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장을 처음 찾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재결’이 무슨 뜻인지 아느냐고 물어보라. 또는 ‘조교’ 나 ‘착순’ ‘재정위원회’ ‘승마투표’가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어보라. 아마도 대부분은 모른다고 답할 것이다. ‘조교사’를 ‘조련사’로 이해하는 국민들도 많다. 경마장에서는 일반 국민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일본식 용어와 생소한 용어들이 난무하고 있다. 가뜩이나 경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지니고 있는 국민들은 용어를 듣는 순간 경마와 멀어질 수밖에 없다.

본지는 한국마사회법이나 한국마사회의 용어사용과는 별도로 경마용어 순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표기준칙을 제정하여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그러나 경마용어를 완전히 순화시키는 일은 본지만의 노력으로 불가능하다. 한국마사회가 공식적으로 용어순화를 단행하고 오프라인이건 온라인이건 각종 매체가 이를 적극 수용할 때 효과가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부정적인 편견에 시달리고 있는 경마를 일반 국민들이 친근하게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여타의 스포츠에서 쓰는 아름다운 우리 말(言)을 찾아 쓰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면 경마에 대한 이미지도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다행이 한국마사회는 경마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일본어투 용어나 난해한 용어를 경마고객이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 또는 일반적 용어로 순화하기 위해 경마용어를 순화하여 알기 쉽게 대폭 바꿨다. 마사회는 최근 경마를 잘 모르는 일반 국민들도 알기 쉽도록 경마용어 순화어 48개를 선정하여 발표했다. 일제 강점기에 시작된 한국의 경마는 자연스럽게 일본의 경마용어들을 답습하여 ‘생소하고 어렵다’는 평을 들어왔다. 이에 마사회는 작년 11월 고객과 내부직원을 대상으로 순화 대상용어를 공모하여 순화작업을 해왔다.

가장 눈에 띄는 순화어는 ‘발주’를 ‘출발’로 바꾼 것이다. 발주(發走)는 경주마가 출발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일본식 한자인데다 국내에서는 공사나 용역의 주문을 의미하는 발주(發注)와 혼동되는 경우가 많아 순화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발주기’는 ‘출발대’로, ‘발주위원’은 ‘출발위원’으로 변경된다. 경주마가 결승선에 도착한 순서를 의미하는 ‘착순’은 ‘순위’로, ‘착’은 ‘위’로 바뀌었다. 또한 마권의 구매나 발매를 의미하는 ‘승마투표’도 의미가 바로 전달되는 ‘마권구매’(발매)로 바뀌었다.

이밖에도 ‘각질’이 ‘주행습성’으로, ‘교차경주’가 ‘동시중계경주’로, ‘출마투표’가 ‘출마신청’으로 바뀌었다. ‘교돌’, ‘구치’와 같은 용어는 가급적 ‘발부딪힘’, ‘어금니’와 같은 순화어를 사용하도록 했다. 이번 순화작업으로 변경된 경마용어는 35개, 순화어와 병행 사용하는 용어는 2개, 가급적 순화어를 권장하는 용어는 11개였다.

마사회가 난해한 경마용어를 순화하여 발표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마사회는 1989년 처음으로 경마용어 순화어 172개를 발표했다. 이때 ‘기마수’가 ‘마필관리원’으로, ‘상전경마’는 ‘대상경주’로 바뀌었다. 2차 순화어는 1997년에 발표했다. 총 26개로 ‘강착’이 ‘착순변경’으로 ‘연대율’이 ‘복승식’으로 바뀌었다.

한국마사회는 공공기관으로서 우리말을 바르게 써야 하는 책임이 있다며 경마용어의 순화는 경마의 대중화와 건전화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이번에 순화된 경마용어는 앞으로 한국마사회의 모든 공식적인 문서와 방송에 쓰이게 된다.

한국마사회의 이번 경마용어 순화정책은 경마의 부정적인 편견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복권이나 카지노에 비해 사행성이 거의 없는 경마의 본질을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이해시키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의 경마용어 순화정책은 한국마사회가 크게 칭찬받아 마땅하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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