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위기의 진원지 미국의 경마산업은 경제상황 만큼이나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지난 한 해 총 마권매출규모(122억 달러)는 전년대비 -10%를 기록하며 13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곤경에 빠진 미국의 경마산업은 이제 더 이상 경마베팅 사업만으로는 운영이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으며 사업의 다양화 즉, 슬롯머신 사업과 인터넷 베팅을 통한 활로 찾기에 역점을 두고 있다.

美 최대 경마회사인 처칠 다운즈(Churchill Downs Inc.)는 그러한 시도에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처칠 다운즈, 페어 그라운즈 등의 굵직한 경마장을 소유하고 있는 처칠 다운즈社는 게이밍 사업을 통해 전년대비 4.8%의 매상 증가치를 나타내 대부분의 경마장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것과 대조되는 모습을 보였다. 여타 경마장들도 속속 게이밍 사업 참여를 선언하고 있다. 최근에는 벨몬트 파크, 애퀴덕트 경마장을 운영하고 뉴욕주 정부도 경마장내 슬롯머신 도입을 결정하였다.

또한 새로운 마권제 도입과 서비스 개선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부터 필라델피아 경마장에서 새롭게 발매를 개시한 “123마권”(123racing bet)은 소액베팅팬과 젊은층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123마권은 높은 배당금에 비해 확률이 극히 저조한 “Pick4”와 “Pick6”의 단점을 보완한 것으로, 지정된 6개경주의 1,2,3위마를 예측해 적중할 때 마다 포인트를 얻고 경주 종료후 합계 포인트가 많은 고객 순으로 환급금이 정해지는 방식이다. 만약 특정 경주에서 적중하지 못했더라도 나머지 경주에서 적중할 경우 환급금을 받을 수 있는 승식이기 때문에 경마에 대한 관심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갖추고 있다.

슬롯머신의 설치, 서비스의 개선 등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미국과 비교해 영국의 경마산업은 위기극복의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영국의 경마산업은 세계적인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통계치를 보면 그 여파가 크지않은 상황이지만 관계자들은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경우를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영국 경마계는 본질에 충실한 정면돌파 책을 통해 대응마련에 있으며, 여기에는 경마시행 주체자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을 끈다.
지난해 6월 영국의 생산자들은 “레이싱 포스트 1세마 보너스”라는 제도를 마련, 1세마 경매를 통해 구매된 말이 2010년부터 시행되는 2세 미승리마 경주에서 우승할 경우 상금 1만 파운드를 부가상금으로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투입되는 상금일체는 생산자들이 각출한 기금으로 마련될 예정이다.
그리고 영국 마주협회는 최근 기업들의 스폰서가 크게 줄어들게 되자 기금마련을 통해 ‘레이싱 엔터프라이즈’라는 법인을 설립해 경주상금을 지원하는 등 자조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선진경마국들의 이러한 노력에 비해 한국경마는 어떤가. 우리나라의 경마는 다른 나라의 발전정책과는 반대로 규제를 강화하는 등 거꾸로 가는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규제의 중심이지만 규제를 당하는 농림부와 한국마사회가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는지 되짚어보아야 한다. Knetz 부활, 지급조서폐지, 기타소득세폐지, 레저세인하, 마권구매상한선 폐지, 환급률 인상, 경마상금과 연계한 군체계 폐지, 서울과 부산경마의 통합시스템 운영, 서울-부산-제주 경마의 모든 경주 동시 중계, 마주자격 완화 .... 등 규제를 풀어야할 제도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글로벌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정책이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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