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사설경마
- 올해 사설경마로 빠져나간 세금 6조원으로 추산
- 세계 각국 마권세 폐지, 리베이트 제공 등 대책부심

지난 17일(목) 한국마사회는 형사정책연구소의 연구결과를 인용하여 국내 불법 사설경마의 규모가 최대 30조5천억 원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이는 마사회 매출의 4배가 훌쩍 넘는 엄청난 규모다. 불법 사설경마는 고객의 자금을 단기간에 소진시키는 영업 전략을 쓰기 때문에 제도권 경마보다 그 폐해가 비교할 수 없이 크다. ‘경마로 재산을 탕진했다’고 나오는 언론보도의 99%는 사설경마라는 게 마사회 경마보안센터의 설명이다.
또한 불법 사설경마는 세금을 전혀 내지 않아 세금 누수의 큰 원인이 되고 있다. 마사회 매출의 약 20%가 각종 세금으로 납부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사설경마로 빠져나간 세금이 6조원이 넘는다. 삼성전자의 작년 법인세 납부액은 3천8백억 원이다. 대한민국 대표기업인 삼성전자가 15년 동안 내야 할 세금이 1년 만에 사설경마로 날아간다는 소리다.
외국에서는 세금이나 규제가 심하지 않아 사설경마의 규모가 크지 않은 편이지만, 사설경마를 막기 위한 노력은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극적이다.
일본과 함께 아시아경마의 쌍두마차인 홍콩은 매출의 12%~20%를 공제하는 마권원천세를 전격 폐지하고 총이익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개혁안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1만 홍콩달러(한화 150만원) 이상을 구매하는 고액구매자는 미적중시 10%를 리베이트로 돌려준다. 홍콩 자키클럽이 소위 ‘뽀찌’를 주는 것이다. 파격적인 경마 진작책이 나오자 홍콩 자키클럽의 매출은 7% 증가하고 1만 홍콩달러 이상 고액구매자가 60% 증가하는 등 긍정적인 신호를 보여주었다.
싱가포르 터프클럽도 지난 2005년 싱가포르 정부와 협상하여 12%의 마권원천세를 폐지하였고, 단승식과 연승식 구매자에게는 5%까지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이같은 변화로 싱가포르 경마는 매출 30% 증가, 순이익 16% 증가를 이뤄냈다. 영국은 이미 2001년에 마권세를 폐지하고 사설경마 퇴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엄청난 사설경마 규모에도 파격적인 사설경마 대책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 경마정책에 관여하는 주체가 너무 다양하기 때문이다. 마사회를 직접적으로 통제감시하는 기구만 기획재정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농림수산식품부, 국회, 감사원 등 5개에 이르고 세금 인하에 대해서는 전국의 지자체와 교육과학기술부, 행정안전부, 국세청, 지역 정치인 등 무수히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제 외국과 같은 근원적 처방은 생각하지도 못한 채 그저 단속에만 매달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창궐하는 사설경마는 신종플루처럼 급속하게 퍼져, 경마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 더 퍼지게 할 것이다.


작 성 자 : 권순옥 margo@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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