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국으로부터 적극적인 수용…세계적인 수준으로 일본경마 끌어올려

사행성 우려…폐쇄적인 중국, 전 세계가 주목하는 미개척 시장

한국, 2011년 ‘말산업육성법’ 제정…기존 경마산업 위주에서 다변화 노력
한국경마, 2020년 파트1 진입 노력…유소년 및 관광 승마 통한 승마 활성화 기대

[말산업저널] 황인성 기자= 동북아의 주요 3국인 한국, 중국, 일본은 오랜 기간 동안 동북아 문화권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각기 독자적인 문화를 갖고 있으며, 이를 전혀 다른 형태의 문화로 발전 향유하고 있다.

3국은 인류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말(馬)’을 활용한 사례도 각기 다르다. 특히, 과거 전통적인 교통수단으로써 말을 활용하던 때와는 달리 스포츠·레저용 또는 문화 콘텐츠로 쓰이기 시작한 현대 말산업 개념에서는 더욱 각기 다른 구조와 형태를 띤다.

창간 5주년을 기념해 동북아 3국의 말산업을 재조명해보고, 우리나라 말산업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점검해본다.

일본의 말산업은 19세기 후반인 근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외국의 것을 적극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1894년과 1904년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거치며 자국인 일본 재래마가 외국 개량종에 비해 뒤쳐진다는 걸을 체감하고, 외국 개량종을 적극 도입한다. 1906년에는 마정계획에 따라 군마 생산에 총력을 기울여 각종 전쟁과 전투에 대비하는 행태도 보였다. 패전과 함께 일본이 추진한 말 관련 시책은 폐기됐다.

1954년 일본중앙경마회법 공포와 함께 과거 군마 중심에서 경주마 생산 중심으로 말산업 구조가 변경됐으며, 축산 진흥이 성공을 거둬 1975년에는 경마 팬이 1천만 명에 이르는 수준까지 이른다.

1980년대 후반에는 일본의 거품경제와 경마붐에 힘입어 ‘브라이언스타임’, ‘토니빈’ 등 세계적인 초일류마를 구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거품경제가 꺼지기 시작한 1990년대에는 경주마 생산자이 ‘생존’을 걸고 씨수말 비즈니스 사업에 적극 뛰어든다. ‘선데이사일런스’, ‘댄싱브레이브’, ‘포티나이너’, ‘람타라’ 등 최고 수준의 씨수말을 수입해 일본경마를 세계적인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현재 일본 중앙경마는 국제 경마시행국가 중 최고 등급인 파트1에 해당한다. 일본경마 리딩사이어의 상위권 경주마는 일본산 씨수말로 ‘선데이사일런스’의 자마들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 와서는 일본경마에서 뛰고 있는 경주마 대부분이 ‘선데이사일런스’의 후손들로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데 아니냐는 비판의 소리도 일고 있다.

▲일본은 말산업을 위해 해외 선진국의 사례를 적극 반영해 운영해왔다. 1990년대 씨수말 사업에 사활을 걸고 전 세계에서 우수한 씨수말을 대거 도입했으며, 대표적으로 ‘선데이사일런스’가 성공을 거뒀다. ‘선데이사일런스’ 모습.


반대로 중국은 폐쇄적인 모습을 띠었다. 중국은 현대시대에 접어든 이후 총 3단계의 과정을 거치며 지금에 이르게 됐다. 1949년부터 1977년까지는 중국의 말산업 태동기로 불리며, 이 시기에 말은 여전히 농업 활동을 위한 가축으로 활용됐다. 중화인민공화국은 1949년 건국과 동시에 침체 경제 회복을 위해 말산업 육성에 힘을 기울였으며, 말 두수 증진이 핵심이었다. 1959년 인공수정 기술 개발을 성공시키며, 말 두수가 급격히 증가했으며, 1977년에는 말 두수가 1,133만 7천여 두에 이렀다.

1978년부터 1996년까지는 침체기로 농업 기술의 발달로 인해 경제적 수단으로서의 말의 가치는 크게 줄어들었다. 중국 정부의 말산업 육성 방침이 조정돼 관련된 투자가 종결됐으며, 1978년부터는 말 두수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1997년과 1998년에는 경주마 서러브레드 2천 두가 수입돼 사육되기 시작하며 본격적인 말산업화 시기에 들어섰다. 말산업의 대표적인 스포츠 산업인 경마를 비롯해 승마, 관광승마, 사육 등이 부상하기 시작한다. 말산업 육성도 양적 증가보다는 질적 수준의 확대가 이뤄지게 된 것이다. 2014년 기준 중국 내 종마장 수는 28개로 이중 네이멍구가 6개 종마장 시설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아직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폐쇄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전 세계에서 시행되고 있는 베팅을 포함한 상업 경마를 전면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일부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상업 경마를 시행하도록 했으나, 각종 부정적인 영향이 생기면서 복권에 대한 금지령을 내린 것이다. 다만, 경합 형태는 지녔으나 복권 형식이 없는 ‘경합식 경마’가 상하이와 우한 등 지역 경마회를 통해 열리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에서 상업 경마 및 경마 복권 제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민관이 협력을 통해 합법적 대중화 및 경마산업 성장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중국시장의 개방 여부도 전 세계적으로 주목된다.

▲중국은 지금까지도 폐쇄적인 말산업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1970년대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농업 활동을 위한 수단으로 말 두수를 늘렸왔으나, 최근에 와서는 양적 증가보다는 질적 수준 확대에 힘쓰는 모습이다.

한국의 말산업도 중국과 일본의 경우처럼 근현대 이전에는 주요한 교통수단 및 농업을 위한 생산수단으로 활용됐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과거 운송수단으로의 기능은 감소했으며, 외국산 재래종 등을 들여와 군마 생산 등으로 육성됐다.

일제강점기이던 1914년 4월 조선공론사가 주최한 조선경마대회가 국내에서 최초로 시행됐고, 1922년 조선경마구락부가 설립인가를 받으며, 한국 땅에서 경마가 출발했다. 일제강점기에 받아들여진 경마는 당시 운영주체이던 일본인에 의해 본래의 가치가 훼손된 채로 대중에게 받아들여졌다. 경마가 갖고 있는 건전성과 문화성, 산업 연관성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사행성만을 조장해 운영했던 탓이다. 이로 인해 대중은 경마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기 시작했으며, 지금까지도 그러한 인식을 가져오고 있다.

해방 이후 1949년 9월 한국마사회가 공식 인가 받아 한국에 의한 경마가 본격 시작됐다. 1984년 서울 뚝섬경마장 개장, 1989년에는 서울 과천경마장이 개장했으며, 2005년에는 부산경남경마장이 개장했다. 한국마사회는 현재 과천, 부산, 제주 등 3개의 경마장을 운영하고 있다.

전통 재래마인 제주마가 멸종 위기에 처하자 보호 대책으로 경마에 제주마를 활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1986년 2월 제주마를 천연기념물 제347호로 지정하고 국가차원에서 보호에 나섰다. 전 세계적으로 서러브레드를 경주마로 활용하고 있으나, 재래종을 활용한 경마 운영 사례는 드물다.

▲한국 말산업은 일본과 많이 비슷한 면모를 보인다. 다만, 적극적인 해외 경마 사례 도입을 통해 파트1에 진입한 일본과 달리 한국은 투자에 소극적인 편이었다. 2016년 파트2에 진입한 한국경마는 2022년 파트1 경마시행국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유소년 승마를 통한 승마 인구 저변 확대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소년 승마단 모습.

국내 말산업은 2011년에는 말산업육성법이 제정되며,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그동안 경마산업에만 치우쳐 성장하던 말산업에 승마산업 및 부대산업을 포함시켜 다변화하려는 모습이다. 경마산업은 파트1 진입을 목표로 국제 경쟁력 확보에 힘쓰고 있으며, 승마산업은 유소년 승마 및 관광승마를 통한 승마 인구 저변 확대에 힘쓰고 있는 상황이다.


▲동북아의 주요 3국인 한국, 중국, 일본은 말산업 분야도 서로 각기 다른 방식으로 발전시켜 왔다. 일본은 외국의 것을 적극 수용해 동화시키는 방향으로 성장했으며, 중국은 국제적인 흐름과는 약간은 거리를 두며 말산업을 키워왔다. 한국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2011년 말산업육성법 제정을 통해 새로운 말산업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만들어 나가고 있다.


황인성 기자 gomtiger@horse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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