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은 `중독`이 문제다. 게임에 중독된 부부가 자신들의 아기를 주검으로 방치하는가 하면 골프황제 타이거우즈가 `섹스중독`으로 지구촌을 온통 발칵 뒤집어 놓았다. 그동안 `중독`하면 마약중독이나 알콜중독이 주류를 이뤘다. 그런데 이제는 게임중독은 물론이고 섹스중독까지도 문제가 되는 시대가 되고 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섹스중독 치료를 마치고 귀가해 본격적인 필드 복귀 준비에 나섰다. AP통신은 3일(이하 한국시간) “우즈가 최근 가족상담 치료를 받은 뒤 플로리다주 올랜도 집으로 돌아와 몸 만들기와 골프 연습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공영방송 KBS는 2월28일 밤 ‘취재파일4321’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질주하는 ‘경마중독’이라는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KBS는 “경마장을 찾는 경마팬 10명 가운데 6명은 중독 증세를 보인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며 방송을 시작했다. 방송은 “100만원 어치 마권을 샀을 경우 평균 환급율은 73%, 한번 경주에 73만원이 남습니다. 다음 경주에 이 73만원을 모두 걸면 53만2900원이. 다음 경주에 또 53만 2천원을 모두 걸면 38만원이 남습니다. 이런식으로 하루 13번 경주에 모두 베팅을 할 경우 결국 100만원은 통계적으로 1670원밖에 남지 않습니다”고 마권 구입의 폐해를 지적했다. 방송은 이어서 “1인당 마권 구입 상한선은 한번에 10만 원. 하지만 이 창구 저창구를 다니며 얼마든지 수백만 원씩 베팅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마권 자동발매기가 도입되면서 개인 상한선제도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졌습니다”고 밝혔다. 방송은 장외발매소의 폐해를 지적하며 “이 같은 장외발매소가 전국에 32곳이나 있습니다. 경주를 중계하는 화면만으로 해마다 5조 원의 매출을 올리는 장외발매소는 마사회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윕니다”라고 주장했다. 방송은 이어 “지금 경마장엔 가족이나 연인들보다 이른바 ‘꾼’들만 넘쳐나는게 현실입니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경마장이 가족레저를 위한 공간에서 도박장으로 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야 할 시점입니다. 경마중독자들의 좌절과 탄식을 뒤로하고 경마장에서는 오늘도 위험한 질주가 계속되고 있습니다”라며 끝을 맺었다.

어쩌면 이렇게 편파적인 방송을 할 수 있을까? 가슴이 터질 듯 답답한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왜 한국의 ‘경마문화’는 부정적인 편견에 갖혀 한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것일까 그저 안타까운 마음만 들었다. 과거에 언론은 경마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할 때 ‘도박’을 집중적으로 강조했다. 그러나 논리적으로 경마에는 도박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 증명되자 이제는 ‘중독’을 들고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타이거우즈의 ‘섹스중독’과 KBS의 ‘경마중독’을 비교해본다.

KBS가 편파적인 방송을 한 이면에는 우리의 잘못된 경마정책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마사회는 스스로 경마를 도박으로 인정하며 유캔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사감위가 할 일을 마사회가 하고 있다. 초보자경마교실에서는 경마의 본질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베팅방법만 안내하고 있다. 분석과 추리의 가장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스포츠라는 사실은 알려주지 않는다. 경마전문지에 대해서는 품질평가는 하지 않은 채 적중률만 발표하고 있다. 그저 소스와 번호찍기에만 주력하라는 얘기다. 경주편성은 상위군에 승군하지 않더라도 합리화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있다. 단거리에서부터 장거리까지 모든 거리를 잘 뛰어야만 명마로 인정받는다. 모두가 한탕주의를 부추기며 중독으로 빠져들게 하는 정책이다. 모든 국민들에게 경마의 본질을 정확하게 알리는 일은 한국마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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