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청소년승마 활성화 방안 연구(3)
Ⅲ. 승마의 심리적·정서적 효과를 통한 인성교육
3. 3가지 측면의 관계 형성에서 함양되는 인성덕목
가. 말과의 관계에서 함양되는 인성
2) 말에 대한 보살핌
(2) 책임감
청소년 승마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말 관리를 실제로 해 보면서 자신이 기승한 말에 대한 책임감을 배우고 말 등 위에 올라가 있는 시간보다 땅 위에서 말을 보살피는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게 된다. 단순히 기승술을 배우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말과 교감하며 자신을 컨트롤하고, 말과 기승자의 관계에서 생겨나는 신뢰와 믿음이 승용마에 대한 개인적 책임감 형성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특히 아직은 접하기 어렵고 생소한 승마라는 레저 종목 스포츠의 참여는 청소년들에게 자신이 생명체와 함께하는 ‘특별한’ 스포츠를 배우고 있다는 인식을 하게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학생들의 내면에는 자신의 말에 대한 애정이 생겨난다.
말을 준비하는 것부터 기승하고, 또 운동 후 마필을 관리하는 ‘말에 대한 보살핌’을 배우면서 청소년 스스로가 자신의 역할을 인식하고 개인적 책임감을 익히게 된다. 말에 대한 애정을 통해 생겨난 자신의 책임감 있는 행동에 청소년들은 자부심을 가지며 승마 운동 그 자체의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또한 기승을 준비하면서 발생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책임을 지는 과정을 통해 책임감 있는 행동을 하게 된다. 실제로 승마 수업 초반에는 다른 친구들이 말안장을 가져오고 말 다리를 보호하는 아대를 채울 때,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보다는 가만히 서 있거나 뒤늦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말발굽을 파주는 일과 같이 학생들이 다칠까봐 겁을 먹기도 하고 처음하기에 까다로운 일은 2인 1조로 말을 준비할 경우 파트너인 친구에게 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하지만 수업 후반으로 가면서 자신이 기승하는 말을 준비하는 데 있어 높은 참여도를 보이게 된다. 말에 대한 애정이 생겨나면서 자신이 기승하는 말을 책임감 있게 보살피게 되는 것이다. 살아있는 생물인 말(馬)과 함께하는 운동인 만큼 내가 기승하는 말의 건강을 체크하고, 적절한 마구(안장, 고삐, 굴레 등)가 잘 갖추어져 있는지를 살피며, 사용 후 정리정돈이 책임감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승마운동을 통하여 책임감이 향상된 것에 대해서는 가족, 학교 친구들, 선생님 등 주변 사람들이 변화를 느끼고 이를 언급하게 된다. 승마를 시작하기 전 말을 관리하고 마구를 관리하는 것과 시간에 맞추어 운동을 시작하고 끝내고 운동 후 자신의 말을 정성들여 목욕시키고 마구를 제자리에 정리한 후 말(馬)을 마방까지 데려다 줌으로써 기승자는 운동한 것뿐만 아니라 말 관리에 대한 성취감과 책임감을 느낄 수 있고, 일상생활에서도 무의식중에 자기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해스스로 실천하고 책임감 있게 마무리하는 자세가 생겨나게 된다. 승마참여자들은 내적으로 성장한 책임감과 이를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승마교육을 통한 변화에 즐거움을 느끼며 스스로에게 만족하게 된다.
3) 말과 함께 위기 대응
(1) 용기
‘나와 말의 관계’에서 청소년들은 기승 시 생기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야외 스포츠 활동인 승마운동 시 접할 수 있는 낙마와 같은 위급 상황에 마주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용기를 습득하게 된다. 청소년들은 어려워진 기승술을 극복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용기를 배울 수 있다. 승마 기승술 중 속보를 처음 배우면서 생겼던 말 위에서의 두려움과 무서움을 떨쳐버리기 위해 용기를 가지고 끝까지 해내고자 노력하게 되고, 이러한 자신의 용기 있는 행동을 통해 기승 시 느끼는 두려움을 극복 할 수 있게 된다. 더 나아가 일상생활에서도 매사에 성실하게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일도 극복할 수 있는 용기와 끈기 있는 자세를 가지게 된다.
(2) 집중력과 상황 판단력
승마는 기승자의 정신 집중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즉, 기승자는 말의 움직임에 집중함으로써 자신의 기승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고도의 집중을 통해 상황에 따른 집중력까지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이다. 승마를 통해 말에 대한 배려를 체험하게 되는 동시에 자신 스스로는 말의 움직임에 집중하고 그 움직임을 이해하며 말의 습성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그에 적합한 기승술을 실천하게 될 때까지 많은 인내심을 필요로 하게 된다. 살아있는 동물과 함께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낙마(落馬)와 같은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기승자는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거나 속보와 구보 신호를 줄 때에 말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관찰하여 리듬감 있게 박자를 잘 맞춰주어야 한다. 이 때 기승자의 전신이 고도의 집중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말과 기승자 둘 다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불충분하게 되어 자연스럽고 편안한 운동을 하는 것이 힘들어진다. 이 때문에 기승을 준비하는 시점부터 하마를 하고 마필을 관리하는 동안 기승자는 주변상황과 말의 미세한 움직임과 감정까지 신경을 쓰며 집중하게 되고 궁극적으로 올바른 상황판단력과 더불어 집중력을 향상 시킬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승마프로그램을 실시한 학생들의 경우 자신에게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서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능력이 향상되고 본인의 정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향상된다. 결국 학생들은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일의 순위를 두고 해결하는 대처능력과 성취능력이 향상되어 긍정적 발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3) 문제해결능력
낙마와 같이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의 상황대처 및 문제해결을 통해 청소년들은 승마를 하며 느끼는 두려움을 극복하는 기술을 배울 수 있다. 승마의 특성상 기승자는 자신의 몸보다 몇 배는 더 큰, 살아있는 생명체와 함께 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자칫 방심할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대표적으로는 기승자가 말에서 떨어지는 낙마 사고, 말과 말의 간격이 좁아 부딪혀서 일어날 수 있는 사고, 말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생기는 사고 등 위급한 상황이 나타나는 경우가 실내 운동에 비해 많은 편이다. 이런 경우를 겪거나 보게 되면서 학생들은 말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기도 하지만 말과 기승자 사이에서 적절한 상황 대처가 이루어짐으로써 위기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습득할 수 있다.
특히 자신의 실수, 말의 불복종에도 참을성을 가지며 말의 돌발적인 행동에 불안함을 느낄 때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감정 조절을 하는 것, 신체적으로 위급한 상황 시 대처하는 위기상황 대처능력은 말과 기승자 사이의 관계에서 기를 수 있는 대표적인 문제해결 능력이다. 유·청소년들은 타는 동안 두 번이나 낙마를 경험하면서 응급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말의 행동에 두려움을 느꼈을 때 어떻게 자신을 컨트롤 할 수 있는지 깨달으면서 상황 판단력을 기를 수 있다. 또한, 기승 후 자기 자신의 실수를 되돌아보면서 잘못된 대처에 대해 반성하고, 좀 더 차분한 행동과 마음가짐을 말 위에서, 또 일상생활에서 가져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는 효과를 가져온다. 승마수업 도중 실내마장에서 말들이 놀라서 밖으로 튀어나가고, 흥분해서 여러 마리의 말들이 기승자의 컨트롤을 벗어나 날뛰는 위급 상황 시 많은 학생들이 이전에 자신이 말을 다루면서 배웠던 침착함과 적절한 상황 판단력으로 말을 제어하고, 차분히 말을 다시 마장 안으로 데리고 오는 등, 자기 자신을 상황에 맞게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평보보다 빨라진 속도의 속보운동을 하기 위해 말 위에서 용기를 내고, 운동 중 낙마와 같이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의 상황대처 및 문제해결을 통해 청소년은 말과 처음 접했을 때, 또는 승마를 하는 도중 생겨난 두려움과 위기를 극복 할 수 있다. 이런 승마활동 상황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상황을 마주하며 길러진 습성은 학생들의 일상생활에도 적용되어 차분함, 집중력, 침착함을 통해 다양한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을 것이다.
(4) 자신감
말은 사람이 감정을 숨기려 해도 내적 상태를 파악하고 즉각적인 반응을 보일 정도로 매우 민감한 동물이기 때문에 항상 조심스럽게 대해야 한다. 말의 민감성은 사람의 감정을 파악하고 욕구를 잘 알아내도록 한다. 말이 어떻게 사람의 기분을 알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지만 승마 운동을 하다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처음 말을 접하는 학생들은 커다란 체구를 가진 말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기 쉬운데, 승마 활동에 참여하면서 두려움을 극복하고 말과의 친밀도가 상승하면서 자신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말은 사람을 태울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이 힘이 있는 위치에서 세상을 경험하게 하고 더 커질 수 있다는 잠재력을 제공하여 기승자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어준다. 자신의 운동신경에 대해 섣불리 과소평가를 하는 경우가 많아 체육을 두려워하고 운동에 대한 거부감이 있던 학생들도 승마운동 참여를 통해 얻은 근력, 근지구력 등의 신체적 발달과 체력 향상이 스포츠 유능감을 키우고 자기 개념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뿐아니라 스포츠 참여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다.
또한, 다른 유형의 자신감으로 ‘외모 자신감’을 들 수 있는데 이는 꾸준한 승마활동에서 얻어지는 신체적 효과에 대한 보상이라고 판단된다. 규칙적인 승마운동을 통하여 균형 잡힌 체형을 만들 수 있으며, 척추를 곧게세우다 보니 올바른 자세가 형성되며, 지속적인 운동으로 체지방이 감소함에 따라 결국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신체형성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라 분석되며 이러한 총체적 변화가 결국 외모적 자신감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평소에 내성적인 성격을 지닌 학생들의 경우 일상생활에서는 물론 신체 활동을 하는 도중에도 또래친구들과의 활발한 교류가 없다. 하지만 자신이 이야기 하는 모든 것들을 들어주고 항상 그 자리에 있어주는 말과의 신뢰성을 쌓아가면서 이들은 사회성을 기를 수 있게 된다. 사회성이 부족했던 학생이 재활승마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부족한 점을 극복해 나가는 사례는 아주 많은데, 자존감과 사회성이 낮아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학생이 말과의 대면, 말을 만지고 이해하는 수업, 주위 동료와 선생님들의 격려를 통해 승마를 하게 되고, 다른 기승자들과의 관계가 호전적으로 변하게 된다. 승마운동을 통해 자신감이 고취된 참가자들은 사회에서도 계속해서 긍정적인 자세로 매사에 임할 수 있다.
(5) "호스맨십"
우리는 일반적으로 스포츠에 참여 할때 ‘스포츠맨십’을 이야기하며 스포츠에 참가하는 사람이 지켜야 할 사회적, 도덕적으로 바람직한 태도와 행동에 대해 지켜야 할 규율들을 생각하며 신체 활동을 수행한다. 승마 역시 게임에서 이기고 지는 것을 배우기보다는 승용마의 습성과 여건에 대해 생각하고, 다른 기승자들을 배려하며 말과 자신의 관계를 주군과 신하의 관계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운동하는 친구로 생각해야 한다. "호스맨십(horsemanship)"은 승마술을 배우는 것부터 마필관리와 정서적 교감, 마방 관리 등 전반적인 기승자와 말 사이에 필요한 정신과 말상식 및 관리에 관한 능력, 기승술까지의 모든 것을 의미한다. 물론 스포츠를 행하는 이에게 신체적 기량의 향상과 기술 습득은 중요한 요소이나 이것에 치중해서는 진정한 스포츠의 가치에 대해 탐색할 수 없다. "호스맨십"은 단순한 승마 기술을 습득하는 것에서부터 말의 생각을 읽고 보살피고 관리하는 것까지 아우르는 정신으로 포괄적인 의미를 가진다. 말 위에서 평보, 속보, 구보, 장애물, 마장마술 등 점진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마술(馬術)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승자는 승마라는 신체활동을 통해서 체(體)·덕(德)·지(知)를 함양하기 위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진정한 승마인이 되어 기승자와 승용마가 교감하며 인마일체(人馬日體)를 추구해야 한다.
교정교열= 황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