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박진희 기수
- 성적 비관 및 우울증 등으로 자택에서 자살
- 故박진희 기수 장례 16일(화) 부산경남경마본부葬으로 치러져

부산경남경마공원의 유일한 홍일점으로 사랑을 받아오던 박진희(28) 기수가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밝혀져 경마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故박진희 기수는 지난 12일(금) 오후 7시경 경남 김해시 장유면에 위치한 자신의 아파트에서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되었다.
본지 부산 취재팀에 따르면, 고인은 숨지기 하루 전인 11일(목)부터 훈련에 불참하는 등 외부와의 연락이 완전히 두절된 상태였다고 한다. 고인이 숨진 당일 오후 2시경 친분이 있는 관계자들이 연락이 두절된 것을 염려하여 고인의 아파트를 방문했으나 인적이 없어 발길을 돌려야 했다고 한다.
이후 박기수와 수시로 연락을 취해왔던 그녀의 형부가 12일 오후 경찰에 신고, 현지에 파견된 119구조팀이 잠겨진 아파트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 안방 화장실에서 목을 맨 채 싸늘하게 식은 고인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이후 고인의 시신은 경남 김해시 장유면 도곡동 소재의 e-좋은중앙병원 장례식장으로 옮겨져 빈소가 마련됐다.
故박진희 기수는 지난 2002년 9월 21기 기수로 데뷔한 이후 통산 651전 우승 38회, 2위 47회, 3위 36회를 기록하는 등 체력적인 열세속에서도 남자기수와 같은 조건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특히 2008년에는 한해 16승을 올리는 등 비교적 양호한 성적을 올리면서 부경 홍일점으로서 높은 인기와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15회에 이르는 2위 입상에도 불구하고 우승은 단 3회에 그치는 불운을 안았고, 올해에는 22회 출전에 2위 1회만을 기록하면서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고, 결국 고인은 청운의 꿈을 접은 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 것이다.
고인은 자택에 남긴 유서를 통해 “난 참 긍정의 사고를 지녔었는데, 경마장이 사람을 이렇게나 바꾸어 놓는구나. 열심히 훈련하고 일을 해도 기승 기회는 주어지지 않고 돌아오는 것은 조교사와 관리사, 선배 기수들의 질책뿐이다. 이 세계는 너무 경쟁적이다”고 남겼고, “경마장은 내 기준으로는 사람이 지낼 곳이 못 되는구나”라고 어려움을 겪었음을 밝혔다.
또한 자신의 미니홈피에도 힘들어했던 심경을 여러번 드러냈었다. 박 기수는 “연쇄살인범, 살인강도, 묻지마 살인까지 판을 치는 요즘 누군가는 그렇게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며 살고 싶어하는데 정작 죽음을 꿈꾸는 자에겐 결코, 그런 죽음조차 오질않는구나…죽음이 결코 두렵지 않노라고 말해 엄마에게 꽤나 혼이 난 기억이 있는데 그래도 그것이 나의 변하지않을 진리”다고 남겼다.
고인의 친인들은 박 기수가 남자들의 세계로 통하는 경마장 내에서 여성으로서의 입지에 대해 매번 고민했었다고 전하며, 특히 최근에는 성적 부진으로 기승기회가 줄어들자 개인적으로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가운데 우울증 증세까지 보였다고 한다.
한편 고인의 안타까운 소식이 알려지자 부산경남경마공원의 동료기수들은 조문을 이유로 13일(토) 경주마 새벽훈련에 전원 불참하였고, 부산경남경마공원은 14일을 애도일로 정하고 교차 및 자체 경주를 모두 취소하고, 고인의 장례식 비용을 모두 부담하는 한편 성금을 모아 유가족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또한 한국경마기수협회(회장 김동균) 임원진이 긴급히 조문단을 구성해 13일에 빈소를 찾아 장례식까지 고인의 곁을 지켰고, 14일 경주를 마친 서울기수들도 곧바로 고인의 빈소를 찾아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 했다.
한국경마기수협회와 유족들은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을 대한 원인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책 마련, 합리적인 장례 및 보상을 요구했고, 부산경남경마공원 관계자와의 협의가 이견을 보이면서 당초 15일쯤 치러질 것으로 예상됐던 장례가 미뤄졌다.
결국 박진희 기수의 장례식은 예정보다 하루 늦춰진 16일(화) 치러졌다. 합리적인 장례절차와 보상을 요구하며 장례를 미뤄왔던 유가족 측은 15일 저녁에 가진 5차협상에서 시행체 측과 전격적으로 합의, 4일장으로 장례식을 치르게 되었다. 양측의 합의내용은 장례는 부산경남본부장(葬)으로 치르기로 하고, 유가족에 대한 보상도 위로 차원에서 적절한 수준의 절충안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기수의 발인은 16일(화) 오전 8시부터 거행됐다. 장례식장을 나선 운구 행렬은 10시경 부산경남경마공원에 도착, 경주로를 1바퀴 도는 장례의식을 갖은 후 본관 대강당에서 영결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유가족과 동료기수 등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진해에 위치한 화장장에서 고인이 유서에서 원했던 흰 원피스를 입은 채 화장을 한 박 기수의 유골은 오후 2시 경 장지인 경기도 고양군 벽제로 출발했다.
한편 한국마사회와 사단법인 한국경마기수협회는 박 기수의 죽음을 계기로 유사한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제도 개선책을 마련키로 하였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는 지적이 있기도 하지만 추후 다른 기수들의 불미스런 사고의 재발을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시행체가 기수들의 처우개선은 물론 모든 부분에 대해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부산경남경마공원 본관 앞에서 열린 고인의 영결식에는 유가족과 동료 기수 등 200여명이 참석해 고인이 정들었던 경마공원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슬픔을 함께 나눴다.
또한 故박진희 기수의 소식을 전해들은 많은 경마팬들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인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며, 마사회 홈페이지와 고인의 미니홈피를 방문해 애도의 글을 남겼다.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등진 고인의 안타까운 선택은 경쟁 일변도로 치닫고 있는 경마계에 커다란 파문을 던진 것으로, 향후 고인과 같은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재의 시스템이나 제도를 되돌아 봐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권순옥 취재부장 margo@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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