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승마에 대한 부정적 시선 여전
문체부·농림부 엇갈린 승마 정책 보여

[말산업저널] 황인성 기자= 위기 속에 빠진 한국 승마가 전국 소년체전 정식 종목에서 퇴출당할 우려가 제기됐다.

오는 1월 중 전국체전 및 소년체전 등을 관장하는 ‘전국종합체육대회위원회’가 열릴 예정인 가운데 대한체육회가 ‘소년체전에서의 승마 퇴출’ 등을 안건으로 상정할지를 비중 있게 내부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4일 현재 위원회에 상정될 안건이 확정된 상태는 아니지만, 여러 차례에 걸쳐 직·간접적인 방식으로 각 시·도교육청에서의 승마 퇴출 요구가 이어지고 있어 향후 어떤 상황이 연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승마’는 지난 2015년 12월 23일 대한체육회 이사회를 통과하면서 소년체전 정식 종목에 채택됐다. 정부와 한국마사회, 대한승마협회 등의 노력 끝에 이룬 성과로 2016년과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소년체전에서 승마대회를 개최했다.

지난 2년간 열린 소년체전 승마대회는 승마계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나름 성공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그동안 각종 승마대회는 있었지만, 전국에 있는 학생 승마선수들에게 명예를 안겨다 주는 대회는 없었다. 게다가, 매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유소년·학생 선수와 학부모들에게도 새로운 동기 부여가 되며 호평을 받아 왔다.

하지만, 매년 증가하고 있는 승마 인구와 함께 정주행할 줄 알았던 승마가 소년체전 퇴출 위기에 놓이며, 승마계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 교육계에서 승마를 바라보는 시선은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대다수의 교육 관계자가 여전히 승마를 귀족 스포츠나 일부층만의 전유물로 여기고 있으며, 소년체전 종목에 승마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각 시·도 교육청에서는 승마를 퇴출하고 많은 학생이 쉽게 접하고, 보편화된 종목 위주로 전국 소년체전이 개최되길 바라고 있다. 아울러, 소년체전을 지원하는 지자체들도 승마에 대해서는 탐탁지 않아 하는 눈치이다.

또한, 2015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당시부터도 정식 종목 채택에 말이 많았고, 매년 대회를 마치고 나면 소년체전에 ‘승마’가 적합한지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들도 많았다는 후문도 들려온다.

대한체육회가 소년체전에서의 승마 퇴출 안건 상정을 검토하는 데는 이런 복합적 요인들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또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대한승마협회가 대내외적 요인으로 인해 중심을 잡지 못하는 것도 하나의 요인일 수 있다. 협회의 비정상적 운영으로 인해 정식 종목 채택될 당시 승마협회가 조건으로 걸었던 사항들을 100% 이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순실 국정농단발로 인해 작년 2월 박상진 회장이 사임한 이후 4월 보궐선거를 통해 손명원 회장이 새롭게 선출됐으나, 내부 갈등 등으로 인해 반년이 지나도록 실질적 집행 기구인 이사회를 소집하지도 못하고 허송세월하고 말았다.


‘승마’란 공통된 테두리를 접하고 있는 정부 부처 간의 전혀 다른 정책 방향도 아쉬운 부분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월 2일 ‘제2차 말산업육성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승마의 대중화를 포함한 한국형 승마산업 육성을 천명한 바 있다. 특히, 학생 승마분야는 기존 3천 8백만 명 규모 지원에서 배가 증가한 7만 명 규모로 확대할 예정이고, 승마의 정규 교육과정 반영에도 적극 힘쓴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대한체육회의 결정에 따라 승마 종목이 소년체전에서 퇴출당할 경우,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하는 승마 대중화 등 한국형 승마산업 육성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일선에서 승마를 즐기는 이들은 정부에서 시행하는 승마 관련 정책들을 동일한 방향성으로 바라보기 마련이다. 어떤 사안은 문체부의 소관이고, 또 다른 사안은 농림부의 소관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공통된 ‘승마’의 테두리를 맞댄 각 부처가 서로 다른 방향성을 갖고 정책을 집행한다면 받아들이는 수요자 입장에서는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승마의 소년체전 퇴출’이 내부 검토 중이란 소식을 접한 한 승마인은 “어렵사리 승마가 소년체전 정식 종목에 채택돼 이제 속도를 내고 있는데 갑작스러운 퇴출은 결코 안 된다”며, “퇴출은 이미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으려는 승마산업을 망치는 길”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한승마협회는 현재 손명원 전 회장의 사임으로 인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 중이며, 오는 5일 2차 비상대책위를 열고 새로운 회장 선출을 위한 선관위원회 구성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위기 속에 빠진 한국 승마가 전국 소년체전 정식 종목에서 퇴출당할 우려가 제기됐다. 오는 1월 중 전국체전 및 소년체전 등을 관장하는 ‘전국종합체육대회위원회’가 열릴 예정인 가운데 대한체육회가 ‘승마의 소년체전에서의 퇴출’ 등을 안건으로 상정할지를 비중 있게 내부 검토 중에 있다.

황인성 기자 gomtiger@horse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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