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마대회에만 발매되던 삼복승식 마권이 2010 시즌 개장과 함께 서울, 부경, 제주 경마장에서 전경주 확대 발매 됐다. 삼복승식은 기존 취지에 걸맞게 개장 첫 주부터 고배당이 연이어 연출되는 결과를 보여줬다.

서울경마공원의 경우 새해 첫 경마일 2경주에서 삼복승식 2500배가 연출돼 본격적인 고배당 연출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4경주에서는 919.5배로 역시 폭탄 배당이 연출됐고, 7경주 499.9배까지 토요일에만 100배가 넘는 고배당이 무려 3회나 연출된바 있다. 이와같은 배당의 연출은 일요일까지 이어진 가운데 일요일 첫 경주 159.4배의 삼복승식 배당에 이어 8, 9경주는 무려 1000배가 넘는 고배당이 형성돼 국내 경마 역사상 가장 화끈한 배당이 연출된 한주로 기록되었다.

소액 구매자들의 분산 베팅을 유도하는 효과로 큰 기대를 모았던 삼복승식은 전반적으로 기대치에 걸맞는 배당이 형성되면서 앞으로도 새로운 선택 마권으로 경마팬들의 좋은 호응이 기대된다. 문제는 100배 이상 고액배당에 적용되는 기타소득세 22.2%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초고액 배당이 나올 때마다 필자의 머리 속에 함께 떠오르는 것은 ‘도대체 실제 배당은 얼마였을까’다. 마권을 구매하기 위해 창구로 구매표를 들이미는 순간, 이미 10%의 레저세와 9%의 마사회 이익금, 또 8%의 목적세가 일괄 징수돼 배당률 계산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얼마나 많은 경마팬들이 알고 있을까. 차 떼고, 포 떼고…그리고 나서야 배당률 게시대에 표출되니 알고 싶어도 알 수가 없는 것이기에 그렇다. 국고로 들어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하다못해 시골의 작은 학교, 농가, 병원에까지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면서 마권을 구매하는 것이 경마팬이다. 자신이 내면서도 얼마를 내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또 모를 수밖에 없는 것이 경마팬이다.

지금까지 삼복승식 최고 배당률은 1월8일 제주 제6경주 3786.8배 였다. 이 배당률은 레저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과 마사회 수익을 원천적으로 제외하고 표출된 배당률이다. 모든 세금을 내고도 1만원을 구입했다면 3천7백86만8천원의 횡재를 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지급조서를 작성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기타소득세와 주민세 22.2% 추가로 내야 한다.

모든 경제활동 행위에 세금이 필요하다라는 것에는 공감한다. 물건을 사고 파는 행위나 남에게 증여하고 증여 받는 행위, 동산·부동산 등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행위 등 우리의 거의 모든 일상 생활에는 직접세건 간접세건 세금이 부과되고 있다. 마권구매도 마찬가지다. 정부에서 마련해 놓은 공간에서 합법적으로 레저행위를 할 수 있으니 소득세든 소비세든 내야할 것이다. 하지만 ‘정도’의 문제는 지적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고배당 적중마권에 기타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은 ‘일시에 큰 소득을 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마를 조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일시에 큰 소득을 벌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잃었는지 알 것이다. 그동안 누적된 손실이 당장 들어 온 돈 보다 훨씬 크다는 것은 짐작하고도 남음이다.

여러 선진경마국들은 마필산업을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특히 조세정책에서 소비자를 고려한 획기적인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영국이나 아일랜드 싱가폴 등은 마권에 부과되던 원천징수세를 아예 폐지했다. 그런데 한국은 정반대다 레저세를 인하하기는커녕 기타소득세까지 덧붙인다. 한심한 노릇이다. 농림부와 한국마사회는 세계의 변화를 면밀히 살펴 기타소득세를 폐지토록 적극 노력하길 바란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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