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사를 놓고 한국마사회 내부는 물론이고 관련 단체에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어느 조직이건 인사 후에는 불만이 있는 직원과 만족하는 직원 사이에 갈등이 있기 마련이고 이러쿵저러쿵 뒷말이 생기는 것도 당연한 현상이다. 그런데 이번 인사에서는 다른 어느 때보다도 내부적으로 불만이 팽배하고 있고, 이 것이 조직의 갈등을 부채질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이번 인사를 면밀하게 분석해보면 1986년 이후 입사자가 크게 중용되고 1985년 이전 입사자가 중요 보직에서 밀려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또한 아직도 후진 단계에 있는 경마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의 고민 보다는 승마 등 경마를 제외한 분야의 마필산업을 중흥시키기 위한 노력의 흔적이 크게 부각되는 것 같다.
한국경마는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번 인사가 위기상황을 제대로 돌파해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지난 2006년 전국을 도박의 광풍으로 몰아넣었던 ‘바다이야기’ 사태의 후폭풍이 경마산업에 치명타를 날리고 있는 상황이다. 카지노와 복권과 같은 진짜 사행산업과 경마산업은 질적으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한데 묶어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아니 오히려 경마만을 죽이기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경마산업의 위축은 한국마사회만의 문제가 아닌 마필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축산농가와의 공동대응도 필요하다. 세제가 높기 때문에 환급률이 낮으며, 10만원 구매 상한선이 있기 때문에 돈이 많은 사람은 사설경마를 이용하며, 그동안 많은 돈을 잃고 어쩌다 한번 고액 배당을 수령하는데 기타 소득세를 내야 하는 경마팬의 입장을 고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김광원 한국마사회장은 승마 즉 경마를 제외한 마필산업 진흥을 통해 경마의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볼 때 경마를 도외시하면서 여타의 마필산업이 발전한 예는 찾기 힘들다. 시상식 때 국민의례가 진행되고 한복을 곱게 입고 새해인사를 하며 경마팬을 맞는 풍경은 이전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렇다하더라도 경마의 본질을 도외시하는 정책은 자칫 화를 몰고 올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경마와 사행성 게임이 어떻게 다른가 하는 대응논리는 경마산업을 중흥시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무기이다. 요행이나 운에 의존하는 여타의 사행성 게임과 분석과 추리력을 바탕으로 한 경마가 어떻게 다른가, 120여 국가에서 수백년 동안 성행되어온 이유는 무엇인가 등 경마만의 특징은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한국마사회 임직원이 스스로 경마를 도박이라고 인정한다면, 그 어떤 설득논리도 무용지물이 될 수 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