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기업에선 임원으로 승진한다는 것은 신분 상승의 상징이자 직장인으로서는 꿈같은 목표를 달성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에 몸담고 있는 모든 직원은 임원으로 승진되기를 바라면서 실력을 연마하고 자기관리에 온 정열을 쏟게 된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한국마사회에서는 이런 일반적인 논리를 뒤집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서로 임원 승진을 기피하는 참으로 이해하지 못할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젊은 직원은 자기가 다면평가에서 일등을 할까봐 스스로 낮은 점수를 부여하고 있다고 하니 이 해괴한 조직문화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한국마사회 임원진의 구성은 회장, 부회장, 감사 등 3명은 농림부장관이 임명하고, 기타 상임이사 5인 이내와 비상임이사 10인 이내는 한국마사회장이 농림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 임명토록 되어 있다. 이중 상임이사 5인 중 2인 이상을 마사회 직원으로 보하도록 되어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직원 출신의 상임이사 선정문제이다. 직원들이 임원 승진을 저울질하는 이면에는 연임 보장이 없고 임원의 보수가 직원과 비교시 115%정도 밖에 되지 않아, 조기 퇴직후 마땅한 소득원이 없기 때문에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풍토가 만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젊고 유능한 직원은 가능한 오랫동안 직원의 신분을 유지하여 정년이 임박한 시점에 임원으로 승진되기를 갈망하는 조직문화가 생겨나게 되었다. 결국 젊고 유능한 직원이 승진하기보다는 그저 조건에 부합한 직원이 승진함으로 인해 여러 폐단을 낳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내부 구성원들 간의 선의의 경쟁을 통해 발전해 간다. 이 경쟁심이 조직 발전의 원동력이자 조직운영의 핵심이다. 경쟁심이 없는 조직은 무사안일과 복지부동만이 조장되고 혁신보다는 무사안일을 중시하는 타협적 조직문화가 팽배해지기 마련이다. 한국마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유능한 직원출신 임원들이 외부에서 선임되어 온 회장단을 잘 보좌하여 산적한 문제들을 효율적으로 대처해가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직원 출신 임원이 외부에서 임용된 임원들보다 지식과 경험, 추진력 면에서 뛰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상임이사들을 모두 직원 출신으로 보해야 한다는 마사회 직원들의 오랜 염원이 실현되기는 불가능할 것이고 그 필요성과 당위성에 논리적 허점만이 자리 잡게 될 것이다.

한국마사회는 지금부터라도 전 직원이 서로 임원으로 승진하겠다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야한다. 다면평가에서 상위를 차지한 직원들은 직원들의 염원이 무엇인지 직시하여 자기에게 기회가 올 때를 대비하여 자기계발에 더한층 노력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 개선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정부방침이나 조직의 정서상 연임 제도를 도입하기 어렵다면 보수를 대폭 인상하거나 퇴직 후 비상임 이사의 기회를 부여하는 등의 방식으로 임원 승진에 따른 메리트를 주어야 할 것이다.

경마산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현안문제들이 얼마나 많은가. 조직의 역량을 모두 모아도 헤쳐 나가기 힘든 벅찬 과제를 앞에 두고 유능한 인재들이 임원으로 승진하기를 꺼린다면 이것이야 말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임원으로 승진하기를 꺼리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한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은 사라지기 어려울 것이며 마필산업 발전과 선진화는 언감생심(焉敢生心)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정부 특히 공기업을 실질적으로 관장하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이 점을 잘 감안하여 공기업 혁신에 나서주길 바란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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