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명 신혼부부 대상…생활습관 차이가 신혼부부 갈등의 가장 큰 원인

[말산업저널] 황인성 기자= 서울YWCA와 유한킴벌리는 생명사랑 신혼부부학교 10주년을 맞아 저출생 현상을 심화시키는 사회문화적 요인과 대안 발견을 위해 ‘저출생 원인과 과제에 관한 신혼부부의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서울과 경기·인천에 거주하는 신혼부부(결혼 5년 이내) 1,288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와 결혼 5년 이내의 남녀 11명(무자녀 여성 4명, 유자녀 여성 3명, 남성 4명)을 3개의 소그룹으로 나누어 포커스그룹 인터뷰(이하 FGI)를 진행했다.

신혼부부 대상 설문조사 결과, 자녀가 있는 경우는 50.7%(653명), 자녀가 없는 경우는 49%(635명) 이며, 맞벌이 가구 중 자녀가 있는 경우는 38.8%, 비맞벌이 가구 중 자녀가 있는 경우는 66.2%였다. 이는 대부분의 여성이 출산과 육아를 위해 맞벌이를 포기하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신혼부부들은 부부 간 갈등 요인으로 대부분 ‘본인 또는 배우자의 생활습관’ (36.3%) 을 꼽았으며 그 뒤를 이어 경제적인 문제(29.6%), 부부 간 가사분담(26.6%), 배우자 부모님과의 관계(24.0%), 육아 문제(22.4%) 등이 이었다.

다만 성별로 구분했을 때 여성은 ‘배우자 부모님과의 관계’(28%), 남성의 경우는 ‘나의 부모님과의 관계’(23.3%)를 갈등 원인으로 꼽아 부부 간의 갈등 요인 중에 ‘시가와의 갈등’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부부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물었을 때 응답자 대부분이 ‘부부간의 대화’(92.0%)를 꼽았다. FGI 결과 역시 부부 간 대화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갈등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해결법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부부 갈등의 주요인으로 제시된 ‘생활 습관’, ‘경제적인 문제’, ‘부부 간 가사분담’, ‘배우자 부모님과의 관계’ 는 일시적인 문제라기보다는 개인에게 놓인 관습과 문화, 환경요인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결과이다. 때문에 성평등 의식을 바탕으로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전문적인 교육 프로그램의 역할이 필요하다. 더불어 부부간 관계 개선은 주로 여성들이 나서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갈등 해결을 위한 남성들의 적극적인 의지 역시도 중요하다.


향후 출산 계획을 현재 자녀 유무 및 성별에 따라 살펴본 결과, 무자녀 부부의 경우 출산 계획에서의 성별 차이가 나타나지 않은 반면, 유자녀 부부의 경우 여성이 남성보다 자녀를 낳지 않을 생각이거나 출산을 고민 중인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현재 무자녀 응답자의 75.7%가 향후 ‘자녀를 낳을 생각’이라고 응답하여 무자녀 부부의 상당수는 출산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낳지 않을 생각’이라는 응답과 ‘생각중이다’ 라는 응답을 모두 고려하면 20% 이상이 비출산을 계획하거나 출산 여부를 고민 중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편 유자녀 응답자의 41.2%는‘자녀를 더 낳을 생각’이라고 응답하였고, 31.1%가 ‘자녀를 더 낳지 않을 생각’이라고 응답, 27.7%가 ‘생각중이다’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유자녀 여성이 ‘낳지 않을 생각’ 과 ‘고민 중이다’ 고 대답한 비율이 남성보다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실제 출산과 양육 과정에서 여성들이 신체적·정신적·경제적 변화를 경험하고 육아에 더 부담을 느끼는 실제 환경에서 기인했다고 보여 진다.

결혼관, 자녀관, 가족관에 대하여 신혼부부의 인식은 전통적 통념을 상당 부분 벗어나고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이러한 경향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과 출산, 정상 가족의 유지를 생애에서 필수적인 과업으로 전제하고 이들의 출산을 장려하고자 하는 방식은 실제 신혼부부의 욕구 및 인식과 괴리될 수밖에 없다.


출산을 결정 할 때, 신혼부부들은 부부의 소득(98.4%)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으며, 주택, 교육비마련(97.6%), 부부의 고용안정성(97.5%), 자녀 양육을 지원할 수 있는 주변 가족이나 시설(95.7%)이 그 뒤를 이었다. 이는 경제적 조건이 자녀 양육과 돌봄에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동시에 주목할 것은 ‘화목한 부부 관계’ (91.1%) 항목의 높은 응답률이다. 이는 출산을 결정하는 요인에 경제적인 조건 뿐 아니라 화목한 부부 관계도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출산 의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한 결과, 전체적으로는 배우자와의 여가를 많이 보내고 결혼생활에 만족도가 높을수록 출산 의향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자아성취를 우선하거나 출산과 양육을 부부갈등의 요인으로 인식하거나, 본인의 가사노동시간이 길 경우 출산 의향이 낮았다.


자녀가 없는 여성은 가구 소득이 높고 맞벌이를 하는 경우 출산 의향이 높았다. 하지만 주택이나 교육비를 중요하게 여기는 경우에는 출산 의향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 무자녀 여성들은 출산 결정에 경제적 요인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 수 있다.

자녀가 있는 여성의 경우는 배우자의 주중 육아 시간이 길수록 출산 의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양육을 지원할 수 있는 주변 가족이나 시설’ 을 중요하게 여기거나 출산과 양육이 부부갈등의 원인이 된다고 인식하는 경우 출산 의향이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자녀가 있는 여성의 경우는 양육을 지원받을 수 있는 환경이 출산 계획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FGI의 자녀가 있는 신혼부부들에게 출산을 앞두고 어떤 준비를 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여성들은 직접적인 준비(강의, 정보 수집, 건강관리 등) 뿐만 아니라 직장과 이직을 고려하는 등 다양한 준비를 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남성들의 경우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남성은 여성보다 임신, 출산, 양육 과정에서 학습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정도가 낮았고, 필요성을 인식하더라도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경로와 기회가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결과적으로 출산과 양육 과정이 여성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육아 부담까지 더해지는 상황으로 연결된다. 부부가 함께 동등하고 적극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교육과 도움이 필요하다.


결혼생활만족도 조사 결과 남성(8.10점)이 여성(7.91점)에 비해 높았으며 무자녀 응답자(8.11)가 유자녀 응답자(7.79)에 비해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자녀가 있는 여성들의 결혼생활 만족도가 낮게 나타난 것은 출산과 육아 과정에서 여성에게 부과되는 부담과 고충이 많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결혼생활 만족도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들은 소득, 현재 배우자와의 관계(대화·여가·비슷한 견해·신뢰), 배우자 원가족으로 인한 부부 간 갈등, 가사 노동 분담 등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 부부 월 소득 400-500만원 구간에서 결혼생활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소득 수준이 무조건 높아질수록 결혼생활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신혼부부의 결혼생활 만족에 일정정도의 가구소득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결과이다.

배우자와의 관계에서는 배우자와 평소 대화를 많이 하거나 함께 여가를 즐기는 경우, 견해가 비슷한 경우, 배우자를 신뢰하는 경우 결혼생활 만족도가 높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특히 배우자와 좋은 관계가 지속되었을 때 청소년기 원가족으로부터 받은 부정적인 경험으로 비롯한 낮은 결혼생활만족도가 상쇄되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국 신혼부부의 결혼생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부부 간 소통과 신뢰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배우자의 원가족으로 인한 갈등이 결혼생활 만족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그러나 배우자 원가족과의 접촉하는 방식이나 빈도 혹은 간섭 정도가 결혼생활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때문에 배우자 원가족과 관계의 거리를 두는 방식보다 문화와 생활방식의 차이를 인식하고, 원가족과의 갈등이 부부간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조정·중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가사노동분담은 결혼 초기 갈등의 주원인으로, 특히 여성은 본인의 가사 노동 시간이 길수록 결혼생활 만족도가 낮아진 반면 남성은 배우자의 가사 노동 시간이 길수록 만족도가 높다는 결과를 통해 가사 노동에서 성별 불평등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실제로도 맞벌이/비맞벌이를 불문하고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이 더 높게 나타났다. 결국 불균등한 가사노동분담은 결혼생활 만족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부부간 합리적으로 가사 노동을 분배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2009년, 유한킴벌리와 서울YWCA가 저출생의 대안으로 시작한 생명사랑 신혼부부학교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했다. ‘소통하는 부부가 행복한 부모가 됩니다’를 주제로 예비부부와 신혼부부에게 출산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부부가 소통을 통해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고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자녀와 함께하는 가족을 꿈꿀 수 있도록 해왔다. 매해 100쌍의 신혼부부가 참여해왔고, 올해로 총 수료 신혼부부는 2,000명에 이른다. 특히 올해는 10주년을 맞이하여 1,300명의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저출생의 원인과 과제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였으며, 부부 소통을 돕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서울YWCA와 유한킴벌리는 생명사랑 신혼부부학교 10주년을 맞아 저출생 현상을 심화시키는 사회문화적 요인과 대안 발견을 위해 ‘저출생 원인과 과제에 관한 신혼부부의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1,300명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생활습관 차이가 신혼부부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사진 제공= 서울YWCA).

황인성 기자 gomtiger@horse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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