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마공원 경주장면
다사다난(多事多難)을 넘어서 ‘엎어지고 넘어지고’라는 말이 너무나 잘 어울릴 정도로 우여곡절로 점철되었던 2009년 경마가 드디어 마지막 경마주간을 맞이하고 있다. 당초 지난해에 비해 경마일 4일이 줄어들어 마무리가 되어야 했지만, 경주취소 등으로 발생한 보전경주 시행으로 인해 결국 연말까지 경주가 이어지게 됐다.
연초부터 마필·경마산업을 옥죄기 시작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각종 규제책은 마필·경마계는 물론 농축산단체까지 발벗고 나서서 경마산업을 사감위법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모든 이들의 염원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결국 각종 규제에 얻어맞고 차이고 말았다.
하지만 경마계는 올해 나름대로 각종 관계자들의 희소식이 나왔고, 제4경마장 후보지 선정과 통합경주 확대 시행 등 의미있는 한해를 보냈다.
연말연시를 맞이한 경마계는 추락하는 경마산업의 위상을 만회해야 한다는 명제를 가지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는 기로의 2010년을 맞이하려 한다.
험난한 파고가 불어 닥쳤던 2009년, 경마계를 진통케 했던 큼직한 사건들을 되돌아보고 그 속에서 내일의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는 기회를 삼도록 하자. (편집자주)

① 사감위 규제에 떠밀린 경마산업
2009년 경마계에 가장 큰 화두는 바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라 할 수 있다. 사감위는 총량제와 장외발매소 축소, 전자카드 도입 등 결코 작지않은 규제들이 이어지면서 경마산업 전반을 뒤흔들었다.
물론 경마산업계는 사감위의 규제에 맞서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화합하는 모습을 보였고, 규제속에서도 한국경마의 발전을 담보해내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사감위의 과도한 규제로 인해 경마산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고, 경마일수 축소와 장외발매소 축소 정책, 전자카드 도입 추진 등으로 인해 결국 전년대비 매출액 감소와 함께 지속적인 매출감소 추세를 맞이하고 있다.
사감위의 과도한 규제는 올해 불법사설경마 단속실적이 73건으로 지난해 동기간의 40건에 비해 82.5%나 증가케 했으며, 불법 마권구매 사이트도 434건으로 지난해의 357건에 비해 21.6%나 늘어나게 만들었다.
가장 큰 문제는 사감위의 규제로 인해 온라인 베팅(K`NET)이 폐지되면서 적지 않은 문제점이 생겨한 것이다. 실명제와 베팅 상한선 준수가 보장되는 온라인 베팅이 폐지됨으로써 경마에 대한 접근성이 한층 더 어려워지면서 건전경마팬이 불법·사설경마의 유혹에 쉽게 노출되었고, 이러한 여파는 결국 불법·사설경마의 급속한 팽창을 부채질해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게 됐다.
한편 지난 9월 경마·경륜·경정 등에 관한 총량 규제 규정을 삭제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법 개정안이 발의돼 내년 임시국회에서 통과를 앞두고 있는 상태다. 개정안에서는 사감위의 업무 범위에 불법 사행영업 행위에 대한 단속을 추가하고, 사감위에 근무하는 공무원은 사법 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또 여가·레저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공공부문에서 관리·운영하는 경마, 경륜, 경정 등에 관한 총량규제 규정을 삭제토록 하고 있다.

② 전직 대통령 서거로 인한 경마중단
2009년 한국경마는 사상 최초로 전직 대통령의 서거로 인해 두 번이나 경마가 중단되는 사례를 겪었다. 지난 5월 갑작스런 노무현 전대통령의 서거로 인해 국민장이 거행되던 29일(금) 예정되었던 부경 금요경마가 전격 취소되었다. 전직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에 경마계도 숙연한 분기위를 보였고, 국민장 이후 마문화축제 행사는 음향기기를 사용하지 않은 가운데 진행이 되었다. 또한 일요일에 예정되었던 행사는 모두 취소되었다. 또한 스포츠조선배 경마대회를 축하하기 위해 가수 배슬기 씨가 초청되었으나 공연을 취소하고 시상식에만 참석을 하는 등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주말 경마를 시행했다.
또한 8월에는 김대중 전대통령이 지병으로 서거하면서 국장 관계로 마사회가 8월 23일 일요경마를 시행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③ 100승 기수 3명 탄생
경마의 숨겨진 재미는 바로 관계자들의 경쟁을 지켜보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서울경마공원은 올해 상당한 재미를 경마팬에게 제공했다.
올해 상반기 문세영 기수의 대활약 속에서 영원한‘국민기수’ 박태종 기수와 조경호 기수, 최범현 기수의 활약이 이어진 것. 비록 문세영 기수가 경주중 낙마부상으로 인해 다승경쟁에서 이탈하고 말았지만, 박태종, 조경호, 최범현 기수로 이루어진 삼인방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면서 경마팬의 관심을 이끌어 냈다.
12월 경마에 접어들면서 삼인방 모두가 100승을 넘어서면서 경마사상 최초로 3명의 기수가 동시에 100승을 돌파하는 첫 기록을 남기게 됐다.
올해 마지막 경마주간을 앞두고 109승으로 리딩자키에 올라선 박태종 기수, 그 뒤를 이어 106승을 기록중인 조경호 기수와 105승인 최범현 기수의 최종 다승경쟁은 연말 마지막 경마주간을 더욱 뜨겁게 달구면서 경마의 묘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물론 일부 기수에게 기승기회와 우승이 몰리면서 경마가 다소 식상하다는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치열한 경쟁속에서 100승 돌파라는 대기록을 3명의 기수가 동시에 기록했다는 것은 그만큼 그들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일이다.

④ ‘동반의강자’ 그랑프리 2연패
2009년 경주마 판도의 화두는 역시 ‘동반의강자’였다.
부산과의 최초 그랑프리 통합 경주에서도 ‘동반의강자’는 한 수위 기량으로 대회 2연패를 차지한 것은 물론이고 2008년에 이어 그랑프리 2연패에 성공하면서, 한국 경마사에 명마로 족적을 남긴 ‘포경선’과 ‘가속도’에 이어 한국경마사의 명마대열에 합류했다.
‘동반의강자’가 현재 5세 전반기라는 나이이고 최근 10연승 기록이 최상위군에서 거둔 성적임을 감안한다면, 서울경마공원 최다연승기록인 ‘새강자’의 15연승을 뛰어넘는 최다연승도 가능해 보이며, 경마사상 최초로 그랑프리 3연패 달성도 결코 불가능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2009년 한 해 동안 기록한 성적은 7전 7승의 완전 무결점의 성적으로 우리나라 경마 역사상 최고의 경주마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탁월한 기량을 발휘한 ‘동반의강자’는 올해 그랑프리 우승까지 10연승 가도를 이어가면서 연도대표마로 선정된 것은 물론, 김양선 조교사와 최범현 기수를 연도대표에 올려 놓으면서 명실공히 최고의 한해를 보낸 경주마가 되었다.

⑤ 경마관계자 최다승 기록 양산
2009년에는 경마관계자들의 최다승 기록이 양산되면서 어려움에 처한 경마계에 기쁨을 안겨 주었다.
우선 지난 5월 신우철 조교사가 통산 900승 고지를 밟았다. 5월 30일 제5경주, 국산5군 1200m에 ‘그린주얼’을 출전시킨 신우철 조교사는 게이트 이점을 살린 강력한 선행 작전으로 만만치 않았던 상대마를 따돌리고 가볍게 1승을 추가, 통산 900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한편 본지 조사에 의하면 신우철 조교사의 정확한 승수는 967승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경마의 살아있는 역사 박태종(44세, 프리) 기수도 1500승 달성이라는 위업에 성공했다. 2009년 6월 20일 제3경주에서 ‘제이스턴’ 우승으로 1,500승을 완성한 박 기수는 대기록 달성 이후에도 연일 승수를 추가하며 시즌 100승 고지에도 올랐다. 현재 9989전 1562승, 2위 1410회로 승률 15.6%, 복승률 29.8%를 기록하며 ‘박태종 신화’를 새로 써 나가고 있다. 한편, 1,500승 달성 기념으로 받은 1000여 만원의 상금을 심장병어린이 돕기에 쾌척해 박 기수를 사랑하는 경마팬들의 마음을 훈훈케 했다.

⑥ 통합경주 확대 시행
동일한 서러브렛 경주를 시행하면서도 상이한 시스템으로 인해 통합경주 시행과정에서 불협화음을 겪었던 서울-부산 통합경주가 올해에는 3세국산마 경주를 벗어나 외산마 경주에까지 확대 시행되었다.
서울·부산 통합경주는 시작부터 혼선을 겪었다. 관리사노조가 중장기계획의 일방적 통보에 통합경주 참여하지 않았고, 기수들 또한 기회손실을 이유로 원정 참여를 거부했다. 여기에 첫 통합경주인 2008년 KRA컵 마일경주에서 부산 경주마가 일방적인 우세를 보이면서 통합경주 시행이 시기상조가 아닌가하는 우려를 자아냈고, 삼관경주에서 부경의 일방적인 우세가 이어지면서 서울 관계자들의 회의적인 목소리가 높아졌다.
또한 통합경주 확대를 둘러싸고 시행체와 유관단체의 이견이 생기면서 통합경주 확대가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통합경주 시행이라는 의의 달성을 위해 관계자들이 합의를 이루면서 결국 부산광역시장배와 그랑프리가 통합경주로 시행됐다.
통합경주 시행결과 3세마 경주에선 여전히 부경마들의 우위가 이어졌지만, 외산마 경주로 진행된 연령오픈 경주에선 모두 서울마가 우승을 하면서 통합경주의 재미를 배가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⑦ ‘새강자’·‘다함께’ 큰 별(★)이 지다
우리나라 경마사에 명마 중에 명마로 기록되고 있는 ‘새강자’(장석린 마주/박원덕, 박희철 조교사)와 ‘다함께’(윤흥열 마주/박원덕 조교사)가 아쉽게 올해 사망했다. 공교롭게도 두 마리 모두 산통으로 인한 안락사를 당했는데 특히 ‘다함께’는 씨수말로 꽃을 피우기 이전에 사망했다는 것이 경마 관계자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우리나라 경주마로는 최초로 천마급 은퇴식을 치른 ‘다함께’는 이듬해 바로 생산에 투입됐고, 지난해 첫 자마들이 경주로에 선보였다. ‘트리플캐논’, ‘비바캐논’, ‘스카이스타’등 대부분의 마필들이 서울과 부산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올해도 ‘오로라’가 과천시장배를 차지하는 등 씨수말로서의 충분한 가능성을 보였지만 내년부터는 그 자마들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더욱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새강자’는 기본적으로 거세마고, 혈통적으로 어미인 ‘축제’의 혈통이 명확하지 않아 생산으로는 연결되지 못했지만 국산마로는 최초의 그랑프리 우승,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는 15연승의 최다 연승 기록 등 지금의 국산마 시대를 열게 한 그야말로 전설 속의 강자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선봉불패’, ‘머니카’ 등 선이 굵은 자마들을 배출한 ‘뉴스프린트’도 담석으로 사망해 올해는 유난히 장래가 촉망된 많은 씨수말들이 운명을 달리 한 느낌을 준다.

⑧ 서울도 부산도 3세마가 국산 챔피언으로 등극
올해 국산마 판도는 3관 경주에 출전했던 3세마들이 국산1군 최고의 경마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3세마 천하통일 양상을 나타냈다.
먼저 서울은 농식품부장관배에서 2위를 기록한 ‘나이스초이스’(박재범 마주/김학수 조교사)가 대통령배 출전해 ‘백광’, ‘트리플세븐’, ‘럭키세븐’등을 누르며 3세마로서는 최초로 대통령배 우승마가 됐다. 지난해 헤럴드경제배에서 2세 최강마로 부각된 ‘나이스초이스’는 문화일보배 우승 등 엘리트코스를 밟아 왔고, 아쉽게 3관 경주에서는 우승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대통령배에서 전력이 더욱 무르익은 모습을 보이며 월등한 기량을 과시, 내년 2연패 도전에 대한 전망을 밝게 했다.
부산은 ‘연승대로’(정광화 마주/오문식 조교사)가 오너스컵을 차지하며 부산의 국산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연승대로’ 역시 3관 경주와는 인연이 없었지만 혼합 경마대회였던 부산광역시장배에 출전해 ‘아름다운질주’, ‘개선장군’, ‘영웅만세’등을 꺾으며 나름대로 한 풀이를 했고, 부산의 대통령배라 할 수 있는 오너스컵을 맞아 역대 최고 마신 차인 14마신 차로 우승을 거두며 능력의 꽃을 피웠다.
내년에는 또 어떤 3세마가 등장해 국산마 판도를 휘저을지 지켜봐야 하나 지금의 분위기라면 ‘나이스초이스’와 ‘연승대로’가 대통령배 우승컵을 놓고 멋진 한판 승부를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⑨ 최초 여성용병 대활약
2009년 한해는 유난히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한 해였다. 제주경마공원의 여성기수 나유나(제주경마공원 4조, 28세) 기수가 데뷔 5년 만에 통산 100승 고지에 올랐으며, 지난 9월 제19회 KRA Jeju Cup 경마대회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특히 올해 최초로 여성용병으로 부경 경마공원에서 국내 무대에 데뷔한 ‘나고야의 여왕’ 히토미(프리, 32세) 기수는 데뷔 3개월도 되지 않아 13승을 거두며 인기몰이를 하며, 여성기수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8월 코리안오크스 경마대회를 기념하기 위해 계획된 ‘오크스 데이’ 행사중 하나로 세계 최초로 시행된 국제여성기수 초청경주에서, 통산 612승을 기록하며 일본 최고 여성기수로 유명한 히토미 기수는 ‘이마파이어크래커’의 장점인 추입력을 확실하게 살리면서 세계 최초로 열린 각국 여성기수만의 경주에서 첫 우승 영예를 안으며 국내 경마팬들에게 자신을 알렸고, 부경행을 선택해 기대를 뛰어넘는 활약을 연일 펼치면서 많은 팬을 확보해, 내년에도 여성용병 열풍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⑩ 제4경마장 후보지 선정
경북 영천에 과천 제주 부산에 이어 국내 네번째 경마장이 들어선다. KRA한국마사회는 2014년까지 약 2,500억원(부지매입비 제외)이 투입되는 제4경마장 사업부지로 경북 영천시가 제안한 금호읍 성천리, 대미리 일원을 선정했다고 24일 발표했다. 마사회는 약 141만㎡ 규모의 부지에 경마장과 트레이닝센터 및 승마장 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마사회는 경마장 부지는 영천시가 전체를 일괄 매입해 제공하며, 연간 임대료는 평정가격의 1% 수준으로 향후 지방의회 조례 제정을 통해 임대료를 추가로 감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천시는 또한 30년 동안 레저세를 50% 감면할 방침이다. 영천 후보지는 대구광역시 경계와 10㎞ 거리이며, 반경 30㎞ 이내에 대구 포항 경주 경산 영천시가 위치한다.
제4경마장 후보지는 마사회 최초로 공모를 통해 선정했으며, 인천 영종도, 경북 상주ㆍ영천, 전남 담양, 전북 장수ㆍ정읍 등 4개 광역자치단체 6개 지자체가 유치 신청을 했었다. 마사회는 도시ㆍ교통ㆍ환경분야와 경영ㆍ경제ㆍ축산분야 각각 15인의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경마장설치심의위원회(평가단장 최용선 서울시립대 교수)의 현지 실사 및 평가를 거쳐 제4경마장 후보지를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심의위원회는 신규경마장의 부지 적합성, 신규경마장의 입지여건, 사업추진의 효율성, 말 산업발전을 위한 공익성 등을 종합 평가했다고 밝혔다.
마사회는 향후 경북도, 영천시와 3자 이행협약서를 체결하고, 내년에 정부의 사업승인을 받으면 본격적인 신규경마장 건설공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작 성 자 : 권순옥 margo@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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