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영 레이싱미디어 대표, 말산업저널 발행인
제36회 그랑프리 경마대회의 가장 큰 흥밋거리는 주요 경주마의 작전에 있었다. 과연 누가 선행을 나설지, 우승 후보가 선행을 나설 경우에 상대마로 지목된 경주마는 어떤 작전을 펼칠지 관심을 모았다.

경주 초반 레이스는 ‘실버울프’, ‘디퍼런트디멘션’이 빨랐으나 추진을 동반해 선행 의지를 내비친 ‘청담도끼’가 선행을 주도했다. 유력한 우승 후보로 지목된 ‘트리플나인’도 ‘청담도끼’를 의식한 듯 출발과 동시에 추진을 가해 선두와의 간격을 좁혔다. 초반 선행에 나선 ‘청담도끼’와 선입 전개를 펼친 ‘트리플나인’, ‘디퍼런트디멘션’의 순위는 뒷 직전주로에서도 이어졌고, 3코너를 도는 시점에선 ‘챔프라인’과 ‘클린업조이’가 가세했다.

결승선 직선 주로에 접어들면서 ‘청담도끼’, ‘트리플나인’의 경쟁에 ‘파워블레이드’와 ‘동방대로’가 가세해 4파전의 양상이 펼쳐졌다. 추입 작전을 펼친 ‘파워블레이드’와 ‘동방대로’의 치열한 접전이 펼쳐졌디. 최종 ‘파워블레이드’의 우승으로 대회는 막을 내렸다.

우승 후보들의 작전을 종합하면 이렇다. 선행, 추입이 모두 가능한 ‘청담도끼’는 최종 선행 작전을 선택했다. 경주 초반부터 선행 의지를 강하게 실행했고, 선행 전개를 펼쳤다. ‘청담도끼’는 의도대로 선행 작전으로 경주에 나섰다. 최선을 다한 결과 최종 4위를 차지했다.

‘트리플나인’의 작전은 다소 의외였다. ‘트리플나인’은 ‘청담도끼’를 의식한 탓인지 초반부터 추진을 가해 내측 선입 작전을 펼쳤다. 이 부분에서 우승마의 희비는 갈렸다. ‘청담도끼’가 선행 전개를 펼쳤지만 선입권에서 ‘트리플나인’이 붙은 결과 수월한 페이스 조절이 쉽지 않았고, ‘트리플나인’도 시종 선입 자리를 고수한 나머지 종반 승부처에서의 걸음이 부족했다. 오히려 초반 선행, 선입 작전보단 추입 작전을 택한 ‘파워블레이드’에게 기회가 주어졌고, 이는 우승으로 이어졌다. ‘동방대로’도 시종 침착한 경주 운영을 통해 준우승이라는 값진 결과를 얻었다.

‘파워블레이드’는 국내 최초 통합 3관마로 이름을 올린데 이어 그랑프리 경마대회까지 우승을 차지했다. 2017년 그랑프리 경마대회에서 ‘파워블레이드’가 작성한 기록은 2300m 2분24초0이다. 역대 그랑프리 경마대회에서 작성된 최고기록이다. ‘파워블레이드’는 최고의 대회에서 우승의 영광과 함께 대회 신기록을 통해 한국 경마 역사를 다시 썼다.

‘파워블레이드’의 우승으로 오경환 기수는 2004년 ‘밸류플레이’에 이어 데뷔 후 2번째 그랑프리 경마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파워블레이드’와 오경환 기수는 첫 호흡을 맞춘 경주에서 최고의 성과로 만점 활약을 펼쳤다.

준우승은 ‘동방대로’가 차지했다. 3, 4위는 ‘트리플나인’과 ‘청담도끼’가 차지했다. 2300m 최장거리에서 선행 작전을 선택한 ‘청담도끼’는 최선을 다했으나 최종 4위에 그쳤고, 파격적인 작전을 펼친 ‘트리플나인’은 아쉽게도 3위에 그쳐 그랑프리 경마대회의 한을 풀지 못했다.

올해 그랑프리 경마대회도 김영관 조교사(일반 스포츠에서의 감독)의 매직이 계속되었다. 대한민국 최초 통합 삼관마, ‘파워블레이드’의 활약도 눈부셨지만, 올해 대통령배와 브리더스컵 그리고 그랑프리까지 석권한 김영관 조교사의 ‘매직’이 더 빛을 발했던 순간이었다. 95년 대한민국 경마사를 새롭게 쓰고 있는 김영관조교사는 대통령배 3연패는 물론 3년 연속 우승과 준우승마를 모두 배출해 대한민국 경마 업그레이드의 1등 공신이 되고 있다. 2015년에는 ‘트리플나인’(마주 최병부) 우승, 록밴드(마주 정영식) 준우승, 2016년에는 ‘트리플나인’ 우승, ‘파워블레이드’(마주 김형란) 준우승, 그리고 올해는 지난해와 똑같이 ‘트리플나인’ 우승, ‘파워블레이드’ 준우승이었다. 모두 김영관 조교사가 관리하는 경주마다.

대한민국 최고의 경주마를 모두 김영관 조교사가 관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결과는 거져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김 조교사는 “남몰래 흘린 땀방울의 결과물”이라며 울먹였다. 김 조교사의 매직이 세계로 뻗어나가길 바란다.

김문영 레이싱미디어 대표, 말산업저널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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