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가 역사상 최초로 월드컵축구대회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반세기만에 이루어낸 성과물이다. 그러나 한국경마는 90년이 가까워오는 역사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아직도 후진국의 멍에를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다. 안타깝고도 슬픈 일이다.

한국경마가 세계무대를 누비는 길은 그야말로 멀고도 험한 여정(旅程)이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멈출 수 없는 도전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른 분야의 산업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경마산업은 서러브레드라는 단일 혈통의 경주마를 중심으로 움직여지는 글로벌산업이기 때문에 세계와의 경쟁을 피해나갈 수 없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현재의 상황이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경마를 시행하는 한 세계와 경쟁하는 구조를 갖추지 못하면 한국의 경마산업은 사상누각(砂上樓閣)이 될 수밖에 없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우리나라의 경마산업은 가시밭길을 헤치듯 형극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게다가 시민단체며 국회 정부가 가지고 있는 경마산업에 대한 인식은 지극히 부정적인 편견의 틀에 갇혀 있어 이를 깨부수지 못하면 우리경마산업은 마치 죄인인양 소극적인 모습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경마산업 모든 종사자들이 힘을 합쳐 경마산업에 대한 본질을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인식시켜야 한다. 다른 사행산업들은 서비스 위주의 소위 3차 산업부문에만 집중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경마산업은 그렇지 않다. 경주마를 생산하고 육성하는 축산업, 경마장과 목장건설 등 각종 시설 설치의 건설업, 마권발매 위주의 서비스업, 그리고 각종 정보를 취급하는 정보산업이 완벽한 조화를 이뤄야 하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단계별 산업의 과정에서 각종 부가가치도 다양하게 창출되는 특징을 지니게 된다. 즉 1차산업-2차산업-3차산업-4차산업의 단계별 또는 해당 산업 내부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통한 부가가치가 생성되는 것이다.

경주마를 생산하고 육성하는 1차산업(축산업)만 놓고보더라도 경주마의 판매 뿐만아니라 교배과정 순치과정 등에서 다양한 부가가치가 생성되고 있다. 아직은 한국은 걸음마단계에 있지만 교배료가 경주마의 몸값보다 더 비싼 경우까지 생긴다. 순치과정에서도 누가 더 경주마를 잘 훈련시키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몸값이 천차만별이 되기도 한다. 또 경마시행에서 우승 횟수가 높아질수록 해당 경주마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오르는 특징까지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만 경마를 시행한다면 한국적 상황에 맞는 경마를 시행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세계 120여 국가들은 서러브레드라는 단일 혈통의 경주마로 경마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가 폐쇄적인 정책을 고수하면서 ‘우물안 개구리’ 식의 경마를 시행하는 동안 세계의 다른 나라들은 경주마 수출 등으로 다양한 부가가치를 생성하고 있다. 세계와의 경쟁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인 것이다. 곳곳에 관습적으로 뿌리깊게 박혀 있는 모순들을 걷어내야 한다. 그놈의 부정경마에 발목이 잡혀 옴짝달싹 못하는 한국경마의 모습이 안쓰럽다. 부정경마는 일벌백계(一罰百戒)로 다스리되 각종 제도는 국제적 기준에 맞게 합리적으로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

변방에 머물던 한국축구가 2002년 월드컵대회를 계기로 실의에 빠져 있던 국민들에게 ‘희망이 무엇인지’ ‘도전이 무엇인지’ ‘꿈은 이뤄진다’는 용기를 불어넣더니 드디어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대업까지 달성했다. 경마라고 해서 못할 이유가 없다. ‘이런 핑계 저런 이유’로 도전을 하지 않는다면 한국경마는 희망도 없는 것이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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