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8일은 김낙순 한국마사회장의 취임 100일. 한국마사회는 이달 말 전후로 구체적 혁신 청사진을 발표할 계획이다. 취임 이후 한 번의 인사 발표와 상임이사 임명, 조직 개편이 있었지만, 그가 천명했던 ‘국민마사회’로 가는 길에 대해서 의문이 사뭇 꼬리를 물고 있다. 내부 직원들 볼멘소리도 여전하고 추진 사업들에 대한 업무 파악이 잘 되고 있는지, 그만의 색깔이 무엇인지 아직 의문 부호라는 것.

은 ‘적폐’로 몰렸던 한국마사회가 이제는 국민마사회로 변모하기 위한 방안 가운데 인식, 승마, 경마, 부대산업 그리고 홍보 및 정책 부문에 걸쳐 시리즈로 기획을 연재한다. 먼저 말산업 및 한국마사회에 대한 국민 인식이 어떤지 살펴본다. - 편집자 주.

[김낙순 회장 취임 100일 기획]
1. “한국마사회 폐쇄를 청원합니다”
2. ‘상명하달’ 말산업 정책, 산업 후진 근본 원인
3. 승마 위주 말산업 변혁…마사회 중심 탈피해야
4. 정체 경마산업, 2017년에는 매출 반동 있었다
5. 부대산업 활성화 위한 공동 논의·지원 따라야

청와대 국민 청원 및 제안에 마사회 관련 제안 쏟아져
말산업에 대한 국민 인식 엿볼 수 있는 보고서로 주목
대금 지연·계약직 복지 문제 언급…엘리트 의식 문제

[말산업저널] 이용준 기자= 문재인 정부가 처음 실시하고 있는 국민 소통 게시판, ‘청와대 국민 청원’이 연일 회자되고 있는 가운데 말산업과 마사회 관련 청원들도 100여 건이 넘어가면서 새삼 주목받고 있다.

가장 먼저 시작된 청원은 2017년 8월 23일 ‘마사회 장외발매장 폐쇄’란 제목으로 올라온 청원. 청원자는 “마사회가 운영하고 있는 장외발매소는 그야말로 도박 장소”라며 “경마를 즐기려면 과천경마장에 가서 직접 즐기게 하는 것이 국가가 할 일이지 도심까지 진출해 서민들로 부터 돈을 갈취하는 행위는 이제 멈춰야 한다”고 했다.

국민 청원 항목을 보면 경마에 대한 여전한 부정적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이 가운데 마사회와 관련한 청원은 대부분 국가 주도의 도박(사행산업) 금지, 장외발매소 폐쇄, 낙하산 문제 및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으로 집약되는데 “서민들에게 도박을 조장하는 마사회를 없애주세요”, “가상화폐 없애기 전에 한국마사회부터 없애주시기 바란다”, “마사회 도박장 문제 정말 심각하다”, “마사회 등 도박기관의 적폐 청산에 관해” 등의 청원이 있다.

반대로 말산업 및 경마산업에 대한 이해가 있는 청원도 눈에 띈다. 경마 환급률을 올려 달라는 청원은 2월 16일 올라왔는데 144명의 청원 동의를 받았다. 이들은 “마사회의 과도한 세금 징수를 막아달라”, “이중과세로 인한 부작용이 있으니 환급금을 선진국 수준으로 징수하라”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이외에도 ‘마사회 온라인 베팅을 허용해달라’는 청원도 있었다.

지난해 말 ‘꿈을 짓밟은 마사회의 연좌제’란 제목으로 올라온 청원은 렛츠런파크 제주의 신규 마주 선발과 관련해 심의 과정에서 조합 마주들에 대한 공정성 확보를 핑계로 마주 등록이 거부당했다고 고발한 내용이다. 청원자는 “개인회사에서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인데 하물며 공기업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은 재심의 신청을 하지 말라는 의미로 생각된다”라며 “위에 나열한 사유들을 보면 이번 마주 등록 심의가 얼마나 부당하게 이루어졌는지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마사회에서 근무하는 협력업체 비정규직 직원이라고 밝힌 청원자는 ‘연차 휴가 좀 보내주세요’라는 청원을 통해 “연차가 급여에 포함돼 이제는 휴가를 갈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비정규직들 급여가 박봉인데 거기에 더 악용해서 연차를 급여에 포함시키고 연차를 못 사용하게 한다. 또한 급여에 포함하면 급여가 그만큼 상승해야 되는데 상여급에서 깎으니 한숨만 나온다”라며 “공기업에서 일해도 협력사 비정규직이라 연차를 사용을 못한다.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일자리 문제와 관련해 계약직 문제에 대한 청원도 줄을 이었다. ‘토사구팽 당한 마사회 비정규직 오늘 해고당함’이라는 청원자는 한 문화공감센터에서 일한 경력을 밝히며 파견법상 2년 이상 같은 사업장에서 근무할 수 없게 됐다며 “누구를 위한 법인지 몇 날 며칠을 울고 했지만 힘없는 이런 시민은 나가라 하면 나가야 하는 신세”이니 도와달라고 밝혔다.

또 다른 청원자는 ‘마사회는 계약직 정말 너무합니다’라는 글을 통해 용역회사를 통한 계약직 신분임을 밝히고 “내년(2018년)이 돼도 임금은 오르지 않고 계약서상 일당직”이라며 “지금까지 11년째 근무하는데 일당직인지 이번에 알았다. 마사회 용역직 근로자는 복지·수당 전혀 없다”라고 밝혔다. 청원자는 “(마사회의) 갑질은 장난이 아니다”라며 “최저 임금에 맞춰 계약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밝혔다.

‘수많은 민원을 넣었지만, 하도급을 죽이는 한국마사회 위니월드’라는 글을 올린 하도급 업체 관계자는 위니월드 공사 대금을 1년이 지나도 지급받지 못한 상황을 자세히 나열하면서 민원 및 중재 요청을 했음에도 지연된 사실을 폭로하기도 했다.

▲사진은 2015년 5월 11일, 말산업 종합 발전을 위해 국민과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농축산업계 및 말산업계를 비롯한 각계각층의 국민들이 참여한 ‘말산업국민포럼’ 창립총회 장면.

승마와 관련한 부분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순실 국정 농단 재수사 촉구 등 청원이 주를 이뤘는데 경기도 한 지역의 말 지원 사업과 관련한 일종의 ‘민원 제기’도 있다. 4월 16일 글을 올린 청원인은 “지원 사업에서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라며, 말산업에 이런 적폐가 있는 한 말산업은 제자리걸음 밖에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지원 사업 평가 대상 산정 방식과 평점 공개 여부도 부탁드린다”고 했다.

분당 유소년 승마단 소속의 서현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저희의 꿈과 희망을 되찾아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에서 전국에 있는 마사회 유소년단이 해체된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마사회에 예산을 지급하여 손해를 본 전국의 유소년들의 꿈과 희망을 되찾아 달라”고 강조했다.

긍정적인 청원으로는 초·중·고등학교에 승마 교육을 의무화해달라는 청원. 2월 17일 올라온 이 청원은 “왜 장시호 정유라만 말 타고 대학가나”라며 “누구나 말타고 대학 갈 수 있도록 공평한 기회를 제공해 달라”고 했다.

청와대 국민 청원은 20만 명 이상이 동의, 참여하면 청와대 수석비서관이나 관계 부처 장관이 공식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이에 대해 말산업계 한 관계자는 “민원을 넣으면 당사자들끼리 적절히 합의를 보는 차원에서 사건을 봉합해왔다”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관계자들이 청와대 국민 청원에 신청하고 있지만 동의가 적거나 관심이 없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마사회가 유일 경마 시행체이자 말산업 전담 기관으로 지정된 상황에서 상명하달 식으로 정책을 펼치니 말산업 전반이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게 근본 문제”라고도 했다.

다른 관계자는 “마사회가 많은 사업을 하고 있고, 관계자들이 감사를 받는데도 문제가 계속 불거지는 원인은 뿌리 깊은 보신주의 문화와 엘리트 의식”이라고 진단하며 “국민마사회로 거듭나려면 사기업이 아닌 준공기업 직원이라는 의식을 새로이 갖고 말산업 발전을 위해 국민에게 봉사한다는 마음가짐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국민 청원’이 연일 회자되고 있는 가운데 말산업과 마사회 관련 청원들도 100여 건이 넘어가면서 새삼 주목받고 있다(자료= 청와대 국민 청원 홈페이지 갈무리).

이용준 기자 cromlee21@horse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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