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국산마가 생산되기 시작한지 20여년이 가까워 오면서 국산마의 과잉생산이 현실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올해 경매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현상이지만 품질경쟁이 본격화하면서 경주마의 질에 따라 양극화 현상이 심각하게 빚어졌다. 질이 좋은 경주마는 아주 높은 가격에 매매가 되지만 그렇지않은 국산마들은 아예 경주마로의 활용조차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국산마 생산에 심혈을 기울여온 생산농가는 과잉 생산으로 인해 심각한 피해가 우려되고 있는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국마사회는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와 내륙말생산자협회 그리고 개별생산농가에 공문을 보내 ‘국산마 생산규모 적정유지 협조’를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한국마사회가 밝힌 바에 따르면 올해 경마시행계획을 기준으로 서울과 부산경마장을 포함하여 국산마 신규 교체규모는 지난해 718두에서 올해는 763두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올해 입사 예정 국산마는 2세마 989두, 3세마 72두로 잉여마가 226두에서 298두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많게는 300여두에 이르는 국산마들이 경주로를 밟아보지도 못할 것으로 보여진다.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최근에는 씨암말 등록 두수가 급증하고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과잉생산의 폐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씨암말 등록 두수를 살펴보면 2006년 296두가 신규 씨암말로 등록되었고 지난해에는 430두가 새로운 씨암말로 등록되었다. 올해 4월1일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씨암말의 수는 2,221두에 이르고 있다. 신규 국산마는 연간 763두가 필요한데 생산가능 두수는 필요 두수에 3배에 달하고 있어서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국산마 생산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2000년 658두의 국산마가 생산된 이후 2001년 735두, 2002년 914두, 2003년 1,053두, 2004년 1,071두, 2005년 1,094두, 2006년 1,168두, 2007년 1,225두의 국산마가 생산되었다. 이렇게 생산된 국산마가 실제 경주마로 활용된 것은 2002년 83,9%, 2003년 66.4%, 2004년 90.6%, 2005년 75.7%, 2006년 80.8%, 2007년 77.8%를 보이고 있다. 2004년에 급격히 활용 두수가 높아진 것은 부산경마장 개장에 따른 것이다. 국산마의 생산과잉이 현실화하면서 한국마사회는 고육지책으로 생산농가에 씨암말이 적정 두수가 유지되도록 노력해달라는 협조 공문가지 보내게 되었다. 그러나 생산을 억제하는 정책은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직접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서울과 부산경마장의 경마를 완전 크로스베팅을 하는 것이고 경주 일수와 경주수도 대폭 늘리는 것이다. 세계 주요 국가의 연간 경주 수를 살펴보면 2004년 국제경마연맹(IFHA)이 발표한 서러브레드 평지경주를 기준으로 미국은 53,403경주, 호주는 19,921경주, 일본은 17,886경주, 영국은 5,241경주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1,661경주를 시행했다. 경주 수를 늘리면 돈을 잃는 경마팬이 늘어나 경마에 대한 이미지가 더욱 나빠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고 한정된 경마팬을 대상으로 매출액의 한계를 보일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동네 편의점에서 손쉽게 구입하는 스포츠토토의 증가율을 보라. 또 복권이며 경륜 경정 게임물 등이 판을 치고 있는데 지엽적인 생각에 매몰돼 있을 겨를이 있는가.

경주 수의 증가와 함께 질좋은 경주마를 생산하여 외국으로 수출하는 길도 뚫어야 한다. 물론 우리나라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생산비가 높게 들어 외국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불리한 조건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고부가가치의 특성을 지니고 있는 경주마 생산은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활로를 뚫을 수 있을 것이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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