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마사에서 전통적으로 금녀의 벽으로 여겨지던 편견을 뚫고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활약했던 박진희 기수(여. 28)의 사망으로 온 경마산업계가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박진희 기수는 지난 12일 오후 7시경 경남 김해시 장유면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되었다.

본지 부산 취재팀에 따르면, 박진희 기수는 숨지기 하루 전인 11일(목)부터 훈련에 불참하는 등 외부와의 연락이 완전히 두절된 상태였다. 박진희 기수와 수시로 연락을 취해왔던 그녀의 형부가 12일 오후 경찰에 신고, 현지에 파견된 119구조팀이 잠겨진 아파트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 안방 화장실에서 목을 맨 채 싸늘하게 식은 박진희 기수의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시신상태를 미루어 보아 대략 이날 새벽 5-6시가 사망시간으로 추정된다며 현장에서 유서가 발견된 점을 미루어 자살로 결론지었다. 박진희 기수의 시신이 안치된 경남 김해시 장유면 도곡동 소재의 e-좋은중앙병원 장례식장에는 부산경남경마공원 관계자들을 비롯해 서울경마공원의 동료 기수들도 빈소를 찾는 등 조문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본지는 박진희 기수의 사망에서부터 장례식에 이르기까지의 전과정을 인터넷 경마문화 krj.co.kr을 통해 신속하게 정확하게 보도했으며 이에대한 네티즌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속보 제9신까지 보도한 인터넷 기사에는 5천여명에 가까운 네티즌들이 열독하는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21기 출신으로 부산경남경마공원 자원으로 지난 2002년 서울경마공원에서 기수로 데뷔한 박진희 기수는 어릴 때부터 ‘탁구’, ‘볼링’, ‘스쿼시’ 등 다양한 운동을 경험하며 만능 스포츠우먼으로 통했고, 고등학교 졸업을 하고 아버지의 권유로 기수에 입문하게 됐다. 데뷔초 인터뷰에서 여성기수 모집공고에서 합격하고 처음 말을 접하게 됐다는 박진희 기수는 다른 스포츠와 다르게 말과 교감할 수 있는 경마가 좋아 하루라도 말을 타지 않으면 몸이 근질거릴 정도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미 이신영, 이금주 기수 등 여성기수들이 2001년 경주로에 데뷔한 이후 박진희 기수는 수료 동기생인 이애리, 이명화 기수와 함께 여성 3인방으로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또한 박 기수는 예전에 가수 소방차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할 만큼 예쁜 외모로 주목을 받았지만 경주로에서는 남자기수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를 승부근성이 강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005년 부산경남경마공원 개장을 앞두고 활동무대를 옮긴 박 기수는 2004년부터 시작된 모의경주에서 9승과 2위 11회를 기록하는 활약을 펼쳤다. 1년 후배였던 여성 기수 김서진 기수의 부상으로 인한 퇴사와 동기생이었던 이명화 기수의 자살로 인해 홍일점이 되어버린 박진희 기수는 혼자라는 점에서 부담이 되고 외로움을 느낀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꿋꿋하게 남자기수와의 경쟁을 지속했고 2008년에는 한해 16승을 올리면서 여성 스타 기수로 부각되었다. 여성기수들의 활약은 경마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선진국처럼 한국도 여성기수들이 맹활약을 펼치면서 언론의 관심도 높아졌다. 그러나 우리 경마계는 박진희라는 여성 스타기수를 잃고 말았다.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필자는 믿는다. 박진희 기수의 죽음은 한국경마 선진화라는 아름다움으로 피어날 것이다. 살아 있는 모든 마필산업 종사자는 각자의 임무를 더욱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한국경마 선진화라는 큰 뜻을 달성해야 한다. 그것이 박진희 기수의 죽음에 보답하는 길이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