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인사 당시 문제 불거져…직원 상당수 저성과자로 분류

[말산업저널] 이용준 기자= 2015년 12월 박근혜 정부 당시 전 직원 성과연봉제를 공공기관 최초로 조기 확대 도입한 한국마사회가 때 아닌 거센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현명관 전 회장 재임 당시인 2015년 12월 노동조합과 성과연봉제 도입에 합의한 뒤 2015년 12월 3일 자로 432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당시 저성과자로 몰린 31명 중 27명이 현명관 전 회장과 당시 인사·교육 관계자 6명을 근로기준법 위반, 강요, 모욕 등의 혐의로 1월 16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현장 체험’과 ‘봉사활동’으로 포장된 저성과자 교육은 철저히 반인권적으로 실시됐고 지금까지도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성과자로 지목된 이들은 번호표를 등에 붙이고 말똥 치우기, 건초 이동, 연탄 배달 같은 노역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새벽 4시에 집합을 시키니 늦어 불이익을 당할 두려움과 정신적 스트레스에 일부 교육생들은 인근 모텔에 투숙하면서 대기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저성과자 중 6명은 교육 중도에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허리 수술로 장애 등급이 있던 교육생은 “당시 작업을 감시하고 관찰하는 외부 용역인들이 있었다”라며 “이들에 의해 불성실한 교육 태도로 평가될 경우 당할 불이익 때문에 말도 못하고 속앓이를 했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마사회 담당 부서는 교육생들에게 교육 일수 기준 90% 이상 출석과 과제 제출 등 모든 교육 과정을 성실히 이수할 것과 불성실한 교육 이수로 판단될 경우 인사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다는 서약서를 교육 첫날 요구했다.

당시 교육 후 병원 치료를 받는 직원까지 발생했고, 교육생 상당수는 지금까지도 대인기피증과 우울증 등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어 피해 보상은 물론 명예회복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하소연 했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는 감사보고서를 통해 “비인권적 교육 행태로 대상자들이 수긍하기 어려운 수치심 등 정신적인 불이익을 받았다”며, “현명관 전 회장 등 고위 간부의 지시를 거부할 수 없는 비합리적 조직 문화가 형성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당시 교육 대상자 김모씨는 “당시 불법적이고 부당하게 성과 향상 교육을 실시한 몇몇 목적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박근혜 정부 당시 추진한 공공기관 전 직원 성과연봉제를 조기 도입하기 위해 직원 상당수를 저성과자로 부당하게 몰아 인질로 삼은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성과향상교육 중이던 2015년 12월, 한국마사회 노동조합은 사측과 성과연봉제 도입에 합의했고, 한국마사회는 2016년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모범사례로 소개됐었다. 한국마사회 노동조합은 지난해 12월 5일 저성과자 교육을 포함한 각종 비위 혐의에 대해 현명관 전 회장을 검찰에 고소·고발 조치했다.

김 씨는 또한 “최근 감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현명관 전 회장 재임 시절 비리 의혹들에서 알 수 있듯이 반인권적 저성과자 교육을 통해 자신의 경영 스타일에 순종하도록 교육생을 포함한 직원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였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국마사회 측에 △진상 조사와 관련자 처벌 △명예 회복 △피해 보상 등 3가지 요구안을 제시했지만 별도의 대답이 없어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저성과자들이 현명관 전 회장뿐만 아니라 같은 직원들 6명을 포함하여 고소를 하자 노노갈등을 부채질하고 직원들 간 파벌을 심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현명관 전 회장만 고소하면 되지 앞으로도 함께 근무할 직원들까지 고소 대상으로 삼은 것은 너무 나갔다고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직원은 " 한국마사회는 뿌리깊은 출신 지역 갈등 구조를 안고 있는데 현재 노조를 중심으로 하는 세력의 전횡이 이어질 경우 갈등구조가 더욱 깊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 대하여 사법 처분 기관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성과자로 몰려 교육을 받았던 한국마사회 직원들이 현명관 전 회장과 당시 담당부서 관계자 6명을 근로기준법 위반, 강요, 모욕 등의 혐의로 1월 16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horse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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