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경마시행국들은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주 적은 상금의 경주에서부터 역시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주 많은 상금이 걸린 경주까지 다양하게 편성이 된다. 그래서 질이 낮은 경주마는 아주 낮은 상금이 걸린 레이스에 자연스럽게 출전하게 되고, 질이 좋은 경주마는 상금이 많은 경주에 출전함으로써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우수 경주마 발굴이 이뤄지는 것이다.

세계의 경마산업 현황을 살펴볼 때 각국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경마산업의 발전은 경마상금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경주편성과 연계한 경마상금의 운용정책을 보면 그 나라의 경마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선진 경마국일수록 이러한 원칙은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다. 특히 경주마 생산을 겸하고 있는 나라일수록 경마상금의 중요성은 더욱 크게 부각된다. 경주마생산을 하지 않는 나라라 할지라도 홍콩이나 싱가폴, 아랍에미레이트와 같은 부자나라에서는 경마상금의 중요성을 경주편성에 그대로 대입시킨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떤지 살펴보자. 한국경마는 경주당 평균상금은 세계에서도 아주 높은 편에 속한다. 그리고 특정 경주 내에서의 상금편차는 경쟁력이 너무 심할 정도로 1위와 2위의 상금 차이가 많이 난다. 그러나 전체 경주마를 놓고 볼 때 군간의 상금차이가 크지 않음으로써 질이 좋은 경주마와 질이 낮은 경주마를 효과적으로 가리지 못하고 있다. 선진 경마국의 경우 특정 경마대회 하나가 우리의 1년 동안 경마대회를 모두 합친 상금에 버금가는 대회가 있기도 하다. 가령 미국의 브리더즈컵 경마대회에는 총 14개 경주에 294억9천만원이 걸린다. 경주당 평균 21억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가장 큰 대회의 상금이 5억원이다. 서울경마공원의 1년 총상금이 1081경주에 475억원으로 경주당 평균상금은 4천4백만원이다. 부산경마공원은 752경주에 270억원의 상금이 걸려 경주당 평균 3천6백만원이다. 서울과 부산이 똑같은 서러브렛 경주마로 경마를 하면서 경주당 상금 차이가 나는 모순은 해결되어야 한다.

필자가 여러차례 현행 군체계를 폐지하자고 주장한 것은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경주편성은 경주마의 나이 성별 우승횟수 수득상금 이 4가지 요인만을 고려하여 편성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선진 경마국에서는 3살 정도의 어린 경주마라 할지라도 능력만 뛰어나면 최고마들이 겨루는 경마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경주마라 할지라도 최하위군에서부터 차례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모순을 안고 있다. 그러다보니 능력이 뛰어난 경주마가 자신의 능력과 차이가 나는 레이스에 출전하여 제기량을 제대로 발휘해보지도 못한 채 도태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마권매출액 기준으로만 보더라도 한국경마의 외형은 세계 10위권에 들고 있다. 경주마 생산농가가 늘어나 이제는 말을 생산하고 육성하는 축산업이 상당한 규모에 까지 와 있다. 물론 얼마나 질좋은 경주마를 생산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었는가는 별개의 문제라 하더라도.....

경마상금은 경마시행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놓아야 한다. 그런데도 한국경마는 경마상금을 인건비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 정부의 승인을 받는 과정도 역시 마찬가지다.

경마상금은 결코 인건비로 취급하는 협소한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경마산업 발전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경마상금을 통해서 마주의 재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고 마주의 재투자가 이뤄짐으로써 농민들이 생산한 경주마가 원활하게 유통돼 전체 경마산업을 살찌워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경마상금에 인색하다는 것은 넓게 생각하면 마필산업 발전을 포기하자는 것이며 세계와의 경쟁도 하지말자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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