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 위한 수영 훈련·보양식 제공 등 각고 노력
폭염에 ‘속수무책’ 타 축산에서는 보기 드문 진풍경
렛츠런파크 부경은 저렴한 비용으로 물놀이존 마련

[말산업저널] 이용준 기자= 1994년 여름을 뜨겁게 달군 안방극장 상영작, ‘이 남자가 사는 법’은 한때 연인이었지만 배신하며 복수를 펼친 이야기. 이열치열로 올여름을 시원하게 나는 법만이 더위를 극복하는 방법 아닐까. 말(馬)들에게도 말이다.

경주마의 여름 나는 법은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다. 시원하게 수영하고, 보양식을 먹으며 팩도 하고 미스트도 뿌린다. 경마 경주에 출전하는 경주마들은 사람으로 치면 일종의 ‘육상 선수.’ 혹서기에는 야간 경마가 시행되지만, 무더위를 피할 수 없다. 특히 말은 동물 중에서도 높은 지능을 가지고 예민해 특성상 온도 변화에 민감하다. 무더운 여름이 되면 배탈이 나서 고생하기도 한다.

시속 60km 전속력으로 달리는 실전에 나서거나 그에 버금가는 강도의 훈련을 한 뒤에는 경주마들이 많게는 20kg 이상 체중이 빠진다. 그만큼 많은 체력 소모가 따르는 ‘직업’이기도. 경주마에게 만만치 않은 여름을 이겨내기 위해 렛츠런파크에서는 다양한 노력이 펼쳐지고 있다.


여름이 되면 사람들은 바다로 계곡으로, 혹은 워터파크로 떠난다. 경주마에게도 더위를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역시 ‘물.’ 경주를 마치거나 훈련을 끝내고 마방으로 돌아오면 관리사가 시원한 찬물로 전신 샤워를 시켜준다. 경주마의 체온을 낮추는 효과는 물론 안장으로 인해 맺힌 땀을 깨끗하게 씻어준다.

렛츠런파크 부경에는 말 전용 수영장이 있다. 이곳에서 경주마는 수영을 하면서 여름을 난다. 수심 3m가 넘는 수영장에서 경주마의 ‘수영’은 그저 체온을 낮추기 위한 것이 아니다. 수영장 한 바퀴를 도는 일은 1,400m 경주로를 전력 질주하는 것처럼 에너지 소비가 따르는 체력 훈련이라고. 수영 훈련의 주된 이유는 경주마의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도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심폐지구력을 향상시키는데 그 목적이 있다.

경주마는 체구에 비해 발목이 가늘어 더운 여름 무리하게 달릴 경우 발목 부위에 정상 범위 이상의 열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치명적인 다리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여름에도 훈련을 게을리 할 수 없기 때문에 경주마에게 무리가 될 수 있는 경주로 훈련의 양은 다소 줄이고 대신 수영 훈련으로 부족한 훈련량을 보충하는 이유다.

격렬한 훈련을 마친 경주마는 다리 부위 열을 식히기 위해 석고팩이나 황토팩 등을 한다. 실제로 사용되는 팩은 사람이 사용하는 팩과 내용물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사용 범위와 빈도가 미용을 위해 사용하는 여성들의 팩과 다르기 때문에 작은 용기 대신 대형 용기에 담겨 있는 정도의 차이다.

팩을 사용하기에 앞서 다리에 오른 열을 잡기 위해 얼음 마사지도 선행한다. 얼음 마사지는 다양한 방법으로 실행되는데 특수하게 제작된 얼음 부츠를 사용하거나 얼음이 담긴 수통에 다리를 통째로 넣는 경우도 있다.

경주마의 더위 극복을 위해 첨단 장비까지 동원된다. 최근에 설치된 것이 바로 ‘미세 물 분사기’다. 건조한 피부를 촉촉하게 하는 ‘미스트’에서 착안한 장치로 경주마가 머무는 마방 내에 미세 물입자를 뿌려 대기에 열기를 포집·제거, 안락한 환경을 제공하고자 4억 원 가까운 예산을 투입했다. 고온 건조한 마방에 미세 물분사기로 물이 뿌려지면 온도를 낮추는 효과는 물론 깔짚에서 나오는 먼지 제거 효과, 마분에서 발생하는 암모니아와 황화수소 가스까지 저감시켜 일석 삼조의 효과를 내고 있다. 경


여느 스포츠스타들 못지않게 경주마도 보양식을 챙겨 먹는다. 워낙 땀을 많이 흘리기에 미네랄을 사료에 별도로 첨가하는 기본이다. 각종 비타민제를 지속적으로 섭취하도록 해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돕고, 여기에 홍삼이나 인삼 가루, 발아된 보리 등도 여름철 주로 활용되는 경주마의 보양식이다.

한편,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은 말뿐 아니라 이곳을 찾는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해서도 단돈 3천 원의 행복을 제공하고 있다. 100m 길이의 워터 슬라이드와 대형 수영장, 에어바운스 미끄럼틀 등 시설을 갖춘 렛츠런 워터파크에서 열리는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워터 페스티벌’이 그것. 고객의 편의를 위해 탈의실과 샤워실 등 편의시설은 물론 물총사격대회 등 어린이들을 위한 특별 체험 행사도 열린다.
 
개장 이후 하루 평균 1000여 명의 가족 단위 방문객이 찾아 큰 호응을 얻고 있다는 후문. 휴가철을 고려해 8월에는 평일에도 확대 운영한다. 매주 토·일에만 운영하던 것을 확대해 8월에는 1~3, 10, 15일 총 5일을 추가적으로 더 운영한다.


이외에도 △토마빌리지 △포니 승마 체험 △빛 테마파크 일루미아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친환경 전기차인 순환 열차를 이용하면 38만 평 부지에 조성된 테마파크의 명소를 짧은 시간에 효율적이고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다.
 
정형석 렛츠런파크 부산경남본부장은 “폭염에 지친 지역민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무더위를 이겨낼 수 있도록 3000원의 행복을 주제로 워터 페스티벌을 준비했다. 시원하고 차가운 물줄기에 몸을 맡겨 스트레스를 풀고 가시라”고 했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은 경주마들이 여름을 잘 날 수 있도록 동물복지 차원에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또한 이곳을 찾는 관람객을 위해 워터 페스티벌을 여는 등 말과 사람이 공존하는 테마파크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사진 제공= 렛츠런파크 부경).

이용준 기자 cromlee21@horse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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