’이 됐다. 그리고 지금 우리 가족은 서로가 조금씩 노력해서 ‘행복한 가족’으로 발걸음 하고 있다.

승마를 할 때 ‘배려’란 모든 상황에서 존재하게 된다. 내가 낙마를 하더라도 내가 말을 끝까지 제어하지 못하면 다른 말들도 놀라 다른 말과 기승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리고 말은 달리려는 본능이 있어서 낙마하고 나서도 고삐를 끝까지 잡아야 마찬가지로 다른 말들과 기승 자들이 안전하다. ‘배려’는 말에게도 해당된다. 말이 나의 말과 의사를 존중해주는 대신, 나도 말에게 배려를 해야 서로의 호흡이 맞는다.

나는 승마보다 더 어려운 운동은 없다고 생각한다. 말 위에서 말의 본 리듬을 찾고 그 위에서 방해하지 않는 것, 서로가 편안한 것, 그것이 바로 ‘승마’다.

▲‘유소년 승마사례 공모전’ 시상식에 참여한 7명의 수상자들 모습.

교정·교열= 박수민 기자 horse_zzang@horse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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