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테마로 한 세계 말 축제 소개

오늘날 ‘축제’는 술, 음악, 꽃 등 현대 문물이나 문화적 특정 주제에 국한해 먹고 마시는 일로 그 의미가 고착됐지만, 본디 축제(Festivalis)의 뿌리는 종교의례였다. 잘 알다시피 고대 신들의 축제는 ‘올림픽’으로 승화됐으며, 술의 신 바쿠스(디오니소스)를 기리는 바쿠스 축제 등 축제는 성스러운 존재, 힘과 만나기를 기대하는 개인과 공동체의 의식이었다.

고대 신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은 동물들 가운데 성스러운 존재로 각인돼 그와 관련한 축제는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호모 루덴스(Homo Rudens)’, 즉 유희하는 인간은 축제를 통해 이성과 감성을 넘나들며 경험을 넓혀 문화 발달을 꾀한다는데. 말과 함께하는 ‘호모 에쿠스(Equus)’는 어떤 축제를 만들어가고 있을까. – 편집자 주

축제의 계절 여름. 작열하는 태양만큼 뜨거움과 함께 전 세계 각지에서 각종 축제가 개최된다. 더위를 시키기 위한 물 축제부터 맥주 축제까지 다양하게. 그 가운데에서 말을 테마로 축제들이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전통적으로 말과 역사를 같이 한 몽골의 나담 축제부터 유럽의 이탈리아의 시에나 축제까지 축제를 즐기는 형태는 다르지만 인간과 함께 호흡해 온 말을 통해 또 말을 테마로 한 축제들이 열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제주에서 매년 제주마 축제가 열리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말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전 세계 말과 관련된 축제들을 소개한다.

▣나담 축제(매년 7월)
‘말’하면 절대 빠질 수 없는 곳이 몽골이다. 나담 축제는 몽골 최대 전통 축제로 모든 일상 속에 말이 녹아 있는 몽골인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다. ‘나담’(наадам; Naadam)은 ‘놀이’를 의미한 몽골어 단어로 무엇을 기념하거나 경축할 만한 경우 전국 또는 지역 규모로 나담 축제가 열리곤 했다. 최근 들어서는 보통 매년 몽골 혁명기념일인 7월 11일 울란바토르에서 열리는 전국 민속·스포츠 축제인 ‘에링 고르붕 나담’을 가르킨다. ‘에링 고르붕 나담’이란 말은 ‘남자들의 3가지 경기’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여기서 3가지 경기는 몽골식 씨름, 말타기, 활쏘기 등이다. 여자들의 경우 씨름을 제외하고 말타기와 활쏘기에 참여하는 형태를 취한다. 2010년에는 나담 축제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3경기 중 가장 인기 있는 경기는 ‘말타기’ 경기이다. 말타기는 마르코 폴로가 쓴 ‘동방견문록’에 소개되기도 했다. 대초원에서 펼쳐지는 경기에는 일반적으로 15세 이하의 아이들이 출전한다. 보통 5세에서 12세가 가장 많다. 말타기 경기는 남녀 구분 없이 참가할 수 있으며 말의 나이에 따라 주행거리가 달라진다. 말 나이 2세, 3세, 4세, 5세, 7세 이상, 4~7세의 거세하지 않은 종마 등 모두 6개 종목으로 나뉘어 경기가 열린다. 2세 말은15㎞, 3세 말은 20㎞, 4세 말은 25㎞, 5세 말과 종마는 28㎞, 7세 이상인 말은 30여 ㎞를 달린다.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은 종마 경기로 15세 이하의 아이들이 참가한다. 주로 6~8세 아이들이 참가해 우승하는 경우가 많다. 어릴수록 체중이 적다 보니 말에 가해지는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우승한 말에는 ‘투멩 에흐’(Тумэн Эх)란 명칭이 수여되며, 이는 ‘만 마리 말 중 으뜸’이라는 의미이다. 우승마 가격은 보통 말보다 80~100배 이상 뛰기도 한다. 우승한 말의 땀을 닦으면 한 해 행운이 깃들고 일이 잘 풀린다는 속설에 따라 기수와 관중들은 빗으로 우승한 말을 빗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나담 축제는 몽골 최대 전통 축제로 몽골인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다. 나담 축제 중 가장 인기 있는 경기는 ‘말타기’로 대초원에서 15~30㎞의 6개 종목이 펼쳐진다. 우승자에게는 몽골 대통령이 직접 시상한다.

▣스페인의 야생마 길들이기 축제
스페인 북서부 사부세도 마을에서 열리는 ‘라파 다스 베스타스(Rapa Das Bestas)`는 야생말들을 잡아 털을 깎고 낙인을 찍는 축제이다. 400여 년 이상 이어져 온 축제로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말들을 산에서 몰고 내려와 마을 한 곳에 가두면서 축제를 시작한다. 카우보이들이 야생마 우리로 돌진해 아무런 도구도 사용하지 않고 맨손으로 야생말을 제압하고 갈기와 꼬리털을 잘라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동물 보호 단체에서는 동물 학대란 이유로 축제의 중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갈리시아 지방 사람들은 무더운 여름 말들이 날 수 있도록 해준다며 적극 옹호하고 있다. 제압당한 말은 다시 산으로 돌려보낸다. 축제는 매년 7월 첫 번째 주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 열린다.


▲라파 다스 베스타스(Rapa Das Bestas)`는 야생말들을 잡아 털을 깎고 낙인을 찍는 축제로 400여 년 이상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동물 학대란 이유로 비판을 받고 있지만, 지역 사람들은 무더운 여름을 잘 날 수 있도록 해준다며 옹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탈리아의 팔리오 축제
이탈리아 북부 시에나 시 캄포 광장에서 매년 7월과 8월에 두 차례에 걸쳐 열리는 경마대회이자 민속 축제이다. 15세기 중세시대 복장을 한 시에나 17개 지역 대표선수들이 캄포 광장에 모여 안장 없는 말을 타고 광장을 3바퀴 도는 경주를 펼친다. 시에나 팔리오 축제는 시에나의 수호성인인 성모 마리아의 영광을 기리는 경마대회로 매년 7월 2일과 8월 16일 두 차례 개최된다. 대회 3일 전부터 축제가 시작되며 화려한 식전 행사인 ‘코르테오 스토리코’가 유명해 세계 각지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가장 중심이 되는 행사는 팔리오 경주로 경주 당일 기수들은 마을 타고 시청사 뜰에 입장한다. 축제를 준비하고 경주를 기다리는 데 걸리는 시간에 비해 경주 시간은 단지 90여 초밖에 되지 않는다. 짧은 시간 승패가 결정되는 관계로 다소 공격적인 경우도 묵인되며, 기수가 낙마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기수가 낙마하더라도 상관없이 말이 결승선을 들어오는 것을 기준으로 우승이 결정된다. 그러다 보니 가끔 말 혼자 결승전을 통과해 우승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말이 달리는 순간 뜨거운 열기로 콘트라다까리 싸움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경찰은 개입하지 않는 게 불문율이다. 팔리오 경주는 연 2회 열리는 공식 경주 외에도 국가적 차원에서 기념할 일이 있는 경우 특별경주를 개최하기도 한다. 팔리오 경주는 이탈리아 전역으로 생중계된다.

▣캐나다의 ‘캘거리 스탬피드’
‘캘거리 스탬피트(Calgary Stampede)’는 매년 7월 첫째 추 금요일부터 열흘간 열리는 축제로 캐나다의 최대 축제 중 하나로 꼽힌다. 캐나다가 자랑하는 문화유산이자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말 축제이다. 1912년 카우보이 대회로부터 출발해 1923년 박람회와 스탬피드 축제가 통합돼 오늘날에 이르렀다. 이후 로데오 대회, 척웨건 마차 경주 등 서부 시대 전통과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이벤트 등이 추가됐으며, 최근 들어서는 각종 콘서트와 전시회, 공연 등이 추가돼 연간 1백만 명 이상의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축제는 7월이지만 캘거리 사람들은 6월부터 축제 준비를 시작한다. 지역민 뿐만 아니라 축제를 보기 위한 관광객들도 축제 한 두 달 전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축제가 열리는 기간이 캘거리 여행 성수기로 항공편과 숙박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축제는 개막 퍼레이드와 마차 경기, 로데오 경기 등 크게 3가지가 핵심 이벤트이다. 개막 퍼레이드는 카우보이, 기마경찰대, 원주민 무용단, 마차, 말, 악단 등이 긴 행렬을 이루며 많은 관광객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퍼레이드 후에 참가팀 가운데 종합 우승팀, 서부 시대 분위기를 가장 잘 구현한 팀 등 각종 상을 시상하기도 한다.

레인지랜드 더비 마차 경기도 유명하다. 과거 목장들이 마차 경주로 우승을 겨루는 데서 유래됐다. 1923년에는 6팀만이 출전했으나, 오늘날에는 약 30여 개 팀이 참가해 1백만 달러의 상금을 놓고 우승을 겨룬다. 로데오 경기도 주목할 만하다. 로데오 경기는 캘거리 스탬피드의 상징으로 매일 오후 1시에 열린다. 공식 경기 6종목과 초보자 경기 4종목으로 구성된다.

▣일본의 ‘챠구챠구맛코’
‘챠구챠구맛코(チャグチャグ馬コ)’는 일본 이와테 현 타키자와시와 모리오카시에서 매년 6월 두 번째 주 토요일에 열리는 말 전통 축제이다. 축제는 타키자와시에서 모리오카시까지 화려한 마구를 두른 말 행렬 모습을 볼 수 있는 축제로 말 주인들이 자신들의 말에 화려한 마구를 두른 후 15㎞에 이르는 거리를 4시간에 걸쳐 거닌다. ‘챠구챠구’는 말에 갑옷을 두르고 걸으면 나는 소리의 일본식 의성어로 축제 이름이 유래됐다.

전통적으로 이와테 현은 농업 문화가 중심인 지역으로 말 목장지로 유명하다. 농경문화에서 소와 함께 빠질 수 없는 동물로 여겨지는 말의 노고에 감사하는 의미를 담은 지역축제이다. 축제를 통해 말의 무병장수를 기원하고 있으며, 1978년에는 일본 무형 민속 문화재에 등재됐다.
1996년에는 일본 환경부가 선정한 일본의 ‘남기고 싶은 일본의 소리 풍경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1958년부터는 양력 6월 15일에 개최됐으나, 2001년 이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 유도를 위해 6월 둘째 토요일에 열리고 있다.


▲‘챠구챠구맛코’는 농경문화를 기반으로 한 일본 이와테 현에서 열리는 말 축제로 말에 대한 감사함을 표시하는 행사이다. 말 주인이 자신의 말을 치장한 후 15㎞의 거리를 4시간에 걸쳐 거닐면서 방울 소리를 내는데 그 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가 ‘챠구챠구’라고 하여 축제 이름으로 발전됐다.

▣호주의 ‘매직 밀리언스 카니발(Magic Millions Carnival)
세계적인 휴양지인 호주 퀸드랜드주 골드코스트에서 열리는 대규모 경마 축제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경주마 경매와 경마대회가 동시에 열리는 축제로 매년 1월에 개최된다. 매직 밀리언스 경마대회에는 매직 밀리언스 경매에서 거래된 경주마들만이 출전할 수 있어 눈길을 끈다. 1986년 시작한 축제로 다른 전통적인 축제보다는 시간적인 깊이는 덜 하지만 최근 들어 연간 2억만 불(약 1,460억 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높이고 있다. 말 경매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도 경매인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매직 밀리언스 경마대회로 당일 아침부터 가족, 연인, 친구들과 함께 자신이 베팅한 말을 응원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경주마 경매와 경마대회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축제로 매년 1월에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열린다. 다른 세계 축제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연간 2억만 달러 규모의 시장으로 발전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축제의 계절 여름. 작열하는 태양만큼 뜨거움과 함께 전 세계 각지에서 각종 축제들이 개최되고 있다. 그 가운데 말을 테마로 한 세게 축제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세계적인 말 문화 축제를 소개한다. ‘캘거리 스탬피트(Calgary Stampede)’ 축제 모습.

황인성 기자 gomtiger@horsebiz.co.kr
-Copyrights ⓒ말산업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