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공황에 접어든 세계 경마산업
(2) 경주마 생산 과포화 시대
(3) 불황 극복의 돌파구를 찾아서
(4) 룰 통합에 역점을 두다
(5) 인터넷 베팅 쟁점은 무엇
(5) 인공주로, 과연 대세인가

지난해 11월 본지는 미국 킨랜드(Keenland) 11월경매가 총낙찰액과 평균가에서 각각 전년대비 46%와 37%라는 큰 폭의 하락치를 보였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하며, 올해도 경주마 거래의 불황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그리고 그러한 예측은 현실로 드러났다. 메인 경매의 첫 테이프를 끊은 올해 1월 킨랜드 전연령 세일에서 전년대비 총 낙찰액 53.4%, 평균가 48%의 하락률을 보인 것을 시작으로, 2월 OBS경매에서는 사상 최저의 총 낙찰액을 기록, 올 한해 경주마 경매는 그야말로 “대재앙”을 맞았다.

경제 불황이 경주마 생산의 감소 야기
최악의 낙찰률로 출발한 미국내 경매시장은 하반기에 들어서도 7월 패시그 팁튼(Fasig-Tipton), 9월 킨랜드 이어링 세일까지 낙찰규모에서 평균 30% 내외의 전년대비 하락율을 보였다.
경주마 경매시장의 침체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미국 경마산업 전체에 도미노 현상을 일으켰다.
경주마 가격의 급격한 하락으로 경주마를 담보로 했던 은행권의 말거래 자금 대출이 거부되는 사태가 빚어졌고, 이로 인해 경주마 목장들의 운영난은 더욱 심각해져 갔다. 북미 주요 목장들은 소유하고 있는 씨수말과 씨암말을 경매시장에 내놓으면서까지 자금 동원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그리고 이러한 목장들의 자금난은 경주마 생산욕구의 저하를 야기시켰다.
미 쟈키클럽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북미의 경주마 생산두수는 31,727두(해외에서 생산된 마필을 포함)로, 이것은 지난해와 비교해 8.2%의 감소치다. 또한 쟈키클럽은 내년에도 경제불황이 심화될 가능성에 비중을 두어 2010년 경주마 생산두수는 3만 두 내외에 그칠 것이라며 1977년 이래 가장 낮은 규모가 전망된다고 밝혔다.

경주마가 과잉 생산되고 있다?
하지만 주목할 것은 최근의 경주마 생산두수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많은 생산자와 관계자들은 경주마의 생산규모를 지금 수준보다 더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좋은 말을 육성하기로 유명한 핀훅커(Pinhooker: 1세마 경매로 구입한 말을 순치,훈련해 2세마 트레이닝 세일을 통해 매각하는 전문업자) 에디 우즈 씨는 이러한 견해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그는 올해 경매의 부진에 대해 금융위기로 인한 달러가치 하락이 서러브레드 산업에 큰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나, 근본적으로는 경주마의 과잉 생산이 빚어낸 결과라고 지적했다.
활황을 누리던 80년대 미국경제는 경마산업에도 파급효과를 가져오며 마필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이렇게 되자 생산자들은 수익 극대화를 위해 너도나도 경주마 다량생산에 열을 올리면서 1980년 35,679두이던 미국 경주마 생산두수는 1985년 50,433두, 1986년에는 51,296두를 기록하며 불과 몇 년 새 40%이상의 신장세를 나타냈다. 이때부터 경주마 생산의 과잉은 시작된 셈이다.
경주마 가격이 상승일로에 놓이자 자금의 여유가 없던 상당수의 사람들이 하나 둘 경매시장에서 발길이 돌리면서 마필가격과 생산두수는 자연스럽게 하락세로 이어졌지만, 경주마 시장의 활황을 타고 늘어난 씨암말의 개체수는 지금까지도 경주마 과잉생산을 부채질하고 있다.

고(高)생산비용이 생산자의 부담을 가중
지난해 킨랜드 9월 세일에는 무려 5,555두라는 기록적인 수치의 1세마들이 상장된 바 있고, 2007년에도 동 경매에서 4,901두의 1세마가 상장, 77.5%라는 높은 낙찰률을 보였다. 이렇게 높은 낙찰률을 감안하면 경주마 생산두수가 과잉이라는 표현은 무리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유력 경마지 블러드호스(Bloodhorse)지가 내놓은 생산자들의 손익보고에 따르면, 2007년 킨랜드 9월 세일에서 낙찰된 3,799두 가운데 종부료와 관리비를 제하고 이익을 남긴 경주마 개체수는 1,235두로 상장마의 2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 수치만을 놓고 많은 생산자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가령 생산자가 10두의 1세마를 경매에 내놓았을때, 그중 2-3두만이라도 나머지 마필의 비용을 조달할 수 있을 정도의 가격으로 매각되면 최종적인 수익은 플러스가 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생산자는 과거와 비교해 더욱 높아진 종부료를 지불하지 않으면 안될 뿐 더러 경제 불황으로 인한 원유가격과 사료비의 상승에 따른 고(高)생산비용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또한 핀훅커는 향후 1세마를 성장시키는데 드는 경비의 상승 때문에 점점 생산자로부터 더욱 싼 가격으로 구매하려 할 것이고, 이는 생산자들을 더욱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씨수말과 씨암말의 균형
그리고 일부에서는 경주마의 생산규모의 축소 즉, 씨암말의 개체수를 줄여야 하는데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현재 북미의 씨수말의 개체수 대비 씨암말의 비율을 비교하면, 씨암말의 수가 기형적이라고 할 만큼 과다하기 때문에 부계 형제마들이 양산되면서 경주마의 전체적인 질 저하는 물론 장기적으로는 근친교배의 빈도가 늘어나 서러브레드의 혈통을 급격히 혼탁하기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씨암말의 비율이 높다는 것은 즉, 씨수말 1두당 교배횟수의 증가를 의미한다. 올해 북미에서 가장 많은 교배횟수를 기록한 씨수말은 ‘자이언트 코스웨이’(Giant Causeway)로 202회다. ‘자이언트 코스웨이’의 2005년 연간 교배수가 140여회였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 3-4년내 부쩍 높아진 교배 횟수다.
올해 북미에서 교배를 실시한 서러브레드 씨암말의 수는 지난해 52,410두에서 13.5%가 감소한 45,317두다. 씨암말의 개체수가 5만두 이하로 하락한 것은 30년만에 처음이다. 이 수치만을 본다면 씨암말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문제는 씨수말의 개체수도 함께 줄고 있다는 점이다.
1998년 미국내 씨수말의 수는 모두 4,513두였지만 2006년에는 3,682두까지 감소했고, 올해 조사된 북미 씨수말의 수는 2,409두로 공식 집계되고 있다. 결국 씨수말 1두당 씨암말의 수가 18.81두라는 비율은 너무나 높다는 분석이다. (한국:21.72두 - 말혈통등록원 자료 참조)
블러드 호스誌의 컬럼니스트 댄 리버만은 그의 기고문을 통해 “현재 북미 경주마 경매시장의 급랭기운은 미국 경기가 회복되는 시점에서 정상을 되찾을 것이라고 본다”며, “그러나, 생산자들은 스스로의 생존전략을 위해서라도 경주마의 대량생산이 아닌 질적향상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역설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의 씨수말과 씨암말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우선과제”라고 강조했다.
미국 경마산업은 경기침체의 우려를 떠나 경주마 생산 과잉 때문에 자칫 애써 쌓아올린 세계 경주마 생산 메카의 위상을 내놓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서석훈 편집국장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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